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동아시아전략, 일본 중심으로 재구축?
미국 주류사회 일각의 시각 반영
동맹 재평가 기준 ‘국익+전쟁 유발 가능성’
필리핀과 한국엔 감점, 일본과 호주엔 가점
북 핵무장+‘전략적 유연성’에 미온 태도가 감점
한미동맹이 한국 위한 일방 관계란 ‘시혜적’ 시각
크게 대비되는 일본에 대한 호의적 평가

크리스토퍼 치비스 미국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미국 대외정책 프로그램 담당 책임자이자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미국의 최대 경쟁자로 부상한 21세기에는 냉전시대와는 다른 동맹 가치평가와 재조정을 해야 한다며 주한 미군 감축을 포함한 한미동맹 재평가를 주장했다. 반면에 일본과의 동맹에 대해 그는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더욱 가치가 높아졌다면서, 일본을 미국의 인도태평양지역 전략의 중심축으로 삼고 일본의 억지력과 자위력(군사력) 강화에 미국이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주류사회 일각의 시각 반영
이는 최근의 아시아태평양 및 동아시아 지역의 중대한 정세변동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이 지역에 대한 안보·경제정책 및 지정학적 전략에서 일본을 그 중심축으로 삼아야 한다는 19세기 이래의 전통적 시각이 미국 주류세력 일부에 여전히 강고하게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 준다.
크리스토퍼 치비스는 2월 25일 '포린 어페어즈' 온라인판에 실린 '미국은 동맹을 재평가해야 한다-모든 파트너십이 다 유지할 가치가 있는 건 아니다'(America Needs an Alliance Audit, Not All Partnerships Are Worth Sustaining)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우방국들을 압박하고 무분별하게 관세를 부과하는 등 미국의 오랜 동맹체제를 파괴하면서 "미국의 이익에 부합해 온 수십년간의 협력관계를 탕진했다"고 비판했다. 치비스는 그런 트럼프가 퇴임하면 차기 대통령은 파괴된 동맹국들과의 협력관계를 복원해야 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만약 후임자가 민주당원이라면, 냉전시대의 동맹체제를 되살리려는 본능의 되살아날 수 있다"면서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접근방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냉전시대는 이미 끝났다면서 중국을 미국의 경제패권에 가장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국가로 지목하고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군사력은 미국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도 소련 붕괴 뒤 20여년 간의 약세에서 벗어나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등 공세로 전환했고 북한도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이런 정세변동을 토대로 미국은 동맹관계를 재평가하고 현실에 맞게 재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동맹 재평가 기준 '국익+전쟁 유발 가능성'

필리핀과 한국엔 감점, 일본과 호주엔 가점
치비스는 미국-필리핀 간의 상호방위조약의 경우, 미국이 동아시아를 군사적으로 지배하던 시절에는 타당했지만, 강력한 중국이 대두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는 필리핀의 지리적 이점과 역량이 과장돼 있다고 했다. 그런 필리핀과 동맹관계를 강화하고 과도하게 지원할 경우 오히려 중국의 오해와 이로 인한 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며 "워싱턴은 (비공개적으로) 마닐라에게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두고 (중국과) 전쟁을 벌일 의도가 없음을 분명히해야 한다" 했다.
그가 보기에, 미국 국방부 관리들은 필리핀이 중국 본토 공격과 대만 방어를 위한 중요한 밮판을 제공핟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과장돼 있다. "무방비의 몇몇 미군 장비기지들(equipment sites)과 미 해병대 순환 배치로는 중국의 대만 공격을 억제하기 어려울 것"이고, "필리핀의 군사력은 주변국들에 비해 수십 년 뒤처져 있으며, 중국과의 장기적인 경쟁에서 경제적, 기술적, 외교적으로 미국에 제공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고 치비스는 지적했다.
