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왕사남'→'레이디 두아' 이준혁의 선택.."공격수만 할 순 없죠"[★FULL인터뷰]

이준혁은 지난해 12월 6일 가오슝 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성황리에 개최된 '10주년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 2025'(10th Anniversary Asia Artist Awards 2025, 이하 'AAA 2025')에서 'AAA 2025'에서 베스트 아티스트, AAA 10 레전더리 액터까지 2관왕을 달성했다.
그는 드라마 '비밀의 숲', '60일, 지정생존자', 영화 '범죄도시3' 등을 통해 폭넓은 스펙트럼을 펼쳐왔고, 지난해 방영된 SBS '나의 완벽한 비서'로 첫 로맨스 장르에 도전하며 대세로 떠올랐다.
이준혁은 'AAA'에 2년 만에 다시 참석하게 됐다. 그는 "사실 그 정도로 큰 규모의 행사일 거라고 상상도 못 했는데 (관객을) 다 채운 걸 보고 너무 놀랐고 우리나라 아이돌, 스타들의 파워가 어마어마하다고 느꼈다"며 "제 인생에서 가장 많은 상을 준 시상식이다. 집에 트로피가 네 개나 있더라. 앞으로 더 큰 규모에서 행사를 하셨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배우는 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직업이지만, 이준혁에게 'AAA 2025'에서 5만 관객의 시선이 한데 모인 무대 한가운데에 서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는 "성격의 차이인 것 같다. 이 시상식의 문제가 아니라 제가 그런 자리를 버거워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 더욱 실감한 일이 있다. 예전에는 드라마 회식 자리에서 자꾸 구석 자리를 찾는 게 제가 주인공이 아니라서 불편한 부분이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주인공인 작품에서도 똑같이 구석 자리를 찾게 되더라. 어느 위치에 있든 제가 자리를 선택할 수 있다면, 늘 구석으로 간다"며 "회식 자리에서도 그 정도인데 몇만 명이 바라보는 무대 한 가운데 서 있다는 건 숨쉬기조차 힘들 정도였다"고 고개를 저었다.
특히 시상식에서 화제가 됐던 '앙탈 챌린지'의 주인공이기도 했던 이준혁은 "사실 제가 '앙탈 챌린지'가 뭔지 잘 몰랐다. 카메라가 랜덤으로 돌아갈 때 학창 시절 선생님께 지목될까 걱정하던 악몽이 떠올랐다"고 웃으며 "그래도 예전 같으면 '왜 못 즐기냐'라고 혼났을 텐데 이제는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다는 걸 이해해 주시는 것 같다. (최) 대훈이 형은 너무 즐기고 있더라. 그런 점이 부럽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영화를 사랑해서 이 일을 시작한 거고, 그래서 영화와 맞닿아 있는 일이라면 피하지 않는 편이긴 하다. '범죄도시3'가 제 첫 주연작이고, 어렵게 영화계에 발을 디뎠는데, 상황이 어려워져서 마음이 아프다"라며 "특별 출연이지만 '왕과 사는 남자'가 많은 분들에게 호평을 얻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라고 전했다.
이준혁은 흥행 성적 자체의 의미보다는 '동료'들의 웃는 모습이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고 했다. 그는 "동료들이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잘 알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웃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보람을 느낀다"며 "'왕과 사는 남자'를 극장에서 봤는데 유해진 선배가 인간문화재 급의 연기를 하셔서 많이 놀랐다. 그걸 보고 '이런 배우는 AI가 대체를 못 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박) 지훈이도 너무 잘했고, 저에게도 너무 가치 있는 영화"라고 밝혔다.
그는 실존 인물인 금성대군을 연기한 데 대한 부담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준혁은 "처음에는 감독님과 '사극의 언어로 가보자'고 이야기했다. 장음과 단음도 철저히 지키며 톤을 잡으려고 했는데, 영화 전체의 분위기와 어긋날 것 같아서 배제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아쉬웠던 점은 당시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보지 못한 것"이라며 "영화를 보니 제가 (대본을 보고)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에너지가 담겨 있더라. 현장에서 그 기운을 함께 느꼈다면, 제 연기도 조금 달라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준혁은 "금성대군에 대해 직접 찾아봤지만 자료가 많지 않았다"며 "그래서 '그분이 멋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영화적 판타지에 집중했던 것 같다. 감독님 역시 저한테 '멋있어야 한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금성대군 역할이 기능적인 면도 있고, 입체적인 서사가 충분히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주연 배우들의 인간문화재급 연기를 현장에서 직접 보지 못한 점이 더욱 아쉽다. 함께 호흡을 맞춰보지 못한 점도 크게 아쉬움이 남는다"고 전했다.

