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주식 소각 의무화, ‘자산’이 아니라 ‘자본거래’로 읽어야 한다 [최승환 변호사의 경영권 분쟁 해결사]
3차 상법 개정의 자기주식 규율을 중심으로

“자사주는 그냥 회사가 들고 있는 자기 회사 주식 아닌가요?”
실무에서 경영진이나 오너 일가와 상담하다 보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질문이다. 직관적 정의로 틀렸다고 하기는 어렵다. 다만 그 뒤에는 상법·회계기준·세법이 서로 다른 언어로 자기주식을 설명해 온 복잡한 지형이 숨어 있다. 3차 상법 개정의 취지를 이해하려면, 자기주식이 도대체 무엇인지부터 다시 묻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자기주식(자사주)은 회사가 자기 명의와 계산으로 재취득한 자기 회사의 발행주식을 말한다. 주식은 본래 주주의 사원권을 표창하는 지분증권이다. 그런데 회사는 자기 자신에 대하여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고, 배당을 청구할 수도 없다.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순간, 그 주식은 더 이상 특정 주주의 권리를 담은 유효한 지분증권이라기보다, 원칙적으로 소각을 예정한 과도기적 법정 상태에 들어간 것으로 보는 편이 이론적으로 정합하다.
3차 상법 개정은 자기주식의 본질을 명시적 입법으로 명확히 드러낸 개정이다.
2026년 2월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 상법의 골격을 실무 관점에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자기주식에 대하여는 의결권·신주인수권·배당청구권 등 주주권 행사가 금지된다(제341조의3 제1항).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한 경우에는 취득일로부터 원칙적으로 1년 이내에 소각하여야 한다(제341조의4 제1항). 계속 보유하거나 처분하려면 이사회가 ‘자기주식보유처분계획’을 수립하고, 매년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제341조의4 제2·3항).
자기주식을 처분할 때에는 각 주주의 보유주식 수에 비례한 균등 조건이 원칙이다(제342조 제1항). 제3자에 대한 처분은 임직원 보상(주식매수선택권 포함), 우리사주제도, 신기술 도입이나 재무구조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필요가 인정되는 경우로 한정된다(제342조 제2·3항). 처분 절차에는 그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신주발행 규정이 준용되고(제342조 제4항), 합병·분할 시 자기주식에 대한 신주(분할신주) 배정은 전면 금지된다(제529조의2, 제530조의13). 자기주식을 질권의 목적으로 삼거나, 자기주식을 교환·상환 사채의 기초 자산으로 활용하는 것 역시 허용되지 않는다(제341조의3 제2·3항).
자기주식보유처분계획 승인 없이 자기주식을 취득일로부터 1년 이내에 소각하지 아니하거나 또는 자기주식보유처분계획의 내용에 위반하여 자기주식을 보유·처분한 경우, 이사 개인에 대하여 5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제635조 제3항).
개정법 시행 전에 이미 보유하고 있는 자기주식에 대해서는 시행일로부터 6개월이 지난 날을 기준으로 1년 이내, 즉 최대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이 부여된다.
자기주식을 둘러싼 개념의 혼선은 분야별로 전제하는 사고의 틀이 다르기 때문에 생긴다.
회계사의 관점에서 자기주식은 자본이 감소한 결과다. 회사가 주주에게 대가를 지급하고 자기주식을 취득하면, 재무상태표에서는 자산이 줄어드는 동시에 자본 항목에 자기주식 계정이 차감(-)으로 계상된다. 경제적 실질이 출자 환급(capital return)에 따른 자본감소라는 점을 그대로 반영하는 처리다. 회계기준은 자기주식을 “한 번 유입되었다가 주주에게 환급된 자본의 흔적”으로 파악한다.
법률가의 전통적 설명은 다소 다르다. 판례는 자본충실 원칙을 “회사 재산의 실질적 보전”이라는 관념과 결부시켜 왔고, 그 연장선에서 자기주식을 “회사가 주주에게 대가를 지급하고 취득한 재산”으로 설명하는 자산설(資産說)을 오랫동안 취해 왔다. 대법원은 자기주식을 회사 재산의 항목 중 하나로 전제하는 취지의 설시를 여럿 남기고 있다. 자기주식의 법적 성질을 둘러싼 논의에서 “자산설”이라고 부르는 태도다.
세법의 태도도 자산설에 가깝다. 회사가 자기주식을 제3자에게 처분하여 이익을 얻으면, 세법은 이를 자기주식처분이익으로 보아 익금에 산입하고 법인세를 과세하는 구조를 가진다. 주주로부터 취득할 때에도 양도소득이나 의제배당으로 과세한다. 조세정책적 고려가 반영된 것이지만, “자기주식 처분은 실질적으로 재산의 처분”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는 점에서 세법의 태도 역시 자산설에 가깝다고 평가할 수 있다.
