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야생동물 밀매, 감시 사각지대서 판친다

크기가 작아 숨기기 쉬운 소형 동물은 황당한 방식으로 밀매되기도 한다.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 국경 검문소에서 한 남성이 속옷에 멸종위기종인 주황이마앵무 두 마리를 넣고 들어오다가 세관에 적발됐다. 콜롬비아에서도 한 부부가 속옷 안에 생후 2개월도 안 된 아기 원숭이 6마리를 숨긴 채 출국하려다 붙잡혔다. 진정제를 맞은 채 발견된 원숭이 중 2마리는 이미 숨졌고 나머지도 탈수와 영양실조로 집중치료가 필요한 상태였다.
"700마리 이상 적발됐지만 극히 일부일 뿐"
이런 사건들은 야생동물 불법 거래의 극히 일부다. 멸종위기 야생동물 불법 거래는 마약, 인신매매, 위조품 거래에 이어 세계 4위 규모의 범죄 산업으로 거래액은 연간 약 1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학술지 '바이올로지컬 컨서베이션(Biological Conservation)'에는 그중에서도 소형 야생 고양이 밀매 실태를 체계적으로 들여다 본 첫 연구가 게재됐다. 콜롬비아 메릴랜드대학 연구팀은 재규어 밀매를 조사하던 중 소형 고양이과 동물들도 광범위하게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콜롬비아 당국 기록을 분석한 결과, 2015~2021년 사이 700마리 이상의 소형 야생 고양이가 압수되거나 당국에 자진신고됐다. 이 중 가장 많은 것은 오셀롯으로 400마리 이상이었고 온실라, 재규어런디, 마게이 등도 포함됐다. 대부분은 살아있는 상태로 발견됐고 '이국적 반려동물'로 팔릴 목적으로 거래됐다. 가죽과 이빨 등 신체 부위가 압수되기도 했다.
연구팀은 이 수치가 실제 밀매 규모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야생동물 범죄 전문가인 폴린 베르헤이는 "법 집행 기관이 실제 불법 거래량 중 아주 작은 일부만 적발한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적발 대부분도 '자진신고'
전문가들은 소형 야생동물이 구조적으로 더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영국 옥스퍼드 브룩스대학 야생동물거래연구그룹의 빈센트 니만 교수는 "작을수록 더 많이 거래되지만 관심은 더 적다"고 말했다. 대형 고양이과 동물은 수십 년간 국제적인 추적과 감시가 이루어진 반면, 소형 종은 학술 연구 자체가 드물었다는 설명이다. 콜롬비아에서도 해당 소형 고양이 종들의 전체 개체 수조차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연구팀은 '자진신고 제도'가 실태 파악을 더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콜롬비아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는 개인이 불법으로 보유한 야생동물을 당국에 자진신고할 경우 처벌을 면제해주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이 제도 자체는 동물 구조를 위한 것이지만, 자진신고 건수를 밀매 통계에서 제외하면 실제 거래 규모가 크게 축소되어 보이는 문제가 생긴다. 연구팀에 따르면 콜롬비아에서 적발된 소형 고양이 상당수가 바로 이 자진신고를 통해 파악된 것이었다.

대부분 CITES 부속서 I에 해당하는 상업적 거래 금지 종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거래되고 있지만 이들 소형 고양이 대부분은 국제법상 최고 수준의 보호를 받는 종이다.
CITES는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국제거래를 규제하는 국제협약으로 현재 183개국이 가입해 있다. 협약은 보호 수준에 따라 대상 종을 세 단계 부속서로 분류한다. 가장 높은 등급인 부속서 I에 속하는 종은 상업적 목적의 국제 거래가 원칙적으로 전면 금지된다. 수출입 모두 정부 허가증이 필요하며 과학연구 등 비상업적 목적에 한해 극히 예외적으로만 허용된다. 부속서 II는 당장 멸종 위기에 처하지는 않았지만 거래를 방치할 경우 위협받을 수 있는 종으로 허가증을 갖추면 제한적으로 거래가 가능하다.
이번 연구에서 다뤄진 소형 고양이 종들은 대부분 부속서 I에 해당한다. 오셀롯과 마게이, 온실라는 1989년부터 부속서 I에 등재됐으며, 재규어런디는 북미·중미 개체군이 부속서 I, 남미 개체군이 부속서 II에 속한다. 즉 이들을 포획하거나 거래하는 행위는 국제법상 명백한 불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00마리 이상이 적발됐다는 것은 현재 규제만으로는 밀매를 막기 역부족이라는 현실을 보여준다.
연구를 이끈 나탈리아 무뇨스 카솔리스는 "소형 고양이 밀매는 드물고 가끔 일어나는 일로 여겨져 왔지만 실제 수치를 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며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공동 저자인 멜리사 아리아스는 "자진신고 건수를 야생동물 밀매 통계에 포함시키지 않으면 문제의 실체를 놓치게 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다른 야생동물 거래 연구자들에게도 자진신고 데이터를 포함한 연구 방법론을 채택하고 소형 고양이과 동물 밀매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줄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향후 라틴아메리카 전반의 자진신고 실태를 비교 분석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