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소비세 제로’ 승부수…재정·민심 사이 줄타기
IMF 경고·야당 반발·외식업계 우려까지…정책 실행 험로
(시사저널=박대원 일본 통신원)
2월18일 참·중의원(상·하원) 본회의에서 제105대 총리로 재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제1차 내각 각료 전원을 유임시키는 형태로 제2차 내각을 출범시켰다. 2월8일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압승을 거둠으로써 다카이치 내각에 대한 국민 신임을 얻었다는 판단에서다. 이후 다카이치 총리는 2월20일 시정방침연설에서 "일본 열도를 강하고 부유하게 만들겠다"며 외교력, 방위력, 경제력, 기술력, 정보력, 인재력 등 총합적인 측면에서 국력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책임 있는 적극재정'이 일본의 국력 강화의 핵심이 된다며 대규모 재정지출을 통해 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외교·안전보장 분야에서는 "평화와 번영을 창조하는 '책임 있는 일본 외교'를 전개하겠다"며 규칙에 기반한 자유무역체제 유지와 확대에 공헌하고 자유, 민주주의, 인권, 법의 지배와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와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일본에 바람직한 안전보장 환경을 스스로 창출"하기 위해 동맹국 및 동지국(同志国)과의 협력을 증진함으로써 방위력의 '발본적 강화'를 보완해 나가겠다고 역설했다.

日 국민 절반 "재원 대책 없이 감세 안 돼"
다카이치 총리는 이번 시정방침연설에서 2년간 식료품 소비세율을 0%로 낮추는 '소비세 제로' 공약 실현을 위해 초당파 '국민회의'를 개최하겠다는 의욕도 드러냈다. 임금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해 실질임금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식료품 소비세 인하를 통해 실질소득 마이너스 폭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비세 제로 공약에 대해서는 전문가와 국민을 불문하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먼저, 마이니치신문이 2월21~2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소비세 제로 공약과 관련해 응답자의 47%가 "확실한 재원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감세를 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또한 국제통화기금(IMF)도 일본 정부의 재정 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며 "재정 리스크를 높일 수 있는 소비세 삭감을 피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고령화로 인해 의료비와 간병비 등 사회보장 비용이 늘어나며 국채 이자 지급 부담도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일본 정부가 감세 조치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초당파 '국민회의' 구성에 대해 야당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먼저 참정당의 가미야 소헤이 대표는 소비세 감세에 반대하는 정당을 '배제'하는 형태로 '국민회의'가 구성되는 것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참정당이 '소비세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는 이유로 자민당 측이 참정당을 국민회의에서 배제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민주당의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는 "(소비세 감세에) 신중한 사람들도 넣어서 제대로 합의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논의를 하는 데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국민회의라고 하는 이상 가능한 한 폭넓은 참가를 모으는 편이 좋은 안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고바야시 다카유키 자민당 정조회장은 "특정 정당을 '배제'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밝혔으며, 스즈키 이치 자민당 간사장도 현재 소비세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참정당이 2년간의 잠정적인 소비세 감세에 찬성한다면 국민회의에 참가해도 좋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도개혁연합의 오가와 준야 대표는 "야당을 논의에 끌어들이고 싶어 하는 것은 성실함인가 계략인가. 만일 (소비세 감세를) 안 하게 됐을 때, '야당이 이렇다 저렇다 (비판)하니까'라는 변명을 해서는 곤란하다"고 했다.
2월24~25일 이틀간 국회에서 실시된 대표 질문에서도 소비세 제로 공약과 관련된 질의가 이어졌다. 먼저 24일에는 소비세 제로 공약 이행 의지를 질문하는 중도개혁연합의 오가와 대표에게 다카이치 총리가 "야당의 협력을 얻게 된다면 여름 전에는 중간 보고서를 내고 필요한 세제 개정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답하며 소비세 감세에 의욕을 드러냈다.
2월25일의 대표 질문에서도 초당파 국민회의를 열고 2년간의 잠정 조치로서 소비세 제로를 논의하겠다는 다카이치 총리에게 국민민주당의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가 "국민회의에서 의견이 정리되지 않으면, 야당의 반대를 이유로 식료품 소비세 제로를 그만둘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다카이치 총리는 "국민회의에서의 논의를 통해 구체적인 실시 시기를 포함해 결론을 얻으려고 하는 단계"이며 "현시점에서 결론을 먼저 내는 일은 없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는 2월26일 자민·유신 연합과 중도개혁연합, 국민민주당, 신생 정당 '팀 미라이'가 참석한 가운데 국민회의 첫 회합을 추진했다.
외식 업계에서는 소비세 제로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 푸드서비스협회장 구시모토 교코는 2월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외식 업계에 대해서는 표준세율인 10%의 소비세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현재도 8%의 경감세율이 적용되고 있는 식료품 소비세가 0%로 인하될 경우 슈퍼나 편의점에서 도시락이나 반찬을 사서 먹는 사람은 늘어나는 반면, 음식점을 방문하는 손님은 감소해 음식점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또 식료품에 대해 소비세를 인하하는 경우, 외식 소비세도 감세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시락 판매 늘겠지만 식당엔 중대한 타격"
소비세 제로의 실시 시기와 세수 보충을 위한 재원 마련을 둘러싼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다카이치는 지난 2월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2026년도 안에 소비세 제로 실시를 목표로 삼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러나 2월20일의 시정방침 연설에서는 "세제 개정 관련 법안의 조기 제출을 목표로 하겠다"며 구체적인 정책 실시 시기에 대한 발언을 피했다. 이와 관련해 노무라종합연구소 이코노미스트인 기우치 다카히데는 과거 일본의 소비세율 인상 시, 관련 법률의 성립부터 실제 세율 변경까지 약 1년 반이 걸렸던 점을 감안하면 빨라야 2027년 여름부터 실시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의 각종 매체들도 소비세 제로 도입 시기는 빨라야 2027년 봄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세수 보충을 위한 재원 마련과 관련해서는 식료품에 대한 소비세를 2년간 0%로 유지한 뒤, 소비세를 12%로 인상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다카이치 총리는 소비세 인상 검토는 사실이 아니라며 증세 가능성을 부정했다. "세율 인상 없이 세수를 늘리겠다"면서도 소비세 삭감을 주장하는 다카이치의 공약에 대해 전문가들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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