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권력자들도 머리 염색을 할까-76세 최룡해의 퇴장[청계천 옆 사진관]
● 규격화된 북한 권력자들의 얼굴
북한 미용업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번 주 제가 본 것은 ‘검은 머리’입니다. 9차 당대회 직후 공개된 간부들의 칼라 증명사진과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사진에서, 머리색은 거의 예외 없이 검정으로 정렬돼 있었습니다. 카메라 앞에서 규격화된 권력의 얼굴은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이번 주 가장 큰 뉴스 중 하나는 북한이 새로운 지도부를 출범시키면서 한국에 대해서는 더 이상 동족관계로 얽히지 않겠다는 김정은의 발언이었습니다. 26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20, 21일 9차 당 대회 보고에서 “한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고착시키기 위한 국가적 대책들을 전격적으로 취했다”고 말했습니다. 불과 몇 년 전 백두산 천지 앞에서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손을 들어 카메라를 향해 웃던 문재인 대통령과의 기념사진을 생각하면 대체 어떤 심리 변화인지 의아한 독자들도 많으실 겁니다.
아무튼 북한은 이번 주 9차 당 대회를 마치고 기념 열병식까지 치뤘습니다. 아버지 김정은과 함께 주석단에 올라가 도로 위에서 경례를 하는 군인들을 향해 박수를 치는 김주애의 가죽 점퍼 모습도 시선을 끌었지만 새롭게 등장한 지도부들의 모습도 아마 북한 주민들에게는 중요한 뉴스였을 것입니다. 북한 노동신문은 2026년 2월 24일 “당 중앙위원회 제9기 제1차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2월 23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하면서 간부들의 칼라 증명사진을 신문에 실었습니다. 국기를 배경으로 스튜디오 조명 앞에서 포즈를 취한 모습입니다.


● 최룡해의 퇴장
이번 9차 당대회에서 가장 상징적으로 읽힌 변화는, ‘공식 의전서열 2위’로 불리던 최룡해가 당 중앙위원 명단에서 빠졌다는 보도였습니다. 중앙위원은 물론 후보위원 명단에도 이름이 없었고,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당연직으로 정치국 상무위원을 겸해온 자리인 만큼 ‘상임위원장에서도 물러날 수 있다’는 관측이 곧바로 나왔습니다. 최룡해와 함께 리수용, 리병철 등 원로급 인사들이 줄줄이 빠진 점도 세대교체 신호로 해석됐습니다.

최룡해는 ‘혁명 2세대’의 상징이었습니다. 아버지 최현은 최근 북한은 5000t급 신형 구축함의 이름을 ‘최현호’로 명명할 정도로 북한 역사에서 상징적 인물 중 하나입니다. 혁명 1세대의 아들이라는 출신의 후광, 김정일·김정은 정권을 거치며 이어진 요직 경력, 그리고 늘 권력 가까이에 서 있던 오래된 습관이 사진에 드러나는 사람이었습니다. 2015년 한때 지방 농장으로 추방돼 고된 노동을 하는 혁명화 조치를 받기도 했지만, 당내 실권을 가진 조직지도부장과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습니다.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 때 최룡해는 황해북도 당 책임비서 자격으로 군사분계선(MDL)을 걸어서 넘은 노무현 대통령을 현장에서 영접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는 명단에서 빠졌습니다. 1950년생, 우리 나이로 76세의 최룡해는 더 이상 북한 체제를 대표하는 얼굴이 아니게 된 것 같습니다.
● 새로운 권력자들이 만들어 갈 한반도의 미래는?
1984년생(추정)의 김정은, 2013년생(추정)의 김주애가 권력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세대교체는 당연한 수순일 것입니다. 이제 그가 북한 언론에 자주 등장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검은 머리는 필수가 아닌 선택 사항이 될테니 그의 머리 염색 주기도 늘어날 것입니다.
3세대 권력에 이어 김주애라는 ‘4세대’까지 권력 이양의 준비가 진행되는 듯한 북한의 변화는, 한반도의 미래를 다시 계산하게 만드는 변수입니다. 앞으로 남북관계와 우리의 평화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합니다. 그래서 이번 주 백년사진은 새 얼굴의 등장이 아니라 퇴장하는 최룡해의 사진을 골랐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댓글로 나눠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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