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신뢰도 또 최저치…국민 75.4% "교회 못 믿어"
코로나19 이후 하락세 지속…3대 종단 중에서도 꼴찌
사회봉사 부문에서도 국민 여론 저조
"공익보다 이익 앞세우는 집단 인식 강화"

[뉴스앤조이-엄태빈 기자] 국민 75.4%가 "한국교회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공동대표 정병오·신동식·이상민)이 올해 1월 5~10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한국교회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에서, 한국교회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19%에 그쳤다. 기윤실은 2월 27일 성락성결교회에서 조사 결과 발표회를 열고, 한국교회 신뢰도가 저조한 이유를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했다.



한국교회를 극우 성향이라고 평가한 이유로는 △12·3 계엄을 옹호(64.5%) △이주 노동자, 타 종교 및 정치 성향 등 다른 집단에 대한 강한 혐오와 배타성(58%) △민주적 절차보다 권위주의 옹호(43.7%) △폭력적인 언어 및 폭력 선동·옹호(43.3%) 순으로 응답했다. 탄핵 정국에서 단순히 교회가 입장을 표명하는 것뿐 아니라 태도와 언어 등의 표현 방식이 교회 이미지를 극우로 형성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이번 조사에서는 한국교회의 민간 봉사 영역에 대한 국민 여론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점도 다시 한번 확인됐다. 한국교회는 개화기 이래 민간 부문 의료·복지 체계의 핵심적인 축이었다고 자부해 왔으나, 이번 조사에서 사람들은 가톨릭이 한국 사회에서 가장 사회봉사를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종교라고 평가했다. 31.1%를 얻은 가톨릭과 달리 개신교는 17.6%에 그쳤는데, 이는 2023년 조사보다도 3%p 하락한 수치며 35.7%를 얻었던 2020년 조사와 비교해서는 절반가량 떨어진 것이다.
2023년 조사 대비 '한국교회가 한국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응답은 24.1%에서 30.9%로 다소 개선됐다. 그러나 사회 공동의 이익과 종교적 신념이 충돌할 때 한국교회가 무엇을 추구할 것 같은지 묻는 질문에는 62.3%가 종교적 신념을 추구할 것 같다고 응답했다. 사회 공동의 이익을 추구할 것 같다는 응답은 20.9%에 그쳤다.

연구 참여자들은 이번 신뢰도 평가에 12·3 내란을 옹호하고 극우 세력을 결집한 개신교 세력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면서도, 이제는 코로나19나 태극기 집회처럼 특정 사건에 의한 일시적 충격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부정적 인식이 고착화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한국교회가 구제, 봉사, 심리적 위로 등의 자선사업을 활발히 하고 있지만, 일반 시민들은 이를 이익집단의 활동으로 본다고도 지적했다. 사회 전체의 공익보다 교회의 이익을 우선한다는 인식이 강하다는 것이다.

성석환 소장은 교회가 공론장에 참가하는 방식의 구체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신앙의 언어를 공론장에서 소통 가능한 공공선의 언어로 번역하는 역량이 필요하다고 했다. "공론장에서 독선적이고 공격적인 소통 방식이 아닌 공공선의 언어로 번역해서 말할 수 있는 언어 구사 능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개신교 시민사회가 공적 책임성을 담보하는 방식을 마련해야 하고, 외부 검증과 피드백을 수용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여론조사 검토를 맡은 김상덕 교수(한신대 평화교양대학)은 비상계엄을 지나며 극우 세력의 주축이 된 교회를 두고 "최근 벌어지고 있는 탈종교화 현상은 개인화된 영성만을 만들어 내는 게 아니라 다른 형태의 집단 소속감을 만들어 낸다. 주로 극우화된 형태의 정치적 세력과 결합하는 양상이다. 종교적 속성을 이용해, 잘못되고 파편화된 '극단적 형태의 정치 세력'에 동원되는 방식으로 이용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교회가 '나만 옳다'는 독선과 강요를 버리고, 복잡한 사회 문제 앞에서 설득과 중재의 태도를 갖춰야 한다고 했다. "외부 진단에 따르면, 개신교는 다른 종교에 비해 대화가 되지 않는 집단이다. 여러 가지 입장에 차이가 있다는 점, 복잡한 맥락과 모호한 영역이 있다는 부분들을 외면한 채, '나만 옳고 너희는 다 잘못됐어'라는 태도를 일관하고 있는 형태로 비춰지고 있다"면서 "불교나 가톨릭은 친근감을 유지하고 사람들을 유입할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이 있는데 교회는 그런 면이 매우 부족하다. 이제 설득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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