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된 서학개미…증시 조정오면 환차손까지 ‘쌍코피’ 터진다 [나기자의 데이터로 세상읽기]
美주식 잔액 증가율 글로벌 2위
개인 해외주식 투자 94% 미국에 집중
IMF “美증시 하락 세계경제에 위험”
美증시 하락하면 달러 동반하락 가능성
주식하락과 환차손 이중고 겪을수도
정부, 국민연금 환헤지 확대 검토나서
개인투자자 위한 환헤지 4월 출시 예고

지난해 하반기 이후 나스닥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대장주 중 하나인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6개월새 약 20% 가량 하락했습니다.
AI 테마로 올랐던 미국 증시가 힘을 못 쓰는 이유는 ‘실제로 AI가 돈을 벌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빅테크 4인방(아마존 알파벳 MS 메타)는 올해만 우리돈 약 1000조원을 AI부문에 투자할 예정입니다.
문제는 이 같이 비용을 늘어나는데, 수익은 그에 상응해 오르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는 기업가치가 5000억달러에 이르지만 지난해에만 약 140억 달러(약 20조원)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빅테크들이 너도나도 AI전쟁에 뛰어들면서 대규모 투자는 이뤄지고 있지만, 수익성엔 물음표가 붙으면서 미국 증시가 최근 들어 상승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하방요인으로 ‘소수의 AI·첨단기술에 대한 투자집중’을 언급했습니다. 만일 AI거품론에 따라서 미국 증시가 하락하면 어떻게 될까요? 이번 연재기사에선 이 부분을 알아보겠습니다.
美주식 보유액 싱가포르 이어 2위 증가
미국 재무부의 ‘외국인 미국 증권 투자 내역(TIC)’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한국의 미국 증권(주식+채권) 보유액은 총 8718억달러로 집계됐습니다. 당시 달러당 원화값을 적용하면 약 1273조원입니다. 이는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규모입니다.
한국은 미국 증권 잔액 기준으로 글로벌 10위에 들어섰습니다. 영국(3조7000억달러), 캐나다(3조2000억달러), 일본(2조9000억달러) 등에는 못 미치지만 독일(8400억달러)보다 많아졌습니다. 특히 채권을 제외한 주식 보유액만 따지면 세계 8위의 ‘큰손’이 됐습니다.

더 주목할 점은 가파른 증가 속도입니다. 미국 주식 보유액 증가율은 최근 5년간 연평균 24.7%에 달했습니다. 이는 싱가포르(29.2%)에 이어 세계 2위이며, 국가별 평균 증가율(15.8%)을 크게 웃도는 수준입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한국 투자는 미국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한국 개인투자자가 보유한 해외 주식 가운데 94%가 미국 주식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이달 11일 기준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한국 개인의 해외 주식 투자 잔액 가운데 약 94%(1666억달러)가 미국 주식이었습니다. 이른바 ‘서학개미’의 해외 투자가 대부분 미국에 집중된 것입니다.
국내 기관투자가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습니다. 국민연금은 2025년 말 기준 550조원 규모의 해외 주식을 운용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약 70%가 북미 주식시장에 집중돼 있습니다.
2010년대와는 다른 환율 문법 탄생해
올해 들어 인공지능(AI)이 기존 소프트웨어 산업 구조를 재편할 수 있다는 이른바 ‘사스포칼립스(SaaS+Apocalypse)’ 우려가 확산하면서 나스닥 등 미국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달러 가치도 약세 흐름을 보이면서 국내 투자자는 미국 주식 하락과 환차손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QE) 시기에는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으로 위험자산 선호가 확대됐고 신흥국 증시와 채권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달러는 약세 흐름을 보였습니다. 미국 증시 투자로 수익을 얻더라도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었지만, 반대로 증시 조정 시에는 달러 강세가 나타나며 손실 일부를 상쇄하는 ‘자연 헤지’ 효과가 작동하기도 했습니다. 국민연금이 2014년 해외 투자 자산에 대한 환헤지 비중을 사실상 0%로 낮춘 것도 이러한 시장 환경과 장기 투자 전략을 반영한 결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시장 구조는 다시 변화했습니다. 미국 증시와 달러가 동시에 강세를 보이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을 미국 빅테크 기업이 주도하면서 글로벌 자금의 미국 쏠림 현상이 심화됐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미국 증시가 조정될 때 달러 약세가 동반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경우 환노출 투자자는 주가 하락과 환차손을 동시에 겪을 수 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10월 글로벌금융안정보고서(GFSR)를 통해 주요 선진국 투자자들이 환위험 관리에 나서고 있지만 글로벌 전체적으로는 환헤지 수준이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달러 약세 이후 해외 투자자들이 환헤지를 확대할 경우 달러 매도 압력이 커지면서 달러 약세가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우선 정부는 해외 투자에 대한 국민연금의 환헤지 비중을 높이는 전략을 적극 검토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 전체 자산에서 약 7%를 차지하는 해외 채권 투자(2025년 말 기준 102조원)에 대해 환헤지를 실시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상반기 중 국민연금 해외 투자와 관련해 ‘뉴 프레임워크’를 도입해 환헤지 비율을 높이면서 원화 약세를 방어할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세제 혜택을 통해 개인투자자의 국내 투자 유입을 유도하고, 수출기업에는 달러 환전을 독려할 방침입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증권사와 협의해 개인투자자를 위한 환헤지 상품을 이르면 오는 4월 출시할 예정입니다. 정부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미국 주식 투자 쏠림이 심화하면서 증시 변화에 따른 변동성이 커졌다”며 “환헤지 비중을 선제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연금과 개인 투자자의 미국 투자는 자산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다만 이러한 투자 쏠림이 달러화 자산을 높은 가격에 매수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원화를 과도한 약세 국면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투자자 역시 미국 증시 조정이나 달러 약세 가능성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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