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만 원 받고 쓴 기사가 언론사 문 닫게 하는 날, 언젠간 올 겁니다"

박서연, 금준경 기자 2026. 2. 28.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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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00억 원대 사기 가담한 경제매체들 손해배상 이끈 김민호·류준형 변호사… "수백억 사기 방조해 피해자 양산한 기사엔 징벌적 손배 필요해"

[미디어오늘 박서연, 금준경 기자]

▲4년 시간 끝에 '기사형광고'의 문제점이 명시된 판결을 이끈 (왼쪽부터) 류준형 김민호 변호사가 지난 12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미디어오늘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기사 보셨죠?' '서울경제, 한국경제TV, 파이낸셜뉴스에서도 기사 났어요' '금방입니다~'. 비상장 법인인 베노디글로벌이 모집책인 공모주TV를 통해 피해자들에게 주식 상장 등을 미끼로 수백억 원대의 투자금을 가로채는 사기 행위를 벌이는 과정에서 경제매체들이 돈을 받고 쓴 '기사형광고'를 이용했다. '평택 공장 증설', '북미 시장에 전기모터 5만 개 계약' 등. 피해자 입장에선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주류 경제매체의 보도가 신뢰를 높였다.

그 결과 지난달 29일 대법원 1부는 투자사기 회사인 베노디글로벌 업체를 띄워준 '기사형 광고' 보도로 인한 피해자 3명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서울경제와 파이낸셜뉴스, 한국경제TV의 상고를 기각하고, 각각 2717만5000원, 477만5000원, 420만 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투자사기 업체의 보도자료를 돈 받고 사실확인 없이 받아쓰면서 '기사형광고' 표시까지 하지 않아 피해가 발생해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의 책임'이 있다고 본 판결이다.

이 소송을 이끈 김민호·류준형 VIP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언론이 '사기'에 활용되고 이를 방조했다면 징벌적 손해배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위보도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자는 취지가 아니다. 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대규모 사기 조직에 피고와 같은 언론사들의 기사가 기망행위 수단에 활용됐고 범죄를 방조한 정도까지 갔다면 징벌적 손배를 해야 한다”라고 입을 모았다. 4년 시간 끝에 '기사형광고'의 문제점이 명시된 판결을 이끈 두 변호사를 지난 12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미디어오늘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4년 시간 끝에 '기사형광고'의 문제점이 명시된 판결을 이끈 (왼쪽부터) 김민호 변호사가 지난 12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미디어오늘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사건을 어떻게 인지하게 됐나? 피해자들을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궁금하다.

김민호= “지인 중 한 분이 비상장 주식 사기를 당한 것 같다고 연락해 왔다. 면담해보니 일단 가해자의 재산을 압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점조직(큰 조직에서 1~3인 정도의 극히 소규모 인원만이 함께 행동하거나 교류해 상급자를 알 수 없는 조직)으로 운영되는 범죄조직이다 보니까 범죄 수익을 조기에 은닉할 것 같아서 일단 등기부등본상 베노디글로벌 임원들에 대한 가압류 절차부터 진행했는데, 예상했던 대로 빈털터리였다. 베노디글로벌 측이 답변서도 안 내고 변호사 선임조차 안 했다. 베노디글로벌 상대 민사소송에서 승소했지만 단 한 푼도 받을 수 없었다. 이미 다 빼돌릴 건 빼돌린 거다. 모든 피해자가 주범들한테 돈을 받지 못했다. 피해자 단톡방에 당시 300명 넘게 모였고, 보통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피해자들의 사연을 듣고 보니 경제매체들이 보도한 기사가 사기 업체의 사기 행위를 도왔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나?

김민호= “의뢰인 기록을 자세히 보니까, 공모주TV라는 모집책(사람이나 물건 따위를 모으는 사람)들이 피해자를 기망하는 과정에 언론사들의 기사를 적극 이용했더라. 언론사들이 보도한 기사 내용을 보니 피해자들에게 거짓말한 내용을 그대로 기사화 한 걸 보면서 결과적으로 사기 주범 일당을 방조한 걸로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언론사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공모주TV가 피고들의 기사를 적극 활용한 증거가 남아있는 피해자 6명을 선별해서 소송을 진행했다.”

▲ 베노디글로벌 관련 기사들.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소송 과정은 어땠나? 1심부터 설명해달라.