또한 특별 출연으로 참여하는 작품은 어쩔 수 없이 제한적인 부분이 있다며 "제가 많이 해봤는데 특별 출연은 아무래도 배우가 전면에 나서기보다 감독님을 전적으로 믿어줘야 하는 부분이 있다. '나라도 편하게 해줘야지'라는 생각으로 100% 감독님을 신뢰하고 연기했던 것 같다"며 "장항준 감독님의 장점은 '오케이'가 명확하고, 시원시원하다는 점이다. 배우에게 애매한 감정을 남기지 않으신다. 제 연기에 만족하진 못하지만, 감독님이 멋있게 담아주신 것 같아 감사하다"라고 웃었다.
'왕과 사는 남자'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린 이준혁은 "영화 속에서는 인물의 엔딩이지만, 실제로는 첫 촬영이었다. 그래서 더 어렵게 느껴졌다. 그러나 혹시나 튀어보일까 봐 최대한 담백하게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이게 내 이야기는 아니다"라며 "근데 돌이켜보면 요즘 이런 결의 연기를 많이 하게 된다. 그동안은 '동재'처럼 뾰족하고 튀는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왔다"고 전했다.
이 같은 변화는 넷플릭스 시리즈 '레이디 두아'로 이어진다. 이준혁은 13일 공개된 '레이디 두아'에서 '사라킴' 사건을 맡은 형사이자 사건을 가장 가까이서 관찰하는 인물을 맡았다. 조각난 단서들을 하나의 서사로 엮어가며 시청자들을 진실에 다가가도록 이끄는 역할을 맡았다.

이준혁은 사라킴에 대한 무경의 감정선에 대해서는 "호감이 100% 있다"고 강조하며 "이 작품은 무경이의 이야기도, 사라킴의 이야기도 아닌 시스템에 저항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무경은 자신과 사라킴과 상황이 맞닿아있다고 느끼고, 그안에서 일종의 동질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경이는 시스템의 노예처럼 살고 있는데, 사라킴은 그걸 파괴하는 인물인 거다. 물론 범죄이지만, 그 부분에서 끌림과 호감을 느낀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작품에서 멜로가 조금 더 강조될 줄 알았지만, 너무 그쪽으로 기울었다면 장르의 결이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한다. 여러 논의를 거쳐 작품이 지금의 방향으로 정리된 것이고, 저도 일정 부분 동의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처음 도전한 '나의 완벽한 비서'로, 다시 한번 스펙트럼을 넓힌 이준혁은 "멜로가 여전히 쑥스러운 건 맞는데 '나를 투영하지 말자'라는 생각을 한다. 내가 하고 싶은 작품이 있고, 관객이 보고 싶은 내가 있다. 그걸 분리하는 작업이 어려운데 지금은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구나'라고 느끼고, 그 취향을 존중하게 된다. 내 취향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는 거다"라고 말했다. 이준혁은 최근 로맨스 작품 '태연한 거짓말'의 주인공으로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쉬지 않고 달리는 이유에 대해서는 시대의 변화를 언급했다. 그는 "사실 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제가 어릴 때 봤던 시대와 지금은 다르다. 예전에는 이미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신비주의' 시대였다면, 지금은 우리가 하는 작품이 공개된 지 2주만 지나도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 있다"며 "열심히 일하는 건 시대적인 요구인 것 같다. 아쉬운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발전된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일이 편해질 것 같지만, 오히려 더 많아지는 아이러니가 있다. 그런 와중에 일할 기회가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라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다만, 몇 년간 준비해서 정수를 쏟아내기 어려운 환경이라서 좀 아쉽다. 예전에는 '내가 잘되면 1년 정도 준비하고 작품에 들어가야지'라고 생각도 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최근 이웃 주민이 '요즘 왜 이렇게 일을 안 하세요? 안 보이던데요?'라고 하시더라. 저는 하루도 못 쉬고 일하고 있는데"라고 웃었다. 그는 "저는 시대에 맞게 열심히 살고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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