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그라운드] "순천에서 얼굴 자랑 말라"… 이젠 10배 경제 효과, 정구 코트 자랑도 금물
- 4000만 원 유치가 불러온 4억 원 효과… 스포츠 마케팅이 만든 지역경제 훈풍
- 엘리트·생활체육 상생 모델 구축… 순천, 한국 소프트테니스의 ‘얼굴’로 도약

"순천에서 얼굴(인물) 자랑하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예로부터 전남 순천 지역에는 경치와 물이 좋아 미인이나 뛰어난 인물이 많기로 소문이 나서 지역 사람들이 자기 외모를 내세우지 말라는 뜻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여수에서 돈 자랑, 벌교에서 주먹 자랑(싸움)하지 말라와 함께 전남 지역의 특징을 잘 나타내는 표현입니다.
전남 순천시(시장 노관규)에 가면 얼굴 말고도 자랑하지 말아야 할 게 또 있습니다. 27일부터 3월 7일까지 2026 소프트테니스(정구) 국가대표 선발전이 열리는 팔마 실내 테니스장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이번에 선발된 국가대표는 9월 일본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 출전합니다.

팔마 실내 테니스장은 전체 하드코트 8개 면으로 이뤄졌습니다. 정구 대회가 가능 실내 코트로는 국내 최대 규모로 알려졌습니다. 야외에는 추가로 하드코트 10개, 인조 잔디코트 6개가 있어 총 24개 코트로 조성된 테니스 타운입니다.
뛰어난 코트 인프라를 지닌 순천에서 정구 국가대표 선발전을 열리게 된 데는 김길호 회장과 김백수 전무를 비롯한 순천시 소프트테니스협회의 적극적인 스포츠 마케팅 활동이 빛을 발했기 때문입니다.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회장 정인선) 는 이번 선발전 장소를 선정하기에 앞서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과 같은 하드코트 구장을 물색했습니다.

순천시소프트테니스협회 김길호 회장은 순천시체육회의 가용한 예산을 샅샅이 파악한 끝에 4000만 원의 대회 유치금을 마련해서 대한 소프트테니스협회에 개최지 신청을 하면서 성사가 된 겁니다.
이번 대회에는 남자 선수 110명, 여자 선수 90명 등 200명 넘는 선수와 지도자, 학부모 등이 참가하고 있습니다. 대회에 앞서서는 20개 넘는 남녀 실업팀이 코트 적응을 위해 길게는 한 달 가까이 순천에 머물려 전지훈련을 치렀습니다. 한 실업팀 감독은 "1월 말부터 순천에서 훈련했다. 훈련비만 4000만 원 가까이 들었다"라고 전했습니다. 대회 유치금이 한 팀이 순천에서 먹고 자고 훈련하는 데 든 비용과 비슷한 수준이었던 겁니다.
순천시청 남자소프트테니스부 조성제 감독은 "팀당 평균 2000만 원 정도를 순천에서 썼을 것으로 추산된다. 어림잡아 20팀만 잡아도 4억 원 이상의 지역경제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습니다. 한 순천 시민은 "소프트테니스 선수단이 관광객 비수기인 연초부터 순천에 몰려들면서 숙소와 식당, 호프집 등을 하는 자영업자들이 모처럼 희색이 됐다"라고 전했습니다.

대부분 지방자치단체 소유의 테니스장은 엘리트 스포츠 대회를 하게 되면 코트 사용이 쉽지 않게 돼 동호인의 불만이 커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순천 팔마테니스장은 1월 5일부터 생활체육 동호인 사용을 전면 차단하고도 이렇다 할 불만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평소 코트 관리주체인 순천시소프트테니스협회와 순천테니스협회 측에서 동호인 클럽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이해를 구한 데다 앞서 언급한 대로 지역경제에 이바지한다는 명분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실내 코트는 애초에 동호인 클럽 대상의 연단체 예약을 받지 않았으며, 동호인 모임은 야외코트를 충분히 쓸 수 있는 여건도 민원 발생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선발전에 참가한 선수와 지도자들도 매머드 실내 코트에서 경기를 치르는 데 대한 환영 일색이었습니다. NH농협은행 이정운은 "야외에서 하면 바람도 많이 불고 강한 햇볕 때문에 지장을 받기 마련인데 실내라 이런 어려움이 전혀 없다. 쌀쌀한 겨울에도 전혀 추위 걱정을 전혀 할 수 없는 것도 장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순천은 초·고교(매산고 순천여고) 대학교(순천대) 실업팀(순천시청)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소프트테니스 육성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팔마테니스장 등 뛰어난 기반 시설까지 지녔습니다. 2018년 제3회 세계주니어 소프트테니스선수권대회를 국내 최초로 유치한 데 이어 이번 국가대표 선발전까지 더해졌습니다.

2020년부터 줄곧 전남 지역 인구 1위 지자체인 순천은 더 이상 '얼굴 자랑'만 삼가야 할 도시가 아닙니다. 한국 소프트테니스의 미래가 이곳에서 땀을 흘리고, 이곳에서 꿈을 고르고 있습니다. 이제 순천은 한국 소프트테니스의 또 다른 '얼굴'이 되고 있습니다.
사족 한가지. 팔마 코트의 이름은 순천의 상징이라는 8마리 말에서 비롯됐습니다. 말의 해 경오년을 맞아 팔마의 좋은 기운을 받아 태극마크를 단 선수들이 아시안게임 빛내기를 기대해 봅니다. 경기장 외관은 격납고 같아 보입니다. 지축을 뒤흔들 그들의 비상이 시작됐습니다.
김종석 채널에이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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