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폭등’ 文 어게인? ‘이재명은 다르다’ 부동산 제압?

이슬기 2026. 2. 28.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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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시즌2?" "넘어간 사람만 바보 되지요. 한두 번 속나요" "익숙한 데자뷔!"

이재명 대통령이 올해 초부터 부동산 관련 강경 발언을 연일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카페나 SNS에는 이런 반응들이 심심찮게 올라옵니다.

'과거에 문재인 정부가 다양하고 강력한 규제를 선보였지만 결국 실패하지 않았느냐'. '과거 정부의 전철을 또 밟으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 혹은 조롱인데요.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과의 전쟁'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정책 수단들을 시장에 쏟아부었습니다. 5년간 무려 24번에 걸친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코로나 같은 예상하지 못한 사태가 있기도 했지만, 결론은 실패였습니다. 정권도 바뀌었습니다. 집권 중에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자신감을 잃지 않았던 문재인 전 대통령도 최근에는 "우리가 부동산 정책만큼은 실패했다”며 재임 기간 집값 폭등을 인정하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와 같은 민주당 집권 세력인 이재명 정부는 어떻게 될까요?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아파트 실거래매매지수를 보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7개월(2025년 6월~12월) 동안의 상승 그래프는 문재인 정부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5년의 실거래지수 상승률 98.5%에 비하면, 이재명 정부 7개월(2025년 6월~12월)의 상승률은 7% 남짓에 불과합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이 시점에서 부동산 정책의 성패를 가늠하기는 일러 보입니다.

물론, 규제를 통해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와 규제의 빈틈을 찾으려는 시장의 대결 구도는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그렇다면 그때와 지금이 뭐가 비슷하고, 뭐가 다른지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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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슷한 점 1 : 자신감과 기세, 그리고 말 폭탄

"부동산 정책은요. 맷집이 중요해요. 맞아도 계속 밀고 나가야 (집값을) 잡을 수 있거든요"

고삐 풀린 듯 날뛰던 부동산 시장과 정부의 힘겨루기가 한창이던 2019년 말 무렵, 국토부에서 주택 정책을 총괄하는 고위 관료는 사석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를테면 정책의 기세가 중요하다는 이야기인데요. 물론 대부분의 정부 정책이 그렇긴 하지만 당시 시장과 정책의 대결이 워낙 격렬해서였는지, 그 말의 '임팩트'는 사뭇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국토부가 당시 대통령에게도 비슷한 보고를 해서일까요.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들은 지금도 시중에 회자됩니다.

"정부는 더 강력한 대책도 주머니 속에 많이 넣어두고 있다" (2017년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습니다.(2019년 11월, 국민과의 대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입니다."(2020년 1월, 신년사)

이재명 대통령 역시 강력한 '구두 개입'에 나서고 있는데요. 올해 초부터 부동산 관련 언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2026년 1월, 공식 SNS 계정)
"망국적 부동산 투기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잡겠습니다.(2026년 2월, 공식 SNS 계정)
"부동산 대전환을 반드시 이뤄내어 집값 폭등으로 고통받는 국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2026년 2월, 국무회의)

두 정부 모두 정책적 자신감을 과시해 시장을 심리적으로 제압하려는 의도는 동일합니다. 다만 주로 SNS를 통해 공개되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 수위와 빈도가 더 강력하고 직설적입니다.

문 정부에서는 대통령뿐만 아니라, 청와대 정책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 고위 관료들로 메신저가 분산됐던 반면, 지금은 대통령이 부동산 관련 메시지를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는 점도 차이가 있는 지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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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점 2 : 수요를 잠재우는 화끈한 대출 규제

예나 지금이나 정부의 가장 강력한 칼은 금융 규제입니다. 대출을 조이는 거죠. 부동산 정책의 주무부처는 국토부이긴 하지만, 이른바 '부동산 종합대책'이 나올 때마다 국토부보다 금융위원회의 발표 내용에 더 관심이 쏠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LTV(담보인정비율)나 DSR(소득대비 원리금상환비율) 기준을 엄격하게 하면 개인이 주택 구매에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이 줄어듭니다. 전체 시장으로 봤을 때 시장 참여자의 구매력이 줄어드는 겁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강력했던 대출 규제는 2019년 12월 16일에 발표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입니다. 규제 지역 15억 원 초과 아파트에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하고, 9억 원 초과 아파트의 LTV를 강화했습니다.

