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성애자 연관검색어 없앴다"… 엡스타인, 온라인 여론조작에 '필리핀팀' 동원

정지용 2026. 2. 2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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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이 필리핀 외주업체를 고용해 온라인상 이미지를 세탁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엡스타인과 세켈은 이른바 '필리핀팀'을 고용해 가짜뉴스를 만들었다.

엡스타인 재단 활동, 자선 사업, 과학자 육성 등에 대한 웹페이지를 무더기로 만들어 구글 검색 상위권에 노출되게 한 것이다.

엡스타인은 상류층과 네트워크를 유지하기 위해 이미지 세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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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영어 능통하고 IT 익숙
'가짜 웹페이지' 생성, '위키피디아' 조작
자선가 이미지 앞세워 검색 결과 조정
필리핀 정치권 발칵 "조사하자"
2017년 3월 미국 뉴욕주 성범죄자 명단에 등록된 제프리 엡스타인의 사진. 뉴욕=AP 연합뉴스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이 필리핀 외주업체를 고용해 온라인상 이미지를 세탁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자신을 자선가로 포장한 웹페이지를 무더기로 만들어 긍정적 여론을 만든 것이다. 필리핀 정치권에서는 “필리핀이 여론 조작의 거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앨 세켈이 2010년 10월 25일 제프리 엡스타인에 보낸 이메일에서 필리핀팀이 여론 관리를 위해 하는 노력을 설명하고 있다. 엡스타인 파일 스트레이츠타임스 캡처

"링크 많을수록 상위권 노출"

27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필리스타 등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가 공개한 2만 페이지 분량 ‘엡스타인 파일’에는 엡스타인이 이미지 세탁을 위해 측근 앨 세켈과 주고받은 메일이 포함됐다. 세켈은 엡스타인의 공범이자 여자친구인 기슬레인 맥스웰의 형부다. 엡스타인은 2008년 미성년자 성매매 권유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구글 검색에 그의 이름을 입력하면 ‘교도소’ ‘소아성애자’ 등이 연관검색어로 따라붙었다.

엡스타인과 세켈은 이른바 ‘필리핀팀’을 고용해 가짜뉴스를 만들었다. 엡스타인 재단 활동, 자선 사업, 과학자 육성 등에 대한 웹페이지를 무더기로 만들어 구글 검색 상위권에 노출되게 한 것이다. 세켈은 2010년 10월 25일 엡스타인에게 보낸 메일에서 “필리핀팀은 우리 사이트로 연결되는 링크들을 만들고 있다”라며 “구글 검색을 하면 기존 사이트는 밀려나고 우리 사이트가 검색된다"고 했다. 다른 사이트에서 링크를 통해 인용된 횟수가 많을수록 우수한 페이지로 판단해 상위에 노출하는 구글 검색 알고리즘을 이용한 것이다.

세켈은 2012년 12월 7일 엡스타인에게 보낸 메일에서도 “‘엡스타인 감옥’ 및 ‘엡스타인 소아성애자’ 같은 키워드 검색 결과를 정리하는 데 성공했다”고 했다. 또 다른 메일에서는 “부정적 용어”를 제거하는 데 두 달이 걸렸다”며 “당신의 위키피디아 페이지는 꽤 순해졌고, 불미스러운 내용은 삭제되거나 뒤로 밀려났다. 대성공”이라고 했다.

제프리 엡스타인과 그의 범죄 파트너이자 여자친구인 길레인 맥스웰. 연합뉴스 자료사진

"아동 착취 은폐 안 돼" 필리핀도 조사

엡스타인은 상류층과 네트워크를 유지하기 위해 이미지 세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08년 성범죄 유죄 판결 이후에도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등과 교류했다.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스는 “필리핀은 온라인 평판 관리의 글로벌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며 "저렴한 비용, 영어에 익숙한 디지털 전문인력 때문에 선정된 것"이라고 했다.

필리핀 정치권도 진상 조사에 나섰다. 로렌 레가르다 상원의원은 “필리핀이 여론을 조작하려는 디지털 은폐 작전의 거점으로 이용됐을 수 있다”며 “우리는 필리핀이 아동 착취 범죄를 은폐하거나 학대하는 발판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필리핀 하원도 여성·성평등위원회가 해당 의혹을 조사하도록 지시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하노이= 정지용 특파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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