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음식 발달 방향과 한식 [권대영의 한식 인문학]

서경IN 2026. 2. 28.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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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영 한식인문학자 (전 한국식품연구원 원장)
세계 음식 발달 방향과 한식에 관한 AI 이미지.


요즘 TV에서는 음식 이야기가 대세이다. 음식 이야기가 나오지 않으면 시청률이 나오지 않는다고까지 한다. 관광에도, 문화에도 심지어는 K-팝에도 음식(K-푸드) 이야기가 나오고, ‘흑백요리사’와 같이 음식을 주제로 한 대중 프로그램이 K-컨텐츠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대중적인 음식 프로그램이 분위기를 잡고 있으면 매우 반가운데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우리 음식을 세계에 알리는 부분에 있어서 ‘흑백요리사’만큼 큰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이 없을 것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자랑스럽지만, 이렇게 대중적인 음식 개발 중심의 프로그램이 많이 나오면 우리 음식의 뿌리와 발달 역사 등 본질이 흔들릴까 하는 우려가 크다. 더 나아가서는 우리나라 음식의 독특성이나 고유성이 크게 호도되거나 왜곡될 가능성에 대해 걱정이 많다.

이미 우리의 음식의 본질과 특징을 수차례 이야기하고 우리 음식을 이해시키려고 노력해온 본인으로서는 이번에 세계 음식 발달 방향을 역사적 관점에서 이야기해 보고 우리나라 음식이 어떻게 고유성을 찾아 음식 발달해 왔는지를 이야기해주는 것이 야말로 책무인 것처럼 느껴온다.

세계 각 지역의 모든 음식의 발달 방향은 다음 네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어떻게 하면 그 음식이나 식물(食物)을 먹을 수 있을까? 먹고 나서 배탈이 나지 않은 음식이 어떤 것이지? 아니면 어떻게 하면 배탈이 나지 않고 먹을 수 있지?이다. 본능이자 인류의 근본적인 핵심 생존 전략이다. 인류의 탄생과 이동, 수렵채집 때부터 시작된 기본적인 문제이다. 그러던 것이 그 민족의 농경과 지리적 특성에 따라 달라져 고유의 특징으로 발전한다. 이 중요한 문제는 불의 발견으로 많이 해결되었다. 식물을 불로 굽거나 나중에 발견된 토기로 끓이므로 음식을 안전하게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불의 발견이야말로 세계 음식 발달의 제1혁명이라고 볼 수 있다. 인류 발달고고학 측면에서 불의 발견 후 인간의 뇌가 커졌다고 한다. 인간이 먹을 것이 해결되므로 음식을 소화시키는 데 드는 에너지가 생각할 수 있는 영역의 뇌로 가면서 뇌가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두 번째 발달 방향은 인류가 어떻게 하면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이다. 이는 인간의 본능으로 음식을 선택하는 데 가장 주요한 요소이다. 이 관점에서 모든 세계 음식이 독특한 방향으로 발달한다. 살아가고 있는 지리적, 농경학적 환경과 역사에 대응하는 지혜가 쌓여감에 따라 음식이 다양하게 발달하고 그 문화적인 차이가 나타난다. 어떤 민족은 다양한 향신료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기름이 풍부한 민족은 튀기면 맛있게 되고, 우리 민족은 양념과 반찬을 이용하여 밥을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알아냈다. 이렇게 음식을 맛있게 먹는 방법의 차이가 세계 각 민족의 음식이 고유의 특성을 나타내는 방향으로 발전하였다.

세 번째로 음식 발달 방향은 어떻게 하면 나중에도 음식을 먹을 수 있느냐?이다. 이 문제 해결은 인간이 수렵채집에서 농경문화로 전환하는 과정과 연결되어 있다. 한번 만들어진 음식을 나중에 먹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먹었던 음식을 나중에 먹으려 할 때, 물에 잘 자라는 미생물에 의하여 음식이 부패되고 이를 먹으면 설사하고 심하면 결국 죽기까지 한다. 대부분 민족은 이 수분을 제거하는 건조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으로는 맛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음식을 말리는 방법 이외의 방법을 각 지역의 민족들이 찾아 발전시킨 것이다. 기름에 튀겨서 맛을 내는 것도 수분을 제거함으로 나중에 먹을 수 있었고, 향신료로 맛을 내는 것도 향신료 중에 미생물을 못 자라게 하는 특수 물질이 있고, 동시에 이 성분들이 맛을 내게 하였다. 우리 민족은 양념이나 반찬 안에 몸에 이로운 균을 자라게 하여 이들 균이 부패균과 싸우서 못 자라게 하여 음식을 나중에도 먹을 수 있게 함과 동시에 맛을 내게 하였다. 음식을 맛있게 먹으면서 나중에도 먹는 방법을 찾는 것은 수 천년의 전통과 지혜가 결합되어 각 나라의 전통음식으로 오늘날까지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음식 발달 방향은 어떻게 하면 음식으로 돈을 벌수 있을까?의 방향이다. 일본의 메이지 유신과 프랑스 혁명 이후 산업화 과정 중에 나타난 현상으로 이 방향은 음식 발달 방향 중에서 매우 주요한 위치를 차지 한다. 프랑스 혁명 이후 왕시ᇃ에서 자리를 잃은 많은 쉐프들이 거리로 나와서 레스토랑을 차린 것이 프랑스 음식발달의 주류를 차지하였고,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에서는 국민들이 건강을 위한 범국가적 차원에서 다른 나라 음식을 연구하여 개선하여 시중에 나오게 하여 먹게 한 방침에서 나온 음식이 오늘날의 일본 음식의 주류가 되었다. 우리나라도 해방 이후 혹독한 경제 상황에서 먹여 살릴려고 집에서 만들어 먹던 우리 음식을 길거리에서 골목에서 팔기 시작하였다. 이것이 시장화를 거치면서 오늘날 K-푸드의 뿌리로 발전한 것이다. 몇몇 개인이나 기업이 일본과 미국의 식품 기술을 들여와 식품을 개발하고 제조하여 판매하여 돈을 버는 과정은 음식과 다른 별개의 식품 발달 방향이다.

우리 음식에 대한 역사나 본질을 제대로 알면 우리 음식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도 매우 높아질 것인데, 요즈음에는 음식 프로그램도 너무 모양이나 맛에 치우친 면이 있어서 아쉽다. 고유의 우리 음식 맛은 설탕과 같이 단맛에서 나온 맛이 아니다. 영혼이 없는 돈 벌기로 음식이 이용되는 것 같아 매우 아쉽다.

권대영 한식 인문학자


서경IN sk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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