그 결과 시장은 급격히 얼어붙었습니다. 규제를 시행한 지 한 달 만에 서울 아파트의 거래량이 80% 가까이 급감하기도 했습니다.

이재명 정부도 강력한 대출 규제를 앞세워 시장에 강한 충격을 가했습니다. 지난해 6·27 대책에서
수도권에서 실행되는 주택담보대출의 한도를 6억 원으로 묶어버린 건데요. 이어진 10·15 대책에서도 규제 지역 LTV를 40%로 제한하는 등 돈줄을 꽉 묶었습니다.

두 정부의 차이가 있다면 그건 속도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3년 차에 동원했던 수준의 전면적인 대출 규제를 이재명 정부는 집권 1년 차에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차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대출 규제의 효과가 장기적으로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기 때문인데요.

한국은행 Working Paper No.2022-3에 실린 연구(김소영·심세리)를 보면 한국을 포함한 6개 국가에서 LTV와 DTI 규제가 집값에 미치는 효과를 추정한 결과, 규제 시행 이후 40개월을 전후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집값 하락(약 -0.4%)이 나타났습니다.

반면, 24개월보다 짧은 기간에서는 효과가 통계적으로 뚜렷하지 않거나 모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두 정부의 규제 시차가 정권 출범 기준으로 2~3년 정도인 것을 감안할 때, 나중에 어떤 차이로 이어지게 될지 관심이 가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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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점 3 : 공급, 공급, 그리고 또 공급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하면 사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공급보다는 규제일 겁니다. 하지만 당시 정부도 주택 공급의 중요성을 모르지는 않았습니다.

정부가 주택 공급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은 대통령 공식 기록물에서도 드러납니다.

문 대통령의 재임 당시 연설문과 국무회의, 공식 기자회견, 업무보고 발언 등 755건의 문서를 분석해 보니 문 대통령이 부동산(주택) 관련 규제를 언급한 건 14번이었는데요. 주택 공급을 언급한 횟수는 그 2배가 훌쩍 넘는 36번이었습니다.

역대급 공급 절벽을 마주하고 있는 현 정부 역시 '주택 공급'을 앞세우고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현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9.7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서 2030년까지 모두 135만 호의 공급 목표를 내세웠는데요. 이어진 올해 1.29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에서도 도심권에 6만 호의 공급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문재인 정부에서 발표됐던 '공급 예정 지역'과 현 정부에서 발표한 공급 예정 지역의 상당수가 겹친다는 건데요.

문 정부가 공급 대상지로 점찍었던 용산국제업무지구나 태릉CC, 용산 캠프킴 같은 대규모 택지는 물론이고, 서울의료원 부지나 방이동 복합청사 같은 자투리땅까지 현 정부의 공급 계획에도 상당수 포함됐습니다.

결국 관건은 실행력입니다. 문재인 정부 때처럼 계획이 현실화되지 못한 채 남을지, 이번에는 실질적인 공급 성과로 이어질지 지켜볼 대목입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유튜브 캡처


■다른 점 1 : 임대료 잡기 vs 매매가격 잡기

‘집값 잡기’에만 올인한 것으로 기억되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제로는 ‘주택 공공성’과 ‘주거 복지’ 강화라는 더 큰 목표를 내걸고 출발했습니다.

그 목표는 ‘전·월세 임대료 안정’이라는 정책 설계로 이어졌습니다.
문 정부 초기 정책을 설계했던 김수현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은 민간 임대를 주택시장의 한 축으로 인정하고, 임차인을 제도적으로 보호하는 장치를 만들려 했습니다. 핵심 수단이 등록임대주택사업자 제도였습니다.

임대주택사업자 제도는 다주택자를 ‘개인 소유자’에서 ‘법적 임대사업자’로 편입시키는 장치였습니다. 박근혜 정부 때 기업형 임대 육성을 위해 만든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틀을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는 제도를 손질해 다주택자를 제도권으로 포섭하려 했습니다.