“회계상으로는 자본 차감 항목이지만, 법적으로는 회사 재산”이라는 절충론은 겉으로는 편리해 보인다. 그러나 자기주식을 회사 재산으로 보는 자산설은 여러 층위에서 이미 설득력을 잃고 있다.
첫째, 권리 행사 측면에서 그렇다. 자기주식에는 의결권이 부여되지 않고, 배당을 실시해도 배당금은 결국 회사로 되돌아온다. 주주권의 핵심인 의결권과 배당청구권이 실질적으로 배제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기주식을 일반적인 재산과 동일한 범주에 두기 어렵다.
둘째, 담보 설정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개정법은 자기주식을 질권의 목적으로 삼는 것을 금지하였고, 자기주식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교환사채·상환사채 발행도 금지하였다. 통상의 자산이라면 담보 제공이나 금융상품의 기초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지만, 자기주식은 이런 용도에서 배제되어 있다.
셋째, 개정법에서는 합병·분할 시 자기주식에 대한 신주 배정은 전면 금지된다. 정상적인 재산이라면 합병·분할의 대가 구조에 어떤 방식으로든 편입될 수 있어야 하지만, 자기주식은 애초에 그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위와 같은 면들을 살펴보면 자기주식은 정상적인 주식의 지위가 잠시 정지된 것이 아니라 소각을 예정한 특수한 법정 상태 그 자체라는 점이 더 분명해진다. 그럼에도 자기주식을 일반 자산과 동일하게 취급한다면, 회사는 이를 대량으로 비축해 두었다가 적절한 시점에 경영진에게 우호적인 세력에게 처분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임의로 재편할 수 있게 된다. 법적 형식은 회사 재산의 처분이지만, 경제적 실질은 신주발행을 통한 지배력 이전과 다르지 않은 구조다.
자기주식을 둘러싼 논쟁에서 자주 등장하는 주장이 하나 있다. “자기주식을 취득하고도 시가총액 산정에서 제외하지 않기 때문에, 주당 가치가 구조적으로 저평가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따라서 자기주식을 소각하도록 강제해야 한다”는 논리도 곧잘 뒤따른다.
그러나 회계적으로 자기주식은 이미 자본에서 차감되고 있고, 주당순이익(EPS)·주당순자산(BPS) 등 핵심 지표 산정에서도 유통주식 수 조정을 통해 자기주식의 영향이 반영된다. 시가총액은 시장가격에 발행주식 총수를 곱한 통계적 지표에 불과하며, 자본시장의 참여자들은 공시와 재무제표를 통해 자기주식 보유 규모를 인지한 상태에서 기업가치를 평가한다.
소각 의무화의 입법적 정당성을 시가총액 산식의 부정확성에서 구하는 것은 충분한 근거가 되기 어렵다. 핵심 문제는 시가총액이 아니라, 자기주식 처분이 제3자배정 유상증자와 유사한 지배력 변동 효과를 초래함에도 이사회 재량 하에 상대적으로 간이한 절차로 허용되어 왔다는 구조적 비대칭에 있다.
자기주식을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보면, 이를 회사의 재산으로 취급하는 접근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행위는 실질적으로 주주에게 출자를 환급하고 그 주식을 소멸시키는 자본감소에 가깝다. 출자자가 한 번 납입한 자본을 다시 돌려받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반대로 회사가 자기주식을 처분하는 행위는 취득가액의 고저와 무관하게 주금 납입과 신주발행에 준하는 효과를 가진다. 유통주식 수가 증가하고 주주 구성과 지배력 구조가 변동된다는 점에서, 제3자배정 유상증자와 경제적 실질이 동일하다.
자기주식의 취득을 출자 환급·주식 소멸의 변형으로, 처분을 주금 납입·신주발행의 변형으로 이해한다면, 자기주식 제도의 설계 논점은 자연스럽게 재구성된다. “자사주를 소각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라는 문제는 어떤 도덕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자본감소와 신주발행에 준하는 효과를 발생시키는 자기주식의 취득과 처분을 어느 정도 간이한 절차로 허용할 것인지, 그 권한을 주주총회와 이사회 중 어디에 얼마나 부여할 것인지라는 권한 배분의 문제다. 결국 자기주식 규율은 “간이한 자본거래를 수행할 권한을 이사회에 어디까지 위임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귀착된다.
