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스라엘 작전명 ‘장엄한 분노’…“이슬람 공화국 체제 붕괴 목표”

두달 가까이 이란에 대한 공격을 저울질 하던 미국이 이란에 대한 대규모 군사작전을 결행했다. 이스라엘도 공격에 참여하고, 이란이 반격에 나서며 중동 전역으로 분쟁이 번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이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등 정권 수뇌부 제거와 이란 이슬람 공화국 체제 붕괴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각) 새벽 트루스소셜에 올린 영상 연설에서 “우리는 그들의 미사일을 파괴하고 미사일 산업을 완전히 초토화할 것이다. 해군도 전멸시킬 것”이라며 “그들의 대리 세력이 더는 지역과 세계를 불안정하게 하거나 미군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지난해 6월 미국의 핵시설 공습 이후 핵 프로그램 재건에 힘써왔다며 “그들은 핵 야망과 관련해 모든 기회를 거부해왔다. 우리는 더는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란 주민들에게도 “여러분의 자유의 시간이 왔다”며 “우리가 작전을 마치면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며 정권 교체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용감한 미국 영웅들의 목숨이 희생될 수도 있다”며 자국군 희생까지 감내하는 강도 높은 공격을 할 것임을 시사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날 새벽 이란 수도 테헤란과 곰, 카라지, 게슘 등 국 주요 도시를 동시다발로 공격했다. 미 국방부는 이번 작전을 ‘장엄한 분노’(EPIC FURY)로 명명했다.
이란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이스라엘 본토와 카타르, 쿠웨이트, 바레인, 아랍에미리트 등 미국 동맹국들의 미군 기지가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이스라엘을 향해서 첫 대규모 미사일과 무인기 공격을 펼쳤다고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이 보도했다. 이스라엘 예루살렘 상공에서는 미사일 요격음이 들리고, 텔아비브에서도 미사일 경보 사이렌이 울렸다. 이란의 반관영 파르스 통신은 이란의 미사일이 카타르의 알우데이드 공군 기지, 쿠웨이트의 알리 알 살렘 공군 기지, 아랍에미리트의 다프라 공군기지, 바레인의 5함대 본부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도 폭발이 일어났다고 아에프페(AFP)는 보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을 오랜 기간 준비해왔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수개월에 걸쳐 “긴밀한 공동 계획”을 세워왔다고 시엔엔이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6월 이란과 벌인 ‘12일 분쟁’ 이후 지난 연말께부터 이란이 탄도미사일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미국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해왔다. 미국과 이란은 이달 들어 3차례에 걸쳐 오만과 스위스 제네바에서 협상을 벌여왔지만, 지난 26일 3차 고위급 회담이 끝난 지 이틀 만에 공격을 감행했다.
미국의 대이란 공격이 임박했다는 신호는 진작 나왔다. 지난달 이란 정부가 반정부 시위대를 유혈 진압한 뒤 미국은 중동 지역에 2003년 이라크전쟁 이후 가장 많은 군사력을 집중시켰다. 에이브러햄 링컨과 제럴드 포드 항공모함 전투단이 각각 이란 인근 아랍해와 이스라엘에 배치됐고, 수백대의 전투기들이 중동과 유럽 지역 기지로 이동했다. 공격 태세를 갖추고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이 떨어지기만 기다린 것이다.
이번 공격은 수일에서 일주일가량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미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공격이 수일간 집중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방송 채널12도 이번 이란 공습이 4일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정보당국은 현재 이란 주변에 배치된 미국 군사력으론 단 4~5일간의 강도 높은 공습이나 일주일 정도의 저강도 공습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한다고 지난 24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한 바 있다.

대이란 공격과 반격이 시작됐지만 아직 이 분쟁이 어디까지 번질지는 미지수다. 중동 역내 이란의 대리세력들이 가자전쟁을 거치며 약화했지만, 이번 공격으로 이들이 다시 세력을 규합하는 불씨로 작용할 수 있다. 이미 예멘의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의 공격을 규탄하며, 이란을 지원하기 위해 홍해 항로와 이스라엘에 대한 미사일·드론 공격을 재개하겠다고 경고했다고 보도됐다.
이란이 전 세계 석유의 5분의 1이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차단하는 결정을 내리면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등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제이피모건 등 글로벌 투자은행(IB)과 경제연구소들은 호르무즈 해협이 전면 봉쇄되고 군사적 충돌이 확산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 선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배럴당 70달러 수준인 현재보다 70% 이상 높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은 자신들이 이란 정권 수뇌부를 제거하고, 이란 국민이 내부에서 호응에 나서면 이슬람 공화국 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동안 많은 전문가가 지상군 투입 없이는 정권 붕괴가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를 밝혀온 만큼, 실제로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미국 트럼프 정부가 하메네이를 포함해 이란 핵심 수뇌부를 제거하고, 이슬람 공화국 체제를 붕괴시킬 목표로 전쟁을 일으킨 거로 보인다”라며 “지상군 투입 없이도, 이스라엘이 공습으로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수뇌부를 제거했던 게 이란에서도 가능하다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장 위원은 “목표를 이룰 가능성이 절반 이상은 된다고 보고 주사위를 던진 것 같다. 당장은 마가 지지층이 싫어하겠지만, 목표를 이룬다면 트럼프는 미국의 최대 적이었던 이란을 꺾은 영웅으로 역사에 남을 수 있겠다고 생각한 거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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