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과부화 해소" "정치적 편향"…대법관 12명 증원 파장은

국회는 28일 저녁 본회의에서 법원조직법 일부개정안을 심사해 총투표수 247표 가운데 찬성 173표, 반대 73표, 기권 1표로 가결했다. 대법관 수 조정은 1987년 현재와 같은 14명으로 정해진 이후 약 40년 만이다. 대법관 증원법은 법안 공포 2년 뒤인 2028년부터 3년간 매년 4명씩 대법관을 증원하는 내용이 골자다.
민주당은 법이 시행되면 '상고심 과부하'가 해소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상고심은 1심과 항소심 판결에도 불복해 대법원에 최종 재판을 청구하는 것을 말한다.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2025 사법연감'에 따르면 민사 상고심 접수 건수는 1만4958건으로 전년 대비 7.2% 증가했다. 형사 사건에 대한 상고심도 전년 대비 18.0% 급증한 2만4889건이 접수돼 대법원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현재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하고 실질적으로 재판 업무를 담당하는 대법관은 12명이다. 2022년 기준 대법원 본안사건 접수 건수는 연간 5만6000건을 넘는다. 대법관 1인당 연간 약 5000건에 달하는 사건을 처리하는 셈이다.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한 평일 기준으로는 대법관 1명이 하루에 최소 10건 이상의 사건을 봐야 하는 업무량이다.
이 때문에 대법원이 심도 있는 법리 검토 대신 '판결문 찍어내기'에 급급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2023년 대법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민사 본안 상고심의 약 70%, 행정·특허 사건의 72% 이상이 본안 심리를 한 차례도 받지 못한 채 심리불속행으로 종결됐다. 심리불속행은 상고 이유에 헌법 위반 등 중대한 법리적 쟁점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본안 심리 없이 곧바로 재판을 기각하는 절차다.

헌법학자인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매년 4명씩 3년 동안 12명을 순차적으로 늘린다고 하지만 한 정권에서 너무 많은 인원을 뽑는 것"이라며 "진정한 순차적 증원이라면 현 정부와 차기, 차차기 정부에 걸쳐 매년 1명씩 점진적으로 늘려가는 방식이 타당하다"고 했다. 또 "현 정부 임기 내에 12명을 모두 임명하겠다는 것은 정치적 편향성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대법관 수 증원보단 대법원으로 향하는 사건의 '수요' 자체를 조절하는 근본적 처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상고심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고려할 때 '무조건 3심까지 가야 한다'는 소송 관행을 개선하지 않은 채 대법관만 증원하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하급심 단계부터 재판의 신뢰도와 충실성을 높여 분쟁을 조기에 종결짓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현직 부장판사는 이날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통화에서 "사법 행정의 방점은 대법관 증원이 아니라 하급심의 내실화에 찍혀야 한다"며 "상고심 전 분쟁이 합리적으로 해결되는 풍토가 조성돼야 불필요한 상고를 억제하고 진정한 의미의 법치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법관을 증원할 경우 하급식 재판 역량이 약화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대법관 수를 늘리면 재판 업무를 보좌할 '재판연구관' 인력도 늘어나야 한다. 법원행정처 추산에 따르면 대법관 12명 증원 시 재판연구관은 최소 약 101명이 더 필요하다. 재판연구관은 배테랑 부장판사급이어서 대체 인력 확보가 쉽지 않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이 시행될 경우 하급심 약화라는 부작용이 우려스럽다"고 했다.
최근 사퇴를 표명한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4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대법관을 증원하면 필연적으로 하급심에 있는 우수 판사들이 다시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와야 하는 데 우수한 하급심 판사들의 대법원 이전을 보충할 만한 방법이 없다"며 "하급심 약화가 굉장히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성아 기자 roms122@sid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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