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간 한동훈 "보수 재건 도구로 써 달라"… 국민의힘 추락에 여야 앞다퉈 대구로
대놓고 장 대표와 대조적인 모습 연출
"죽이되든 나서겠다" 재보궐 출마 시사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제명 이후 첫 정치 행보로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윤석열 노선을 끊어내고 보수를 재건하기 위한 도구로 써달라"고 호소했다. 11일 장동혁 대표 방문 당시 인파가 적어 홀대론이 일었던 곳을 다시 찾은 것이다. 전국에서 몰려든 지지자에 둘러싸여 세를 과시하는 등 장 대표와 대조적인 모습이 연출됐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날 대구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국민의힘 지지율 추락에 여야를 막론하고 '중도 확장'을 노리며 '보수의 심장' 대구를 찾는 유력 인사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불쌍해" "배신자" 두쪽난 민심
서문시장 주변은 이날 한 전 대표가 도착하기 전부터 인파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길 하나를 두고 '대전도 한동훈'이라는 피켓과 성조기와 태극기가 갈려 나부꼈다. 한 편에서 전국에서 온 한 전 대표 지지자들이 '한동훈' 이름을 연호했고, 다른 편에서는 국민의힘 강성 지지자들이 "배신자 한동훈은 나가라"고 소리쳤다.
한 전 대표는 2·28 대구 민주운동 기념관을 먼저 방문한 뒤 시장을 찾았다. 당원권 정지 1년 징계를 받은 배현진 의원 등 친한동훈계 의원 7명이 같이 왔다. 한 전 대표 일행은 보란듯이 장 대표가 시장 방문 당시 걸었던 길을 되밟았다. 장 대표처럼 국수 골목에서 점심을 먹고, 장 대표가 "꼬라지 좋다"고 쓴소리를 들었던 수건 가게도 들렀고, 상인에게서 "불쌍하다"는 위로의 말을 들었다.
한 전 대표를 보러 몰려든 지지층은 대구 시민 보다 외지인이 비중이 높아 보였다. 비교적 한산했던 장 대표 방문 당시와 정반대 분위기를 보여주는 것으로, 대구 민심이 한 전 대표가 내세우는 '진짜 보수'에 기울어 있음을 보여주려 한 것으로 보인다.
한때 사람이 몰려 의류 매대가 쓰러지는 등 혼란이 일자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기도 했다. 하지만 비호감을 드러내는 목소리까지 막지는 못했다.
한 대구 시민은 한 전 대표 일행에게 "대구가 자기들 것도 아닌데 왜 길을 막느냐"고 짜증을 내고, 생선 가게 주인인 김길순(78)씨가 "한동훈만 오면 유튜버가 몰려 시장이 난장판이 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대구 수성구에서 6선을 한 주호영 의원은 전날 "대구는 외지인에 문을 열어주지 않는 곳"이라며 민심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제가 싫어도 이용해 달라" vs "자숙하고 기다릴 때"
한 전 대표는 시장 방문 뒤 지지자들과 만나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중형 유죄가 선고된 지금, 보수가 다시 뭉치고 힘을 모아 재건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 길은 윤석열 노선을 끊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 시민들의 지지도 호소했다. 한 전 대표는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 승부하는 게 대구 정신"이라며 "제가 싫어도 저를 이용해 지긋지긋한 계엄·탄핵의 바다를 건너달라"고 강조했다. 특히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나서보겠다"며 6·3지방선거나 동시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출마 지역 등을 특정하지는 않는 등 신중한 모습도 보였다.
국민의힘에서는 한 전 대표 행보에 대한 비판과 견제가 쏟아졌다. 대구 지역 민주당·국민의힘 지지율이 동률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 등 당세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대구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한 전 대표가 대구를 찾아 출마를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 자체가 지선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이유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결집해도 모자랄 판에 지지층을 갈라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배현진 의원을 윤리위에 제소했던 이상규 서울 성북을 당협위원장은 "당의 명예를 지키고 전선에서 싸워야 할 국회의원들이 제명된 한동훈씨를 따라 세몰이 활동을 하며 시시덕거리는 모습을 보였다"며 서문시장에 동행한 친한계 의원 7명에 대한 징계를 촉구했다.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유영하 의원은 SBS라디오에서 "(한 전 대표가) 대구를 되게 만만하게 보는 것 같다"며 "지금은 자숙하고 기다릴 때"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김부겸 등판하면 TK 광역단체장 불가능하지 않다"
여당인 민주당도 이날 대구를 찾는 등 국민의힘 지지율이 추락하면서 '보수 아성' 대구가 중도 확장을 노리는 정치 세력의 순례지로 변모해 가는 모습이다.
지난해 11월에 이어 두 번째 대구 현장최고위를 주재한 정청래 대표는 "우리 역사상 최초의 민주화운동이 시작된 이곳 대구에서 그 숭고한 정신을 기리게 돼 참으로 기쁘다"며 "대구는 명실상부한 우리 민주주의의 불씨"라고 강조했다.
최근 민주당 내에선 2020년 총선에서 대수 수성갑에 당선됐던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등판하면 TK에서 처음으로 광역단체장을 배출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김 전 총리는 출마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지만, 당 핵심 관계자는 "당이 강하게 요구할 땐 선당후사하시지 않겠나"고 말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대구= 신현주 기자 spic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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