김민호=“1심부터 재판부와 피고들한테 조정하자고 읍소했다. 1심에서 패소해도 문제고 승소해도 문제기 때문이다. 저희가 전체 청구한 피해 금액에 5%만 인용돼도 무조건 피고들이 항소할 거라고 피해자들한테 이야기했다. 판례가 남으면 다른 피해자들도 소송을 걸 거기 때문에. 피고들은 전부 승소하지 않는 이상 무조건 항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우리가 승소라는 결과를 받아내기 전에 비공개로 조정하자고 했다. 그런데 피고 언론사들이 거절했다. '1원의 책임도 지지 않는다' '인과관계가 없다고 생각해서 단 한 푼도 줄 수 없다'라고 말하더라. 1심에서 우리가 승소했지만, 항소심에서도 조정을 읍소했다. 그때 언론사들이 '여기서 조정하면 사례가 남아서, 후속 소송이 들어와서 조정 못 한다'고 했다. 계속 기회를 줬지만 끝내 거부했다.”

▲4년 시간 끝에 '기사형광고'의 문제점이 명시된 판결을 이끈 (왼쪽부터) 류준형 김민호 변호사가 지난 12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미디어오늘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언론사 입장에선 '기사와 별개로 이미 투자를 결심한 사람들이었다'고 주장했을 것 같다. 인과관계를 어떻게 입증했는지 궁금하다.

김민호=“손배소 소송에서 승소하려면 세 가지를 입증해야 한다. 불법행위(사기 방조 입증), 손해 액수 입증, 그리고 제일 넘기 어려운 산이 인과관계 입증이다. 언론사들은 '우리 기사가 없었더라도 투자했을 거고, 우리 기사 때문에 투자를 결정했을 거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인과관계 부인이다. 많은 범죄 피해 피해자들이 손배소에서 인과관계를 입증하지 못해서 패소하는 경우가 많다. 저희 역시 인과관계 산을 넘기 힘들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공모주TV와 피해자들의 카카오톡 대화 내역을 보니 모집책들이 기사를 포워딩하면서 '기사 보셨죠?' '서울경제 한국경제TV에서도 기사 났어요' '금방입니다'라고 말하더라. 피해자들은 유튜브나 정말 작은 매체도 아닌 무려 한국경제TV, 서울경제, 파이낸셜뉴스와 같은 대형매체에서 기사를 보고 믿은 거다. 돈 받고 쓴 기사면서 광고 표시도 안 했다. 취재 결과 나온 기사라고 생각했다. 의사 결정 과정에서 도움을 준 게 분명하다.”

류준형= “소송의 출발점은 카카오톡 메시지다. 광고성 기사를 포털 사이트에 올렸다고 해도 구독자라든지 인터넷 이용자가 열람한 이후에 투자했다는 걸 입증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 사건은 공모주TV라는 중간 업체가 있었고 이들이 홍보하는 과정에서 카카오톡 메시지로 기사 링크를 전송했다. 카톡의 특징은 안 읽으면 1이 남아있고 읽으면 1이 사라진다. 피고들은 1이 사라졌다고 기사를 클릭해서 열람했다고 볼 수 있냐고 반론했다. 심지어 로그 기록을 제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년이 지나 로그 기록을 개개인이 입증해야 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고, 요즘 기사 링크를 보내면 본문을 읽지 않아도 제목과 주요 내용 일부가 보인다는 주장을 강하게 했더니 재판부가 받아들였다.”

▲ 경제신문들의 사기업체 기사형광고.

-베노디글로벌 홍보 기사는 돈 받고 쓴 기사였다. 재판부는 어떻게 판단했나.

김민호=“특히 항소심 재판부가 고민을 많이 했다. 기사의 본질에 대해서 화두를 던질 정도였다. 이게 '기사형광고'인지, 홍보성 기사인지. 원고와 피고 모두에게 관련 논문 같은 것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류준형=“이 사건 이전에 한경닷컴의 도깨비 쿠폰 기사형광고 판결이 있었다. 선례가 있었기 때문에 그 사건과 유사하다고 주장했고, 언론사는 반대로 그 사건과 다르다고 주장하면서 방어했다. 그때 '기사형광고'라고 정의됐다. '기사형광고'는 광고의 성격이고 광고성 기사라고 하면 기사인 거다. 광고주와 돈이 오갔었는지 등이 기준이 됐다. 저희는 그때 사건과 이번 사건과 비교했을 때 기사 성질이 동일하고 심지어 이번이 더 심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광고임을 유추할 수 있는 그 어떤 문구도 없었고 일반적인 기사와 완전히 동일한 형태로 작성됐다. 도저히 광고라고 인식할 수 없었다.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주장했고 재판장도 동의했다.”

