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연극제 첫 도전, ‘깡’한 인상 새겨볼 것
“극단 정체성 보일 것”

정주연(50) 극단 초콜릿나무 대표가 연습실 오른쪽에 서서 호흡을 고르고 있다. 긴 대사로 작품의 첫 문을 열어야 하는 그의 긴장이 묻어나온다. 정 대표의 배우 이력을 보면 20년 넘게 무대에 서 왔다. 경남연극제 출전도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김해 극단 초콜릿나무로서는 첫 출전이니 그 마음가짐이 예년과 다를 수 밖에 없었다.
정 대표와 이번 첫 출품작 <깡한 여자들!>을 쓰고 연출하는 정으뜸(34) 초콜릿나무 상임연출을 경남연극제가 열리기 전, 초콜릿나무 연습실에서 만나 그 소회를 물었다.
첫 경연에 나서는 '초콜릿 나무'
극단 초콜릿 나무 명칭은 먹으면 행복해지는 초콜릿처럼 연극을 하는 사람, 보는 사람이 행복해지길 바라는 희망을 담아 지었다. 2011년 김해에서 창단해 아동극을 위주로 활동했다. 이후 잠시 공백을 겪고 2019년 말 정 대표, 김진옥, 최나연 배우와 정 연출을 주축으로 활력을 얻었다. 2020년부터 연극, 아동극, 문화예술교육 분야에서 활동했다. 2022년에 경남연극제 출품을 위해 본격적으로 나섰고 만 3년 뒤 현실로 이뤄냈다. 그동안 한국연극협회 정회원이 되기 위해서 공연을 창작해 선보이고, 극단 초콜릿나무의 내실을 다졌다.
처음으로 나서는 경남연극제에 소감이 어떤지 물었다. 2007년부터 연극으로 연을 맺어 온 정 대표와 정 연출은 서로 눈을 보면서 "이번 경남연극제는 초콜릿나무 색깔, 작업 방식을 보여주는 것에 목표를 뒀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정 대표는 초콜릿나무의 정체성은 명칭 의미 그리고 이번 <깡한 여자들!>의 주제와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극을 하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느끼는 행복이 제일 크다고 본다"면서 "연극을 보는 이, 하는 이 모두 행복을 느끼며, 사람 냄새가 많이 나는 작품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연출은 "사람의 힘이 중요한 작품이다"라고 덧붙였다.

<깡한 여자들!>을 만든 강한 이들
경남연극제 출품작 <깡한 여자들!>은 주인공 강주연이 좌천해 오게 된 갱생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갱생마을 민원실에 오기 전 강주연은 강력계 형사로 활약했다. 하지만 일에만 너무 몰두한 나머지 암에 걸린 남편을 갑작스럽게 떠나보내고, 이로 따라 딸 안나와도 사이가 틀어졌다.
마음에 무거운 짐을 안고 있지만 강주연은 갱생마을에서 '강 반장'이라 불리며 원 할머니, 김 할머니, 이 할머니의 부름으로 잡다한 민원을 처리한다. 궂은일도 열심히 나서는 모습에 세 할머니는 강 반장을 티 나지 않게 예뻐한다. 갱생마을 토박이 이장이 질투할 정도다.
그러던 어느 날 이장이 전하는 안내방송 내용이 심상치 않다. 마을을 취재하러 온 에이티엠 방송사가 있으니 협조해달라는 말, 그리고 속옷 도둑이 있으니 조심하라는 말이 섞인다.
에이티엠 방송사에서 취재하러 온 이는 다름아닌 방송작가 안나다. 그 또한 강주연처럼 좌천을 당했고, 방송작가로 재기하고자 신박한 아이템을 찾으러 갱생마을까지 오게 됐다. 안나는 숙소를 미처 구하지 못해 비 오는 밤, 강주연의 집으로 찾아간다. 안나와 강주연 사이에 갈등의 불꽃이 튀기던 그때 세 할머니가 강주연 집으로 와 속옷 도둑을 잡아달라고 한다.
강주연이 수사 실력을 발휘해 도둑을 수색하자 예상치 못한 인물의 비밀이 밝혀진다. 동시에 강주연을 질투하던 이장의 속사정이 분출되면서 강주연과 화해한다. 또 세 할머니의 도움으로 강주연과 안나는 오해를 직면하고 갈등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한편, 속옷 도둑을 색출하는 갱생마을을 촬영한 안나의 영상이 예상치 않게 명성을 얻는다. 덕분에 마을은 활기가 생기면서, 함께하고 연대하는 공동체가 만들어진다.
<깡한 여자들!>은 2024년에 초연하고 지난해에 이야기 구성을 대부분 수정해서 다시 내놓았다. 이번 경남연극제에 선보이는 <깡한 여자들!>은 두 번째 버전이다. 2024년에 선보였던 작품은 정 연출이 극단 초콜릿나무가 시동을 다시 걸던 2019년 말, 정주연·김진옥·최나연 배우를 보고 영감을 얻어 쓰기 시작한 작품이다. 인생을 열심히 또 강하게 살아온 그들에게, 카타르시스를 펼쳐주고자 했다. 작품도 개인에 관 이야기가 짙었다. 우연히 만난 세 사람이 자신이 겪은 사건, 자신의 사연을 결과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결정에 대한 작품이었다.

연대에서 오는 힘
정 대표는 작품에서 강조하는 연대를 이번 작품에 참여하며 여실히 느꼈다. 작품 속 강주연은 의도치 않게 힘들어지고 무기력해진 인물이다. 그 무기력함에 갉아 먹히고 있었다. 갱생마을 세 할머니는 강주연을 기다려주고 들여다보고 살펴봐 줬고 그 덕에 강주연은 자신이 살아있음을 경험한다.
초콜릿나무 단원들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연극을 그만둬야 하나 고민하던 때, '우리 같이 해보자'는 마음 놓치지 않으려 했다. 정 대표는 극단 대표를 맡으면서 혼자서 이끌고 있다고 느끼던 찰나에 이번 작품으로 환기가 됐다. 그는 "지금까지 연극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같이, 함께 해줬기에 가능했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연극을 포함한 그의 삶에서 함께 한 이들에게 감사함을 되새기는 계기였다.
정 연출이 고등학생 때부터 연극하는 정 대표를 봐 왔다. 그가 얼마나 강한지, 연극에 대하는 태도가 어떤지, 무대에서 얼마나 아름다운지 잘 안다. 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장을 펼치고자 했다. 이렇듯 함께 하는 이를 무대에서 잘 표현하고자 하는 마음이 작품에서 '연대'로 집결된 것이다.
정 연출의 대본 첫 장 여백에 <깡한 여자들!> 무대가 그려져 있다. 바닥에 있던 빨랫줄 세 줄이 연극의 최고조에 달할 때 상승한다. 정 연출은 "빨랫줄에 걸린 허름한 옷들이 모여 마을에 사는 이들을 덮어준다. 이것은 등장인물 간 연대를 상징한다"라고 설명했다.
초콜릿나무가 보여주는 마음 따뜻한 연대의 형태는 다음 달 10일 오후 7시 30분 밀양아리랑아트센터 소공연장에서 펼쳐진다.
/주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