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있어도 소용없다"…AI 전환 속 30대 구직단념 급증

이수영 기자 2026. 2. 2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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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30대 구직 포기 6만4231명…전년비 40.1%↑
30대만 증가세…'임금·근로조건 맞지 않아' 36.3% 1위
AI 일자리 축소 조짐에 전문가 "수요·공급 불균형 지속"


기업들의 인공지능(AI) 도입 확대로 채용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경력을 쌓은 30대도 일자리를 찾지 못해 구직을 포기하는 사례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경제활동이 활발한 연령대에서조차 구직포기 인구가 늘면서 고용시장에 위험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이 장기화할 경우 고용시장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시민들이 채용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스1
■ 30대 경력자도 '구직 포기'…전년비 40% 늘어

28일 국가데이터처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30대 구직단념자는 6만423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4만5854명)보다 40.1% 증가한 수치다. 전체 구직단념자 32만8000명 중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19.5%에 달했다.

다른 연령대와 비교하면 증가세는 더 두드러진다. 같은 기간 50대 구직단념자는 14.5%, 60세 이상은 17.0% 감소했다. 20대 역시 7만9166명으로 전년보다 22.8% 줄었다. 주요 연령층 가운데 30대에서만 구직단념자가 급증한 것이다.

통상 30대는 경력 형성과 소득 축적이 본격화하는 시기다. 그럼에도 구직단념자가 크게 늘었다는 것은 퇴사 이후 재취업 과정에서 적절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구직 단념 사유를 보면 '임금 수준이나 근로조건이 맞지 않아서'라는 응답이 2만3362명(36.3%)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일거리가 없어서'가 1만6359명(25.4%), '전공이나 경력에 맞는 일자리가 없어서'가 1만4169명(22.0%)로 나타났다. 기존 경력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30대의 어려움은 실업자와 쉬었음 인구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12월 기준 30대 실업자는 17만4000명으로 전년보다 43.1% 증가했다. 구직 활동도 하지 않고 일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 역시 31만6000명으로 6개월 연속 30만명을 웃돌았다. 20대 쉬었음 인구 39만4000명을 포함하면, 20·30세대 약 85만명이 고용시장 밖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 'AI 전환' 속도 따라가지 못한 고용시장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채용 구조 변화가 영향을 미치고 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AI와 자동화 기술 도입이 확산하면서 기존 업무 일부가 대체되거나 축소되고, 기업들이 신규 채용 대신 생산성 향상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는 상황이다. 30대는 경제 활동이 가장 활발한 연령대인 만큼 구직단념자 증가에 대한 원인은 포괄적이지만 시기상 AI 전환과 맞물리는 모습이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장은 "30대의 구직단념자 증가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업종별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며 "이들 연령대는 20대와 다르게 특정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특정 현상으로 보기 어려운 만큼 고용시장의 이상징후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직 등을 위해 일시적으로 고용시장을 이탈했다가 경력 단절이 장기화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모든 연령대 중에 가장 지속적으로 경험을 쌓아야 하는 시기인데도 구직단념자가 증가했다는 것은 굉장한 위험 신호다. 경계해야 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실업 이후 다시 고용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를 겪으면서 모든걸 포기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청년 노동 시장에 수요와 공급 불균형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고용시장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는 AI 도입과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채용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업들은 AI 활용 역량을 갖춘 고숙련 인력 중심으로 채용을 진행하는 반면, 기존 경력만으로는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사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경우 경력 단절 장기화와 노동시장 이탈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경제활동의 핵심 축인 30대 인력의 고용시장 이탈은 생산성 저하와 경제 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고용시장 변화에 대응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수영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