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전환'에 따른 독일 국방조달법의 대응과 변화

김진기 변호사(법무법인 민주)·법학박사 2026. 2. 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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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러·우 전쟁 뒤 국방비 부채 제한 폐지·파격적 국방 조달 체계 구축
사법적 통제·투명성 가치를 안보 위해 조정한 역사적 사건
K-방산 전략에 중요한 가늠자 될 것

1. 서언: 유럽 안보 질서의 붕괴와 '시대전환'의 법적 수용
2026년 1월 15일 독일 연방의회는 EU 및 독일 공공계약법 역사에서 가장 논쟁적일 수 있는 "독일연방군 계획 및 조달 가속화법(BwPBBG, Bundeswehrplanungs- und -beschaffungsbeschleunigungsgesetz)"을 통과시켰다.

시대전환이라고 번역될 수 있는 독일어 "Zeitenwende"는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올라프 숄츠 독일 수상의 연방의회 특별 연설에서 처음 유의미하게 탄생하였고, 현재는 EU 전체와 나토(NATO) 등 서방 진영의 안보 패러다임 변화를 상징하는 고유명사처럼 통용되고 있다. 

영어권 싱크탱크(CFR, IISS 등)나 국제 학술지에서도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는데, "냉전 종식 이후 유지되어 온 유럽의 안보 질서가 붕괴되고, 다시 '국가 간 대결'과 '군비 확장'의 시대로 접어든 역사적 분기점"을 뜻하는 학술적·정치적 용어로 정착되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회원국인 덴마크령 그린랜드 확보를 위해 무력사용까지 언급하는 전대미문의 의지표명은 "Zeitenwende"를 더욱 절감하게 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위기는 냉전 이후 유럽이 향유해 온 평화의 전제 조건을 근본적으로 뒤흔들었다. 독일 정부는 기본법을 개정하고, 국방력 강화를 위한 대규모 특별기금 조성과 국방비 증액을 선언했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 투입보다 중요한 것은 이를 실질적인 전력화로 연결할 '법적·행정적 인프라'의 개혁이었다. BwPBBG는 이러한 안보 위기 상황에서 법치주의적 절차와 안보상의 효율성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독일식 해법을 담고 있다.

2. 독일 연방 기본법 개정
독일은 "Zeitenwende"를 극복하기 위하여 가장 우선적으로 2022년 6월 28일 독일 연방 기본법(GG, Grundgesetz) 제87a조 제1항을 개정하여 연방으로 하여금 1000억 유로의 국방 특별기금을 차입하여 조성할 수 있도록 하고, 이 차입권한은 기본법 제109조 제3항(부채 제한) 및 제115조 제2항(차입 한도)에 따른 GDP의 0.35% 제한에 포함되지 않도록 함으로써 국방비는 다른 복지나 행정 예산과 달리 원칙적으로는 '무제한 부채 발행'이 가능한 영역이 되도록 하였다. 이는 국방조달에 있어 "돈이 없어서 못 한다"는 변명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구조를 만들었다. 2025년에는 추가 개정을 통해 국방비를 GDP 2%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하였다.

3. BwBBG(2022년) 제정
종래 독일 국방조달법제는 유럽연합 기능 조약(TFEU, Treaty on the Functioning of the European Union) 제346조, 국방 및 안보 조달 지침(Directive 2009/81/EU)에 따라 2011년 제정된 국방 및 안보 조달 규정(VSVgV, Vergabeverordnung für die Bereiche Verteidigung und Sicherheit), 그리고 국방건설조달 내용을 포함한 건설조달규정(VOB/A-VS)을 규정함으로써 일반 정부조달과 달리 규율되기는 하였으나 원칙적으로 경쟁제한방지법(GWB, Gesetz gegen Wettbewerbsbeschränkungen) 제4장이 적용되는 영역이었다.

한편, 러·우 전쟁 이후 신속한 국방물자조달을 위한 한시법 '연방군 조달 가속화법(BwBBG, Bundeswehrbeschaffungsbeschleunigungsgesetz)'을 제정하였고, 이 법은 주로 '국방물자 구매'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유럽연합(EU) 조달 지침상의 예외 조항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데 집중하였다. 그 내용으로는 독일 일반 조달법(GWB) 제97조 제4항과 달리 일괄발주를 원칙으로 하였고, 수의계약과 공개 없이 진행하는 조달의 범위와 액수가 현저히 증가하였고, 입찰절차에서 탈락 업체의 이의제기로 인해 사업이 중단되는 '낙찰 금지 효력'을 신속히 해제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공급망 확보를 위해 비EU국가 기업 등 광범위한 입찰 참여 자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나 실제 운용 결과, 전력화의 병목 현상은 단순한 무기 구매 단계가 아니라, 군사 시설의 건설 인허가, 환경영향평가, 그리고 복잡한 국방 기획 단계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였다. 9개 조문에 불과하여 법률적 응급처치에 가까웠던 BwBBG의 일몰연장을 선택하지 않고 과감한 국방안보 전 주기를 포괄하는 가속화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BwPBBG를 탄생시켰다.

