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거울로 각자의 그림을 보라”…경기도박물관 ‘성파선예: 성파스님의 예술세계’ 특별전

옻칠한 캔버스 위에 신비로움이 흐른다. 물속에서도 특유의 광채를 뿜어내는 작품에선 '예술은 억지가 아닌 삶의 발자취'라는 화가의 말처럼, 자연스러운 세월의 흐름과 삼라만상 우주의 질서가 느껴지는 듯하다.
경기도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 '성파선예 性坡禪藝 : 성파스님의 예술세계'는 선승(禪僧)이자 예술가로 활동해 온 성파스님의 작품 세계를 집대성했다. 모두 4부로 구성된 전시는 서예와 도자, 옻칠을 넘나드는 150여 점의 작품을 통해 불교적 깨달음이 어떻게 동시대 예술로 구현되는지를 조망하는 자리다.


제2부 '물아불이'는 '타자와 내가 다르지 않다' 또는 '네가 있으니 내가 있다'는 상대적 관계와 평등함을 드러낸다. 특히 과거, 현재, 미래를 상징하는 3000개의 불상들을 모은 '삼천불전 도자불상'은 제각기 다른 불상의 모습에서 '나 자신'을 마주할 수 있도록 한다.
통도사 서운암 사찰 경내를 벗어나 외부에 처음 공개되는 삼천불전 도자불상 일부가 전시장에 옮겨져 의미를 더한다. 반복과 집적의 형식 속에서 개별 존재가 곧 전체임을 드러내는 장면이다.


마지막 제4부 '일체유심조'는 무의식적 몰입 속에서 완성된 옻칠 회화를 배치한다. "옻칠을 할 때는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는 성파스님은 분별을 내려놓은 상태에서 이어지는 반복적 행위가 곧 수행이자 창작이라고 설명한다. 화면 위에 남은 흔적은 의도와 계산을 넘어선 '마음의 자리'를 드러낸다. 또한 공중에 매단 옻칠 염색 작업과 수중에 잠긴 회화를 통해 위와 아래, 안과 밖의 경계를 허문다.
성파스님은 "사물은 똑같은데 거울에 때가 많이 끼면 잘 안 보이고 거울이 깨끗하면 맑게 보인다. 작품을 어떻게 볼지는 사물에 달린 게 아닌 보는 사람의 마음의 거울에 달려 있다"며 작품에 대한 관람객의 자유로운 감상을 부탁했다.
전시는 오는 5월 31일까지 경기도박물관 전시마루에서 열린다.
/글·사진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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