따라서 2014년에 체결돼 트럼프 정권과 바이든 정권 모두 중시해 온 필리핀과의 강화방위협력협정(EDCA) 확대를 중단하고, 루손섬에 순환 배치되는 미군이 중국과의 긴장을 불필요하게 고조시키는 영구기지가 되지 않도록 하는 등 남중국해 섬들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필리핀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중국과의 전쟁에 미국이 말려들지 않게 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감점 요인=북한 핵무장+주한 미군 '전략적 유연성'에 미온적 태도
한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치비스는 한미 동맹관계는 미국-필리핀 관계보다 "구조적으로 더 탄탄하지만 그럼에도 제평가할 여지가 있다"며, "한국은 주요 경제국이자 첨단 마이크로칩 생산의 선두주자라는 점에서 미국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한국과의 동맹에 따른 군사적 위험은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핵무장한 북한의 대륙간탄도탄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게 된 새로운 변수의 등장을 이유로 "북한의 미국 본토공격 위험을 줄이기 위해 주한 미군을 감축해야 한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단순한 논리를 폈다. 그는 거기에다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얀성'에 대한 한국의 미온적인 자세도 감점요인으로 산입됐다.
치비스는 미국이 예전에 한국방어를 약속했던 시절에는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단이 없었는데, 지금은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로 미국의 도시를 파괴할 수도 있어 '위험의 균형'(the balance of risk)이 완전히 바뀌었다면서, 느닷없이 "한국에는 약 3만 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지만, 서울은 주한미군이나 한국군을 중국의 대만 침공을 억제하거나 개입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를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곧바로 "북한의 미국 본토 공격 위험을 줄이기 위해 미국은 주한 미군을 감축해야 한다"고 했다. 주한 미군 감축이 한국의 핵무기 개발을 부추길 수도 있지만, 재래식 전력을 강화하고 한국이 핵무기 개발을 위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할 경우 경제적, 외교적 비용이 클 것임을 워싱턴이 상기시켜 그것을 막을 수 있다고 치비스는 썼다.
한미동맹이 한국 위한 일방관계라는 '시혜적' 시각
요컨대 한국은 첨단기술 등의 경제·안보 역량이 미국 국익에 보탬이 된다는 점에서는 필리핀보다 훨씬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지만, 미군 주둔이 북한의 전쟁 도발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은 감점 오인이라며 엉뚱하게 "북한의 미국 본토 공격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주한 미군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다. 한미 방위조약상 원래 미군의 한국 주둔 목적이 북한의 침공을 막기 위해서인데, 치비스는 거꾸로 미군 주둔이 북한의 미국 본토 공격 가능성을 높인다며 주한 미군을 감축하라고 촉구한다. 이 뒤집힌 논리가 그가 앞서 말한 '위험의 균형'이 바뀌었다는 주장의 연장선상에 있는 듯하다.
치비그는 그러면서 한국의 대북 대응 핵무장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중국군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주한 미군과 한국군을 대만해협에 투입하는 '전략적 유연성' 논의에 한국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을 감점 요인으로 들었다. 중국과의 전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필리핀의 점수를 깎더니, 한국에 대해서는 반대로 중국과의 분쟁을 야기할 수 있는 주한 미군과 한국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점수를 깎았다.
치비스는 세르비아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간의 작은 분쟁이 제1차 세계대전으로의 확전을 불렀다면서 잘못 얽힌 동맹관계가 애초 목적이었던 전쟁 방지가 아니라 오히려 전쟁을 촉발할 수도 있다며 "워싱턴은 특히 아시아에서 이런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두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자국민들이 기꺼이 동의할 수 있는 동맹에만 개입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면서 "미국은 조약에 따라 외부 침략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할 의무가 있지만, 시카고 국제문제협의회(Chicago Council on Global Affairs)가 2025년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북한의 공격으로부터 동맹국을 방어하기 위해 미군을 투입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답한 미국인은 근소한 차이밖에 나지 않는 다수"였다고 했다.

크게 대비되는 일본에 대한 호의적 평가
치비스의 이런 자세는 일본에 대한 그의 평가와 크게 대비된다. 그는 21세기 들어 일본과 같은 일부 동맹들의 가치가 더욱 높아졌다면서, "일본은 첨단 디지털 기술과 해외 핵심광물 채굴 및 가공 기업에 대한 지분을 바탕으로 미국이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중국과 경쟁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과, "도쿄(일본)가 미국과의 동맹에 전념하고 있으며 방위비를 대폭 증액했다"는 점, 그리고 "일본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막강한 외교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세계 4위(올해 초 4위가 된 인도에 이어 5위)의 경제대국이라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치비스는 그가 중시하는 전쟁 유발 가능성과 관련해, 일본이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으로 전쟁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베이징(중국)은 동아시아 2위의 국가인 일본과의 충돌을 피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일본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 영향력의 중심축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미국은 핵심 공급망 확보와 첨단기술 개발, 국제기구 개혁 분야에서 일본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일본의 억지력과 자위력을 강화하는 노력도 배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치비스는 미국에게 경제적 이익을 안겨 주는지 여부와 전쟁 유발 위험성이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한 자신의 동맹국 가치 평가에서 필리핀과 한국에 대해서는 그 부정적인 측면을 과대평가하면서 일본에 대해서는 그 긍정적인 측면을 과대평가하고 있다. 미국 주류의 이런 일본 중시 자세는 1853년 페리 제독의 일본 강제 개항 이후 2차 세계대전에서의 일본 패전을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ㅇ변함이 없어 보인다.