등록 임대사업자는 임대료 인상률 제한을 받고 장기 임대 의무를 지는 대신, 각종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책의 의도와 달리 실제 현실에서는 부작용 논란이 거셌습니다. 등록 임대 유인책이 일부 시장에서 갭투자 수요를 자극했다는 비판이 속출했고, 이후 전세사기 확산 국면에서는 제도 악용 가능성마저 함께 지적됐습니다.

지난 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았기 때문일까요. 현 정부는 '집값 잡기'라는 보다 선명한 구호 아래 '다주택자'를 첫 번째 타깃으로 삼고 있습니다.

'다주택자'는 주택시장에서 '투기 조장'과 '임대 공급'이라는 양면을 가집니다. 문 정부가 '다주택자'에게 임대사업자 등록이라는 당근을 제공해 시장에 임대 공급이라는 순기능을 극대화하려고 했다면, 현 정부는 채찍을 써서 다주택 보유를 포기하게 만들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있는 겁니다.

집값 안정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지녔지만, 구체적인 지향점은 두 정부가 다른 만큼, 앞으로 매매와 임대 시장의 지표가 어떤 방향으로 갈라질지 주목됩니다.

다른 점 2 : '아직' 건드리지 않은 세금

부동산 관련 세금은 크게 3가지로 나뉩니다. 거래에 붙는 '취득세', 보유에 따르는 '재산세 및 종부세', 소득에 부과되는 '양도소득세'입니다.

과거 문재인 정부는 2018년 9·13 대책에서 종합부동산세 과표구간을 신설하고 최고세율을 인상했는데요. 보유기간에 따라 양도소득세 세율을 높였고,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율도 높였습니다. 부동산 세제 3종을 모두 강화한 것인데요.

반면,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부동산 세제를 강화하는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다만, 이 대통령의 언급은 선거 기간과 집권 초기 그리고 최근까지 조금씩 온도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부동산 세금은 손댈 때마다 문제가 돼 가급적 손대지 않아야” (2025년 2월 24일, 삼프로TV)
"세금으로 집값 잡는 일을 하지 않겠다" (2025년 5월 28일, MBC라디오)
"세제를 통해 부동산 정책을 하는 방안은 깊이 고려하지 않는다" (2026년 1월 21일, 신년 기자회견)
"팔면서 내는 세금보다 버티는 세금이 더 비싸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2026년 1월 26일, 공식 SNS 계정)

어찌 됐든, 부동산 시장 개입 의지를 강력하게 표방하고 있는 것에 비해 아직까지
이재명 정부에서는 세율 인상 등 직접적인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는 상황인데요.

시장에서는 다음 달 중순쯤 발표될 아파트(공동주택) 공시가격안과 4월 중 공개될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공시가격과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조정하면 세법 개정 없이 주택 보유자들에게 부과하는 실질적인 세금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인데요.

문재인 정부에서 세워진 공시가격 현실화율 법정계획에 따르면 현실화율을 올해 80.9%까지 올려야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69%로 동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공시가격을 책정할 때 기준이 되는 토지·주택가격비준표를 조정해 '비공식적인' 현실화에 나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가격비준표는 주택과 토지의 가격결정요인을 필지의 특성에 따라 정리한 기준으로, 공시가격을 산정할 때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데요. 비준표가 바뀌면 현실화율 숫자에 대한 명시적인 조정 없이도 공시가격이 오를 수 있습니다.


■ '비슷하지만 다른' 두 민주당 정부의 부동산 정책...결과는?

“정부를 이기는 시장은 없다”는 선언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재명 정부에서도 반복됐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역시 언제나 정부 정책의 빈틈을 시험하며 대응해 왔는데요.

두 정부 모두 시장과의 힘겨루기를 택했지만, 사용한 정책 수단과 우선순위는 조금씩 다릅니다. 대출 규제의 시차 효과, 공급 계획의 실행 속도, 그리고 아직 꺼내지 않은 세제 카드가 향후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거래량과 가격, 임대료 지표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물론 금리와 국내외 경제 상황 등 거시 경제 여건도 당연히 큰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비슷하지만 또 다른' 두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비슷한 결과로 끝날지, 상이한 결과로 나타날지는 결국 2, 3년 뒤의 데이터가 말해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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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wakeup@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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