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대신 ‘사장님’ 또는 ‘N잡러’…서구 Z세대 직업도 ‘양극화’
학교 등록 대신 사업 차려 성공 사례
등록금 때문에 알바 몰린 학생과 대조
사회 구조 취약해지며 고용 양극화
“근무 보장·의료 등 안전망 확충을”

서구 노동시장에 변화가 일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고용이 줄면서 미국과 유럽의 Z세대(1997~2012년생) 사이에서 직접 회사를 차리거나 부업을 늘리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용 감소와 경제적 불안이 겹치며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풀이했다.
글로벌 취업 플랫폼 링크드인이 올해 1월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프로필에 ‘창업자’로 등록한 전 세계 회원이 전년(2024년)보다 60% 증가했다. 프로필에 ‘크리에이터’라고 등록한 이들도 2021년부터 2025년 2분기까지 약 90% 늘었다. 지난해 11월 관련 조사에서 Z세대 직장인 약 40%는 자기 사업을 원한다고 답했다.
젊은이들의 창업 열풍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미국 경제 전문 매체 ‘어니스트 이코노믹스’는 일자리가 줄면서 청년들이 내몰린 차선책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전 세계 직장인의 52%가 구직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채용 규모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2019년) 수준보다 약 20% 낮은 상태가 지난해 10월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해 일자리 1개당 지원 건수는 2022년과 비교해 2배 늘었다. 그러나 실제 이직이나 채용 등 일자리 이동률은 2016년 수준으로 내려간 후 뚜렷한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불안 피해 자기 사업 차린 20대 ‘함박웃음’=취업난을 피해 스스로 사업체를 차린 청년도 있다. 로이터통신은 24일(현지시각) 영국인 매디 헤일(20)의 사례를 조명했다. 10대 시절 심한 공황발작을 겪었던 그는 교실과 직장 환경을 버텨내기 어려워했다. 결국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반려견 산책 사업을 시작했다.
개와 함께 자연을 거닐며 불안을 이겨낸 그는 주변의 부탁을 계기로 반려견 산책 서비스를 본업으로 삼았다. 2023년 업무용 승합차를 사들이며 사업을 본격화했다. 지금은 다섯명의 직원과 함께 매달 200마리 이상의 반려견을 돌보며 한달에 약 1만5000파운드(약 2955만원)의 매출을 올린다. 헤일은 “나 자신에게 맞는 일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알바 3개 하는 대학생 “항상 쫓기는 기분”=그러나 과로에 시달리는 젊은이도 있다. 미국 텍사스주에 사는 마카일라(22)는 하루에 세가지 일을 한다. 소매점에서 36㎏짜리 상자를 나르고, 일을 마치면 법원에서 서기로 근무한다. 전공인 컴퓨터공학의 유급 인턴십도 병행한다. 부모와 함께 살지만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교통비 등을 감당하며 로스쿨 진학 비용까지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쉬지 않고 달리는데 목적지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2025 미국 하버드 청년 여론조사에서도 청년 응답자의 43%가 경제적 불안을 호소했다. 이 조사에서 한 청년은 “어른들은 젊은이들이 일하기 싫어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뼈 빠지게 일하고 피곤해서 그저 눕고 싶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사회 기반 바로잡아야 청년 안정 찾아”=전문가들은 사회 구조가 취약해지며 이같은 극단적인 모습이 나타난다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임금 현실화, 근무 보장, 의료, 복지 등 사회 기반이 뒷받침돼야 청년들이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미국 경제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엘리스 굴드는 미국 사회전문매체 '슬로우팩토리’와 인터뷰에서 “청년인 25세부터 중장년인 54세까지 부업을 가진 노동자 비율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취업 초기에 불황이 길어지면 건강·소득·경력 등 인생 전반에 장기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텍사스주 재무 설계사 조슈아 브룩스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창업 전에 최소 3~6개월치 생활비를 저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재정 기반 없이 절박함에 떠밀려 시작하는 창업은 오히려 위험만 키운다”고 경고했다.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