한마디로, 필리핀과 한국은 포기할 수 있어도 일본만은 절대로 (중국 등 적대세력에게) 내어 줄 수 없다는 확고한 자세를 여전히 견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호주에 대해서도 긍정적 평가

유럽도 중국 견제와 대아프리카 영향력에서 높은 점수
유럽 동맹국들에 대해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유럽 동맹국들에 대한 변덕스러운 행태는 유럽 국가들이 오히려 워싱턴과 베이징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려는 경향을 강화"했다며 유럽에 동정적인 자세를 보인 치비스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의 러시아에 대해 유럽이 우크라를 지원하고 독자적인 방어태세를 강화함으로써 미국이 중국 견제에 자원을 집중할 수 있게 해 주었다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대한 미국의 공약은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과 유럽의 대서양동맹의 통합 경제력이 중국의 그것을 훨씬 능가한다며 "AI 인프라를 개발하고, 수출 통제를 조율하며, 핵심 광물을 공동으로 가공 및 비축하는 데 (구미가) 협력"해야 하고 그것은 "중국이 세계 AI 표준을 정하거나 첨단 무기 및 청정에너지 개발을 주도하는 것을 막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지난 10여년에 걸쳐 아프리카에 대한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해 온 중국을 견제하는 데에도 아프리카에 대한 유럽의 영향력이 보탬이 될 것이라는 점도 짚었다.
치비스는 이런 분석을 토대로 동맹국들에게 더 예측 가능하고 공정한 대우를 제공해야 한다며 그 목표는 "과거에 대한 향수에 젖어 냉전시대의 동맹체제를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현실을 냉철하게 평가해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이제까지 국무부와 국방부, 정보기관들이 주로 담당해 왔던 동맹국들의 기여 부분 추적, 평가를 대체할 새로운 전담 부서를 설치해야 한다고 치비스는 촉구했다.
미국이 동맹을 유지할 경우의 이점과 문제점
치비스가 주로 중국에 대한 대응에 초점을 맞춰 정리한 동맹 유지의 이점(플러스)과 문제점(마이너스)들은 다음과 같다.
적합한 동맹국은 1990년대 이후 미국의 상대적인 경제력과 군사력이 약화된 점을 보완할 수 있다. 이들은 반도체나 핵심 광물과 같은 주요 공급망을 다변화함으로써 미국이 베이징의 경제적 압박에 맞설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또한 미국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디지털 경제를 구축함으로써, 베이징이 아닌 워싱턴이 전 세계 기술 표준을 정하도록 지원할 수 있다. 동맹국은 직접적인 군사력 제공이나 자국의 인프라 및 영토 활용을 통해 미국의 해외 영향력 확대를 도모함으로써 미국의 국방 부담을 줄일 수도 있다. 외교적으로는, 적절한 동맹국이 다자간 기구에서 미국의 활동을 지지하고 '글로벌 사우스'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 유지를 위한 노력을 보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이점은 감수해야 할 비용과 비교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조약 동맹은 단순한 외교적 합의가 아니다. 이는 미국이 전쟁에 참전해야 할 의무를 지우는 것이며, 오늘날과 같은 세계에서는 그 의무 이행이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하다. 중국과 러시아는 20년 전보다 미국의 군사력을 억제하거나 격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훨씬 높아졌으며, 그 결과 미국의 동맹국들과 충돌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미국을 전쟁에 끌어들일 위험이 있다. 또 동맹은 미 국방부가 여러 전선에서 동시에 대규모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부담을 지우는데, 이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일이다.
sudohaan@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