[김종석의 그라운드] 17세 곽율 돌풍, 정구 국대 선발전 강타. 대형 꿈나무 지켜보라
- 지난해 성인 무대 순창오픈 우승으로 탁월한 실력 입증
- 지고는 못 배기는 승부 근성, 변칙 플레이까지 능숙
- 체력 보완이 과제, 3형제 정구 선수 첫 태극마크 희망

2009년생, 아직 앳된 얼굴의 17세 고등학생이 한국 정구의 중심 무대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새 학기 경북 문경공고 2학년이 된 곽율입니다.
곽율은 전남 순천시 팔마실내정구장에서 열리고 있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정구 국가대표선발전에서 남자 단식 예선 조별리그를 통과해 당당히 16강 토너먼트에 올랐습니다. 이번 대회에는 국내 최정상 대학과 실업 선수 등이 출전했습니다. 곽율은 48명의 남자 단식 출전 선수 가운데 유일한 고교생입니다.
출전 자체만도 영광일 텐데 그는 예선 조별리그에서 3승 2패를 기록해 당당히 조 2위로 본선 진출권을 거머쥐었습니다. 쟁쟁한 선배 틈에서 거침없는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곽율은 조별리그에서 당한 2패도 억울한 듯 아쉬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공주대 임지환을 상대로는 3-0까지 앞서다 내리 3게임을 내주며 3-3 동점을 허용한 뒤 파이널 게임에서 2-7로 패해 졌습니다. 이 경기에 대해 곽율은 "이기고 싶은 욕심이 커지면서 추격을 허용했다"라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 패배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관왕인 정구의 전설 김진웅에게 당했는데 데 "초반에는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갈수록 노련한 플레이에 실수가 많아졌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포인트 관리 등 배울 점이 많은 선배"라고 했습니다.

정구 국가대표 출신으로 눈부신 활약을 펼친 장한섭 대한정구협회 부회장은 필자에게 권율의 플레이를 눈여겨 봐두라며 크게 될 재목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김진웅 역시 "어리지만, 못 하는 게 없는 탁월한 실력을 지녔다. 상대를 속이는 플레이에도 능숙할 만큼 흠잡을 데가 없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곽율이 조별리그에서 거둔 3승은 모두 실업팀 선배에게 거둔 것입니다.
곽율은 큰 형과 둘째 형이 모두 정구 선수를 해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라켓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고향인 경북 봉화군 동양초등학교 3학년 때 정구를 시작했습니다. 정구 가족 가운데 첫 시작은 큰 형 곽해늘(23)이 아닌 둘째 형 곽겸(20)이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뛰어난 운동 신경을 지닌 곽겸이 맨 먼저 정구를 시작한 겁니다. 운동을 반대하는 부모 몰래 정구를 한 곽겸은 대회에 나갈 때마다 우수한 성적을 내면서 마음 편하게 코트에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다음 큰 형이 중학교 때 정구 선수의 길을 걸었습니다. 유도 선수 출신으로 부상 때문에 일찍 도복을 벗은 아버지의 유전자 역시 아들에게 전해진 것 같습니다.
강원대 정구부 선수인 곽겸은 이번 선발전에도 출전했습니다. 큰형은 인하대를 졸업한 뒤 인척 학익여고에서 코치로 일하고 있습니다.

곽율은 자신의 장점으로 스트로크와 슬라이스, 쇼트 등을 꼽았습니다. 민첩하게 한 박자 빠른 스트로크로 상대의 허를 찌르는가 하면 절묘한 드롭샷 등으로 흐름을 뺏는 데 능합니다.
곽율을 누구보다 잘 아는 문경시청 김은수 감독은 "장점은 뛰어난 감각과 우수한 게임 운영 능력이다. 상대 선수의 장단점을 영상 분석을 통해 철저히 파악하고 준비하는 습관을 지녔다. 경기 중에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차분하게 경기를 제 흐름으로 이끌어간다"라고 말했습니다. 단점으로는 체력적인 부분입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기초 체력 훈련을 꾸준히 진행하며 개선해 나가고 있습니다. 휴가를 받으면 집이 있는 봉화 국민체육센터 수영장에서 물살을 가릅니다. 쉴 때도 수영을 통해 근력과 유연성을 키울 의도입니다.

곽율은 중학교 졸업반 때 국내 단일종목 대회로는 최고 역사를 지닌 동아일보기 전국대회에서 남중부 단식 1위를 차지한 뒤 지난해 고교 신입생으로 역시 같은 대회 단체전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성인 대회인 순창오픈 국제대회에서 선배들을 연파하고 당당히 정상에 올랐습니다. 고교생의 패기와 배짱이 만들어낸 성과였습니다.
겨울 훈련 동안 혹독한 문경공고의 훈련을 소화했습니다. 오전 5시 50분 기상, 6시 출발해 5km 구보와 계단을 반복해 뛰는 인터벌을 반복했습니다. 오전 오후를 합쳐 하루 9시간 구슬땀을 흘렸습니다. 키가 171cm로 특출한 신체 조건은 아니지만 그는 "아직 성장판이 열려 있다고 들었다. 175cm까지는 컸으면 좋겠다"라며 웃었습니다.

국내에서 특별한 롤 모델이 없다는 그는 일본의 간판스타로 수원시청에서 임대선수로 뛰었던 후네미즈 하야토를 닮고 싶다고 했습니다. 170cm의 단신이지만 일본 국가대표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까지 딴 후네미즈처럼 되겠다는 겁니다.
2025년 국내 남자고등부 랭킹 1위 자격으로 이번 선발전에 도전한 곽율의 목표는 분명합니다. 첫째는 국가대표 선발, 둘째는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연금 수령입니다. 그는 "긴장하거나 떨리지는 않는다.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후회 없이 나오고 싶다"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습니다. 곽 씨 3형제 가운데 국가대표는 아직 나오지 않았기에 태극마크를 향한 막내의 의지는 더 뜨겁기만 합니다.
누구보다 승리욕이 강하다는 그는 "이길 때마다 정구의 매력을 느낀다"라고 했습니다. 코트 위에 선 그의 얼굴은 아직 앳되지만, 눈빛만큼은 누구보다 뜨겁습니다. 수없이 튀어 오르는 공처럼 실패도, 아쉬움도 있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새벽 공기를 가르던 발걸음, 라켓 끝에서 터져 나오는 묵직한 스트로크. 곽율의 도전은 이제 막 시작됐습니다. 다부진 스윙은 이미 한국 정구의 미래를 힘차게 두드리고 있습니다.

김종석 채널에이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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