4. BwPBBG(2026년)의 주요 내용
BwPBBG는 BwBBG의 내용과 취지를 이어받은 전형적인 Artikelgesetz 형식으로 하나의 법률안으로 여러 법률을 동시에 개정하고 있다.

제1장에는 그 표제를 BwBBG로 두고 적용대상범위를 확대하였고, 광범위한 조달절차법상 예외를 규정하였는데, 특별한 경우에는 경쟁제한방지법(GWB) 제4장 전체를 적용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참가경쟁 없는 협상절차를 획기적으로 인정하였고, 예산이 없는 경우에도 일단 조달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기후환경친화적 조달을 원칙적으로 배제하였고, 전 분야에 분할발주 원칙을 적용하고, 조달절차의 조정 및 간소화가 가능하여 발주기관의 절차하자로 유효하지 않은 계약임에도 과징금 부과를 조건으로 계약절차를 진행시킬 수 있다. 과징금도 2022년 BwBBG에서는 계약금액의 최대 15%였으나 10%로 경감하였고, 이의절차의 이익형량 방법에서 안보상 이익을 신청인의 일반이익보다 우선하는 것을 원칙으로 규정하였다. 나아가 국방조달분야 중앙조달기관의 설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소위 '혁신조달'을 적극 추진하도록 하며, 연방발주심판소의 관할 확대와 고등법원조달부의 서면심사가 가능하도록 하는 등 신속한 재심 및 즉시항고를 제도화하였다. 계약의 사정변경과 관련하여는 광범위한 조정이 가능하도록 하여 재입찰 진행을 억제하였고, 7년 이상의 장기 기본협약(Rahmenvereinbarung)이 다방면에 가능하도록 요건을 완화하였으며, 일괄조달은 2030년까지 나머지 조항은 2035년까지 시행되도록 하였다.

제2장은 군사시설 보호를 위한 건축물 설치 제한과 군용비행장 신설 등을 위한 항공법 개정을, 제3장은 연방카르텔청의 권한 신설을 위한 GWB 개정을, 제4장은 특정영역조달규정의 개정, 그리고 제5장은 이 법 시행에 따른 2022년 시행된 BwBBG 실효를 규정하고, 마지막 제6장은 이 법이 공포 다음날 시행됨을 명백히 하는 것으로 마치고 있다.

5. 평가와 과제
BwPBBG의 탄생은 독일이 '강력한 안보 국가'로 나아가기 위하여 2009년 기본법에 도입된 채무제한규정(Schuldenbremse)에 따른 '검소한 국가(Frugal State)'로서의 재정 정체성과 국방조달의 법치주의적 안전장치를 스스로 푼 역사적 사건이다.

독일 사법부가 국방조달절차의 예외를 선택할 수 있는 "특별한 긴급성"의 남용을 경고한 OLG Düsseldorf, Beschl. v. 21.10.2015 - VII-Verg 28/14, OLG Celle, Beschl. vom 21. Jan. 2016 - 13 Verg 8/15, OLG Düsseldorf, Beschl. v. 18.8.2021 - VII-Verg 51/20 등의 결정에서 국방·안보 분야에서도 예외는 최소한으로만 인정되고, 안보상 손실이 구체적으로 입증될 것이 요구되며, 경쟁배제 사유는 충분하게 검토될 필요가 있음을 지속적으로 강조하였다. 그럼에도 BwPBBG가 채택한 수많은 예외 규정들은 실무상 많은 분쟁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직접 발주의 확대에 따른 투명성 저하와 중소기업 참여 기회의 축소 등은 독일 사회가 풀어가야 할 숙제이고, 실제 조달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할지는 유럽 및 전세계 국방조달 모델의 가늠자가 될 것이다

끝으로, 시대전환에 부합하는 국방조달은 법전 위의 문구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것은 변화한 안보 현실을 직시하는 입법자의 결단, 신속함과 투명성·경쟁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행정의 실행력, 그리고 안보 이익과 기본권 보호 사이에서 정교한 비례성 심사를 수행하는 사법부의 지혜가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법치주의적 총력전'의 과정으로 표현됨이 마땅하다. 독일의 BwPBBG는 그 거대한 여정의 시작점에 서 있다. K-방산도 그 여정을 주의깊게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김진기 변호사(법무법인 민주)·법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