-대법원 판결까지 4년이 걸렸는데, 피해자들은 어떻게 됐나.

김민호=“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발언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너무 무서웠다. 불안했다.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겠다. 항암치료 받는 중에 사건이 터져서 병이 악화한 분도 있었고. 파혼당한 사람도 있었고. 언제 의뢰인들이 내려놓을지 몰랐다. 언론 자유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자유고 폭넓게 인정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결과적으로 범죄행위의 사기행각을 방조한 정도에 이르렀다면 그런 경우에는 언론사 대상 손해배상에서 징벌적 성격의 손배를 인정해야겠더라. 허위보도에 징벌적 손배를 도입하자는 취지가 아니다. 대량의 피해자를 양산한 대규모 사기 조직에 피고와 같은 언론사들의 기사가 기망행위 수단에 활용됐고 범죄를 방조한 정도까지 갔다면 징벌적 손배를 해야 한다. 이 소송을 하면서 절실히 느꼈다.”

▲4년 시간 끝에 '기사형광고'의 문제점이 명시된 판결을 이끈 (왼쪽부터) 류준형 변호사가 지난 12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미디어오늘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서울경제 기사 손해배상액이 가장 컸다.

류준형= “기사를 공유한 시점 이전에 투자가 이뤄진 건 인정 안 해줬다. 각 언론사의 기사를 공유한 시점을 다 따졌고, 투자한 내역을 정리했을 때 어느 언론사의 기사 제공 시점 이후에 추가 투자가 많았는지 따져보니, 서울경제가 비교적 기사 제공이 많이 됐고. 액수 차이는 거기서 발생했다.”

-지금도 '기사형광고'가 많다. 적지 않은 언론사들은 내용을 검증하지 않고 있다. 당부하고 싶은 말은?

김민호= “사기 수법이 많이 달라졌다. 지금은 범죄조직들이 굉장히 점조직화돼있어서 실제 주범은 뒤에 빠져있고, 사기를 기획하는 단계에서 필연적으로 경제매체들의 기사를 활용할 걸 짜놓고 시작한다. 가장 적은 비용으로 피해자를 기망하기에 너무 좋은 수단이다. 언론사들이 '기사형광고'를 쓰는 과정에서 리스크를 검토해야 한다. 이제는 경제전문매체도 자정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베노디글로벌 사태는 반복될 거다. 이번 판결이 오히려 언론사들에게 불행 중 다행이다. 피해 규모가 수천억이 아닌 사건이라는 거다. 수천억의 20%였으면 얼마를 배상해야 하는 건가. 수십만 원 받고 쓴 '기사형광고'가 언론의 존폐를 결정할 수 있는 시기가 올 수도 있다. 경각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류준형= “피고들이 베노디글로벌이 평택시에 공장을 증설한다는 기사를 냈는데, 피고 언론사 중 한 곳이 '독자가 평택시에 전화를 걸어봤으면 알 수 있지 않냐'고 되묻더라. 언론이 해야 할 의무를 하지 않고 책임을 떠넘기더라. 또 서로가 서로의 기사를 참조했다는 책임 떠넘기기도 했다. 이번 소송 과정에서 언론사들이 이런 주장을 하는 걸 보고 아직도 책임감이 너무 미미하다는 걸 느꼈고. 이렇게 손배 책임 판결 나온 건 기쁜 일이지만, 과연 언론사들이 책임감을 갖게 될까? 4년을 싸워왔고 피해액의 책임 제한이 20%로 총 3600만 원 배상 판결이 났다. 그러나 대중이 접했을 땐 수백억 규모 범죄가 발생했고 언론사들이 방조한 사건인데 3600만 원만 배상하면 끝이네? 라고 생각하게 된다. 언론사들이 다시는 안일하게 이런 기사를 작성할 수 없을 만한 거대한 손배가 따르거나 추가적인 법 개정을 통해 처벌 규정이 필요한 것 같다. 요즘은 유튜브도 광고 표시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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