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통령 게임 로블록스, 미성년자 안전망 ‘구멍’ 논란

천선우 기자 2026. 2.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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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가 미성년자 보호 조치 미흡 문제로 잇따른 소송에 휘말렸다. 국제 사회의 압박도 거세다. 로블록스 일일 이용자 1억4400만명 중 절반 이상은 미성년자인데 이들이 성인 이용자와 같은 공간에서 게임을 이용하고 있어 선정적·폭력적 콘텐츠에 그대로 노출된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가 미성년자 보호 조치 미흡 문제로 잇따른 소송과 비판에 직면했다.  / 로블록스 

미국·호주서 집단 소송…각 정부 조사도 잇따라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법원에는 로블록스를 상대로 한 소송이 제기됐다. 원고 측은 로블록스가 아동들을 성적 콘텐츠에 노출시키고 온라인 범죄자와 접촉하도록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원고 측은 로블록스가 적절한 검열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최근 도입된 연령 확인 시스템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지아·루이지애나·텍사스 등 다른 주에서도 유사한 집단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이는 미국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호주 정부는 아동 성범죄 우려를 이유로 로블록스 조사에 착수했다. 애니카 웰스 호주 통신부 장관은 등급분류위원회에 전체 이용가 등급 재검토를 요청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2021년 현지화 버전인 로블록스 차이나(LuoBu)의  서비스 종료를 지시했다. 터키에서는 아동 착취와 미성년자 보호 미흡을 이유로 2024년 전국적으로 로블록스를 금지시켰다. 현재까지도 로블록스 서비스는 허용되지 않고 있다.
'검열 없는' 게임 시리즈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채팅이 아닌 팻말로 디스코드나 카카오톡 같은 외부 메신저로 유인하는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 로블록스 게임 플레이 유튜브 화면 캡처

9세 이용가에 처형 게임…허술한 등급 분류

로블록스에서 아동 관련 문제가 반복되는 건 플랫폼의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로블록스는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지 않고 이용자 제작 콘텐츠(UGC)를 중개·유통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콘텐츠량이 워낙 방대해 유해 콘텐츠를 완벽히 걸러내지 못한다.

실제 로블록스에는 호텔·병원 등을 배경으로 한 '검열 없는' 게임 시리즈가 재등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시리즈는 플랫폼 안전 규정을 우회해 욕설과 높은 수위의 채팅·행동이 허용되는 유저 제작 게임이다. 또 채팅 대신 팻말로 미성년자를 디스코드·카카오톡 등 외부 메신저로 유인하는 수법도 기승을 부린다. 해당 게임들은 로블록스 내에서 5세~13세 이상으로 분류돼 있어 미성년자와 성인이 같은 공간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

성인과 같은 공간에 있다는 점에서 폭력에 노출될 우려도 크다. 로블록스 공식 사이트에서 '살인' 키워드를 검색하면 총기·칼 사용 장면이 담긴 게임이 다수 나온다. 상당수가 5~9세 이상 이용가로 분류됐다. 저연령 아동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셈이다. 일례로 9세 이용가인 '사형제도(Death penalty)'라는 게임은 룰렛을 무작위로 돌려 처형자를 결정하는 데스게임류다. 특히 잔혹한 장면이 연출돼 있어 아동용으로는 부적합하다.

로블록스는 AI 기반 콘텐츠 분류 시스템 등 자체 검열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블록스 관계자는 "업로드되는 모든 콘텐츠는 표시 전 여러 단계의 검토를 거치며 수위 라벨과 실제 내용이 다를 경우 시정 조치가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따른다. 문제 게임이 삭제되더라도 계정을 바꿔 유사한 게임을 재업로드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어서다. 또 로블록스가 올해 1월 도입한 연령 인증 및 연령대별 채팅 시스템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해당 시스템은 미성년자 중 12세 이하 이용자의 텍스트·음성 채팅을 제한하고, 13세 이상 이용자는 신분증을 통한 성인 인증을 거쳐야 채팅이 허용된다. 그러나 미국 IT 매체 와이어드에 따르면 시스템 오류로 성인이 아동으로, 아동이 성인으로 잘못 분류되는 사례도 나타났다.
공식 사이트에서 '살인' 키워드를 검색하면 총기·칼 사용 장면이 담긴 게임이 다수 나오며, 상당수가 5~9세 이상 이용가로 분류돼 저연령 아동도 쉽게 접할 수 있다. / 로블록스 홈페이지 화면 캡처

韓 규제 논의 멈춘 사이…사전 차단은 여전히 불가

문제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로블록스는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현행 규제 체계로는 직접 제재하기가 어렵다. 앞서 우리 정부는 2021년 한국 지사 설립 이후 로블록스 규제를 논의했으나 현재는 사실상 멈춰 있다. 당시는 메타버스 열풍이 불던 시기로 게임 내 유료 재화인 '로벅스'의 환전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유해 콘텐츠 문제는 여전히 로블록스의 자율 규제와 이용자 신고에 맡겨져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국내 법령 위반이 확인될 때에만 시정이나 권고를 요구하는 수준에 그친다. 로블록스는 2024년 게임위 요청에 따라 30개 게임을 삭제했다. 하지만 사전 규제는 여전히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사후 조치만으로는 아동을 보호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승훈 안양대 게임콘텐츠학과 교수는 "UGC 기반 게임 규제 논의는 글로벌에서도 아직 시작 단계다"라며 "플랫폼사의 실효적인 유해 콘텐츠 차단 시스템 마련을 위해 규제 당국의 논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천선우 기자 
swch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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