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지우고 영혼 깨운 록의 힘…日 원오크록, '시대의 목소리' 내다
27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8400명 운집
![[서울=뉴시스] 원 오크 록. (사진 = Kosuke Ito 제공) 2026.02.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28/newsis/20260228182450256bvhb.jpg)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J록(J-Rock)이라는 지역적 수식어는 이제 이들을 설명하기에 턱없이 비좁다. 국경과 언어, 그리고 이념의 장벽마저 거침없이 뛰어넘는 거대한 록의 연대.
일본 밴드 '원 오크 록(ONE OK ROCK·원오크락)'이 2년3개월 만인 27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연 내한공연 '디톡스 아시아 투어(DETOX Asia Tour 2026)'은 단순한 라이브의 폭발력이 아닌 '음악이 세상을 향해 할 수 있는 가장 선한 행동'임을 증명한 순간이었다.
공연 시작 '퍼핏츠 캔트 컨트롤 유(Puppets Can’t Control You)'의 강렬한 하드록 사운드가 울려 퍼지자, 체육관은 순식간에 거대한 용광로로 변했다. 쉴 틈 없이 이어진 '더 비기닝(The Beginning)'의 떼창은 이들이 왜 전 세계를 호령하는 밴드인지 단번에 납득시켰다.
보컬 타카(TAKA)의 역량은 경이로웠다. 특유의 긁는 듯한 시원한 창법과 호소력 짙은 음색이 돋보인 '세이브 유어셀프(Save Yourself)', 영국 팝스타 에드 시런과 공동 작업한 메가 히트곡이자 영화 '바람의 검심 최종장: 더 파이널'의 주제곡으로 사회의 틀에 갇히지 않는 이들을 위한 찬가 '레니게이즈(Renegades)'에서는 관객들의 거룩한 '오오오' 합창이 더해지며 숭고한 분위기마저 자아냈다.
토루(TORU·기타), 료타(RYOTA·베이스), 토모야(TOMOYA·드럼) 등 밴드 멤버들의 연주력도 탄탄했다.
![[서울=뉴시스] 원 오크 록. (사진 = Kosuke Ito 제공) 2026.02.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28/newsis/20260228182450405uvpk.jpg)
특히 미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체득한 이들의 글로벌한 감각은 무대 곳곳에서 묻어났다. 영어와 일본어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타카의 보컬과 멘트는 위화감이 없었다. 묵직하고 마초적인 이들의 사운드는 린킨 파크나 림프 비즈킷 같은 서구권 록 밴드의 에너지를 연상케 하면서도, 원 오크 록만의 정교한 서사로 완성됐다.
스마트폰 불빛이 은하수처럼 수놓아진 가운데, 타카는 '웨어에버 유 아(Wherever you are)'를 열창해 뭉클한 감동을 안겼다. '메이크 잇 아웃 얼라이브(Make It Out Alive)'에서는 치열한 사투 속에서 살아남겠다는 강한 생존 본능을 철성(鐵聲)에 가까운 역동적인 샤우팅으로 뿜어냈다.
"음악이라는 토대 위에서"…타카가 던진 묵직한 화두
![[서울=뉴시스] 원 오크 록. (사진 = Kosuke Ito 제공) 2026.02.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28/newsis/20260228182450609qjxu.jpg)
이어 한국, 일본,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겪고 있는 모순을 짚었다. "국민이 가장 중요해야 하는데, 위에 있는 사람들은 과연 국민을 생각하고 있는가. 우리 역시 언젠가 정치인이 될 일은 없겠지만, 음악이라는 훌륭한 기반 위에서 그런 메시지를 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것이 록 밴드로서 중요한 역할"이라고 역설했다.
아시아의 역사적, 정치적 복잡성 앞에서도 이들은 '음악의 힘'을 믿었다.
타카는 "아시아 투어를 두고 고민이 많았지만, 기다려주는 분들이 있는 한 찾아오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며 "의견이 다를 수도 있고 그것이 현실이지만, 그 차이를 음악이 뛰어넘을지도 모른다. 여러분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압박감과 좌절감을 다음 곡에 실어 영혼을 보여달라"고 외쳤다. 그의 외침 뒤에 이어진 무대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선 일종의 카타르시스였다.
![[서울=뉴시스] 원 오크 록. (사진 = Kosuke Ito 제공) 2026.02.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28/newsis/20260228182450785rhek.jpg)
원 오크 록의 무대가 지닌 진정성은 언어와 세대를 넘어 K-팝 아티스트에게도 깊은 영감을 남겼다. 이날 객석에는 원오크록의 팬인 그룹 '라이즈(RIIZE)'의 멤버 소희와 앤톤이 자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희는 공연 종료 직후 팬덤 '브리즈'와 소통 플랫폼으로, 공연 후기를 공유하며 동기 부여 받은 것에 점에 대해 나눴다는 전언이다.
소규모 라이브 하우스에서 시작해 전 세계를 누비고 있는 원 오크 록은 이제 단순히 노래를 부르는 밴드를 넘어, 시대를 고민하고 연대를 노래하는 '시대의 목소리'로 진화하고 있다. 간장게장, 계란찜이 좋다며 한국어로 "준비됐어? 가자!"라고 외치는 토모야를 비롯 내한공연하는 나라에 대한 애정도 느껴졌다.
이날 플로어 객석은 스탠딩석이었고, 관객은 8400명으로 집계됐다.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그간 열린 360도 무대 공연(데이식스·우즈) 등을 제외하고는 최대 규모다. 이 정도면 국내 콘서트업계 상징인 케이스포돔에서도 공연이 가능하다. 원 오크 록은 28일 같은 장소에서 한 차례 더 공연한다. 양일간 1만6800명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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