종전 체계에서 이사회는 자기주식 운용을 사실상 전면적으로 장악하고 있었다. 상장회사는 배당가능이익 범위에서 비교적 간단한 절차로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있었고, 취득된 자기주식을 언제, 누구에게, 어떤 조건으로 처분할지는 이사회 결의에 맡겨졌다. 자기주식은 평시에는 재무구조 조정과 주가 관리 수단으로,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는 우호 세력에게 신속히 넘겨 지배권을 방어하는 도구로 기능했다.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대해서는 법원이 주주평등 원칙과 자본충실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해 왔지만, 자기주식 처분에 대해서는 “이미 발행된 주식의 양도”라는 형식 논리 때문에 같은 수준의 사법적 통제가 작동하지 못했다. 경영권 분쟁 사건의 현장에서 수차례 목격해 온 장면이기도 하다.
3차 상법 개정은 이 지점을 정면으로 수정한다. 취득 후 1년 내 소각 원칙을 통해 자기주식의 장기 비축 자체를 어렵게 만들고, 예외적 보유·처분은 자기주식보유처분계획과 주주총회 승인을 전제로만 허용함으로써 이사회 단독 재량의 범위를 실질적으로 좁혔다. 처분 절차에 신주발행 규정을 준용하여, 자기주식 처분도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상응하는 절차적 정당성과 공시, 경영상 필요의 실질적 심사의 틀 안으로 편입시켰다. 이사회 결의만으로 자기주식을 우호 세력에게 대량 처분해 경영권을 방어하는 전략은 구조적으로 제약을 받게 된 것이다.
자기주식을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비축해 두었다가 분쟁이 불거지면 우호 세력에게 급히 처분하는 구조는, 주주평등·자본충실·투명한 지배구조라는 관점에서 정당화되기 어렵다. 자기주식을 자본거래로 재정립하고, 그 운용에 관한 권한을 이사회에서 주주총회로 환원한 이번 개정의 기본 방향은 자기주식의 본질에 비추어 타당하다.
다만 법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번 개정은 우리 기업 환경에 적지 않은 구조적 변화를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자기주식은 여태껏 현실적인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다. 우리나라처럼 상속세율이 높고 지배력 희석에 대한 민감도가 큰 환경에서, 자기주식이라는 비교적 유연한 방어 수단이 줄어들수록 지배주주와 기업 승계자는 다른 경로를 통해 지분을 확보하려는 유인을 갖게 된다.
자연스럽게 예상되는 경로는 임원 보수와 주식기반 보상의 공격적 활용이다.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성과연동 주식, 양도제한부 주식 등 각종 주식기반 보상 수단을 동원해 경영진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계획적으로 높이려는 시도가 늘어날 수 있다. 기업가 개인의 재산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에는, 우호 관계에 있는 기업인들이 각자 지배하는 법인을 동원해 서로의 회사 지분을 취득하는 교차지분(cross-shareholding) 구조를 통해 방어 장치를 구축하려 할 가능성도 크다. 교차지분과 복잡한 지배구조는 본업에 대한 집중을 어렵게 만들고, 책임경영이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힘든 환경을 만들어 낸다.
그렇다고 해서 자기주식을 남용할 여지를 두는 종전의 현실을 긍정할 수는 없다. 부실한 경영을 이어가는 지배주주의 지배권을 제도가 떠받치는 구조가 유지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일생을 걸고 혁신적 사업을 수행하는 기업가에게 최소한의 경영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환경에서는 장기 투자와 고위험 연구개발이 지속되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자기주식 규율을 자본거래의 본질에 맞게 정비한 이상, 그로 인해 약화되는 경영 안정 기능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에 대한 제도 설계가 뒤따라야 한다.
자기주식 규율을 강화했다고 해서 경영권 방어 필요성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방어의 수단과 방식, 그리고 그 방어가 주주 전체의 이익과 자본시장 질서에 부합하는지 여부다.
차등의결권 제도, 장기보유 주주에 대한 의결권 인센티브, 적대적 M&A에 대한 합리적 방어수단의 범위 설정 등은 이제 순수한 비교법적 관심사에 머무르지 않는다. 자기주식을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사용하던 현실을 바꾼 이상, 어떤 방식으로 ‘정당한 방어’와 ‘부당한 방어’를 구분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는 그 논의의 출발점이지 종착점이 아니다.
3차 상법 개정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자기주식을 회사 재산의 한 항목이 아니라 자본감소와 신주발행의 변형으로 다시 자리매김하고, 그에 관한 권한을 이사회 재량에서 주주총회 통제로 옮긴 입법이다. 규범의 개념을 ‘자산’에서 ‘자본거래’로 바꾸었다면, 새로운 개념에 걸맞은 행동 기준과 제도도 함께 갖추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시장은 이미 다른 우회 경로를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을 것이다. 자기주식 이후의 방정식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이제 필요한 것은 소각 의무화 조항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다음을 채울 보다 정교한 지배구조 논의다.

서경IN sk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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