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얼마나 답답했으면, 직접 감독 찾아갔다… “잘한다 소리만 듣고 야구하다가”

김태우 기자 2026. 2. 28.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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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좋았던 시기와 나빴던 시기가 극명하게 대비됐던 이정후는 올해 더 단단해진 시즌 준비를 벼르고 있다 ⓒ연합뉴스/AP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KBO리그 최고의 타자로 평가받은 이정후(28·샌프란시스코)는 2024년 시즌을 앞두고 기대 이상의 대박을 터뜨리며 화려하게 메이저리그 무대에 입성했다.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라는 거액 계약은, 우리만 이정후를 뛰어난 선수로 보는 게 아니라는 것을 완벽하게 입증하고 있었다.

그러나 첫 2년은 불완전연소에 가까웠다. 당시 샌프란시스코의 문제였던 중견수 문제, 팀 타율 문제, 좌타자 타율 문제를 일거에 해소할 선수로 큰 기대를 모은 이정후는 2024년 수비 도중 펜스에 왼 어깨를 크게 부딪치는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라 그대로 시즌을 접었다. 2024년 37경기 출전에 그쳤다. 단순히 시즌을 날린 게 문제가 메이저리그 투수나 경기장 환경, 그리고 전체적인 경기 흐름에 적응할 소중한 기회가 사라졌다는 게 더 뼈아팠다.

건강하게 복귀한 지난해에는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기막힌 타격을 보여주며 구단의 기대를 입증하는 듯했다. 하지만 시즌 중반인 5·6월 최악의 슬럼프가 찾아왔다. 이정후는 4월 한 달 동안 OPS(출루율+장타율) 0.908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공·수 모두에서 리그 최고의 중견수 중 하나였다. 하지만 5월 OPS가 0.613으로 떨어지더니, 6월 OPS는 0.551까지 추락하면서 경력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

이정후는 6월 25경기에서 타율 0.143이라는 믿기 어려운 성적으로 결국 시즌 전체 성적이 크게 떨어졌다. 이정후 경력에서 월간 타율이 2할 밑으로 떨어진 건 당시가 처음이었다. 아무리 메이저리그라고 해도 교타자인 이정후의 타율이 저렇게 추락한 것은 현지에서도 이변이라고 받아들일 정도였다. 이정후에게도 굉장히 답답한 시기이자, 또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시기였다.

▲ 이정후는 지난해 슬럼프에 대해 멘탈적으로 흔들린 부분이 있었다면서 많은 성찰의 시간이 됐다고 이야기했다 ⓒ연합뉴스/AP

이정후는 ‘스포티비(SPOTV) 미리봄’에 출연한 자리에서 “단기간에 그렇게 못 친 적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고 당시를 돌아보더니 “‘잘한다 잘한다’ 소리만 듣고 야구를 하다가 이제 처음으로 그런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한국에서 잘 안 됐던 선수들이 나한테 뭔가 물어봤을 때 사실 이해가 안 됐던 부분들도 있었다. ‘아 이런 기분이 들었겠구나’, ‘그 마음까지 헤아려줄 수 있었던 사람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7월 이후 타격이 반등하기는 했지만 수비 측면에서 혹평을 들었던 시기도 있었다. 이정후는 2025년 150경기에 건강하게 나가기는 했지만 타율 0.266, 8홈런, 55타점, OPS 0.734의 성적으로 아직은 자신의 100%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정후는 심리적인 문제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정후는 “(슬럼프에) 여러 가지가 있었을 것이다. 페이스가 떨어져 있을 수도 있겠고, 그렇다 보니까 멘탈적으로 흔들리는 부분도 있었다”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신경을 쓰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하는데 결과를 내려고 하다 보니까 자꾸 공 쫓아다니고 그러면 이제 결과가 안 나오면 마음이 조급해지고 자꾸 이게 계속 반복됐던 것 같다”고 반성했다.

이정후도 부단히 노력했다. 오프시즌에는 토니 바이텔로 신임 감독을 찾아가 “더 좋은 야구 선수가 되고 싶다”며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선수가 감독을 찾아가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하는 것은 슈퍼스타급 선수들에게서는 잘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다. 일부 선수들은 자존심이 상한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절실하게 반등을 노리는 이정후에게 그런 마음은 없었다.

▲ 토니 바이텔로 신임 감독과 면담을 통해 올 시즌 활약에 대한 의지를 다진 이정후 ⓒ연합뉴스/AP

이정후는 이에 대해 “투수는 사실 공을 잘 던지면 된다. 야수는 할 게 많다. 수비, 주루, 타격을 해야 하는데 작년에 뭔가 타격이 막힌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잡생각들이 많아졌다. 하나가 막히니까 다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면서 “타자들은 실수 에러를 해도 타석과 주루에서 만회할 수 있고, 타석에서 못 치면 수비와 주루로 만회할 수 있다. 그런 부분들을 생각하다 보니까 그렇게 감독님에게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며 더 나아진 한 시즌을 다짐했다.

다행히 올 시즌을 앞두고 컨디션도 좋고, 새롭게 부임한 헌터 멘스 타격 코치와 호흡도 잘 맞는다고 웃어보였다. 이정후는 “일단 나랑 잘 맞는 것 같다. 타격 폼이 어떻고가 아니라, 하나만 짚어주고 내가 그 하나만 생각할 수 있게끔 훈련하게 해준다”면서 “예를 들어 내 느낌은 안 좋은데 타구가 잘 나와서 나이스라는 코치님도 있고 내 느낌은 좋은데 타구가 빗맞아도 ‘지금이 좋은 거야’라고 이야기하는 코치가 있다. (멘스 코치는) 후자인 것 같다. 내가 잘 쳐도 내 방향성이 안 보이면 '이건 아닌 것 같다'고 이야기해주신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합류한 이정후는 합류 전 네 차례 시범경기 출전에서 타율 0.417, OPS 1.000의 좋은 타격감을 선보임은 물론 수비에서도 어시스트 2개를 기록하며 공·수 모두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새롭게 맡을 우익수는 이미 한국에서 해봤던 포지션이라 오라클파크의 특이한 우측 펜스 구조만 잘 적응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 보고 있다. 이정후의 새로운 시즌이 힘차게 시작되고 있다.

▲ 올 시즌 공수주 모두에서 더 나은 시즌을 다짐하고 있는 이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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