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경매로 낙찰받은 상가, 헌재서 ‘취소’ 땐 소유권 잃게 돼

김보름.정진우.최서인 2026. 2. 28.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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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소원법 국회 통과 파장
조희대 대법원장이 27일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둔 ‘재판소원법’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대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재판소원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헌법소원 청구 대상에 ‘법원의 재판’이 포함돼 사실상 ‘4심제’가 현실화되면서 사회 곳곳에서 혼란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사·형사·가사·행정 등의 사건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더라도 소송 당사자가 기본권 침해를 명분으로 불복하면 확정판결일로부터 30일 이내에 헌재에 다시 한번 판단을 구할 수 있고, 헌재 결정에 따라 수년 혹은 십수년 후에 국민의 법적 상태가 돌연 뒤집힐 수도 있게 되면서다.

헌재의 재판소원 대상은 법원의 재판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게 명백한 경우나 재판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을 때 등이다. 법원의 재심이 절차적인 중대한 하자 등에 한정돼 사유가 엄격히 제한되는 것과는 다르다. 한 부장판사는 “재판에서 다투는 사건 중에 기본권과 관련되지 않은 게 없다”며 “변호사들은 모든 것을 기본권 침해라고 끌어와 소송을 제기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당장 가족관계 형성 등 법적인 신분관계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법에서 이혼 확정판결을 받고 자녀 양육권을 얻은 A씨가 다른 사람과 재혼을 하더라도 전 배우자였던 B씨가 재판소원을 청구해 대법 판결이 취소되면 새로운 문제가 생긴다. A씨의 재혼은 ‘중혼’이 되고 양육권 확보 여부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판결이 취소되지 않더라도 대법 판결을 마친 뒤 재판소원을 할 수 있는 30일의 기간 혹은 재판소원 청구 시 각하 결정이 나기 전까지 A씨 같은 사건 당사자는 불안함에 떨 수밖에 없다.

헌재는 예상치 못한 손해를 방지하기 위해 청구인이 아닌 재판의 다른 당사자에게도 헌재에 의견을 제출하거나 필요한 경우 헌법재판에 참가할 수 있도록 기회를 보장해 이를 방지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협의 이혼이 되지 않아 세 번의 소송 끝에 새롭게 시작하려는 A씨에게는 기회가 아닌 새로운 족쇄가 될 수 있다.

누가 법적으로 상속인이 되는가를 확정하는 핵심 절차인 친생자 관계 확인 소송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이 소송은 어떤 사람이 법률상 자녀(친생자)인지를 따지는 것으로, 상속 분쟁에서 이미 재산을 점유하거나 등기를 확보한 사람처럼 유리한 지위에 있는 사람은 소송을 지연시키는 게 이익이 된다. 재판소원으로 점유 중인 재산으로 수익을 올리면서 상속회복청구권 소멸시효를 마칠 때까지 시간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편은 반대로 소송비용 압박 등에 내몰리게 된다.

명도소송에선 임차인 측이, 보증금 반환 소송에선 임대인 측이 재판소원을 소송 지연 전략으로 쓰는 꼼수의 장도 열릴 수 있다. 앞으론 명도소송에서 건물주가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아도 임차인이 재판소원을 청구하면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해버리면 된다. 기존엔 강제집행에 대한 이의신청 등이 가능했을 뿐이지만 재판소원 청구 시 헌재는 종국결정 선고 때까지 청구 대상이 된 재판의 효력을 정지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임대인이 재판소원을 버티기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파산 또는 회생을 통해 경제적으로 재기하고자 하는 채무자를 상대로 채권자가 재판소원 등으로 추가 불복 절차를 제기할 경우에도 신속한 경제적 재기가 지연되게 된다.

강제집행을 통한 경매 절차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강제 경매 절차를 통해 한 상가 건물을 낙찰받은 C씨가 기존 임차인들과 새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는데, 그 경매의 기초가 된 확정판결이 재판소원으로 취소되는 경우다. 이때 C씨의 소유권 취득은 무효가 된다. 이미 지급한 매각대금은 어떻게 돌려받을지, 그사이에 발생한 임대수익은 누구의 것인지 등 경제적 손실과 법적 분쟁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개인 간 소송뿐 아니라 기업 입장에서도 회사 합병이나 신주 발행 등의 행위가 무효화될 수 있다는 리스크를 떠안게 된다.

금고형 이상의 확정판결이 나오면 공무원은 즉시 직을 상실하고 선거 출마자는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원칙도 깨지게 됐다. 이들은 “판결이 위헌적이다” “결격 사유 발생을 정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후 절차를 지연하려고 할 수 있다. 그럴 경우 해당 기관의 후임자 임명 여부가 불확실해져 행정 조직의 안정성이 저해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국회의원 당선 뒤 당선 무효형 확정판결이 나오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회복하기 어려운 정치적 손해”가 발생한다고 주장하며 재판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제기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보궐선거 실시 여부는 불명확해지고, 보궐선거 뒤 재판소원으로 재판이 취소되면 한 지역에 의원 두 명이 존재하는 상태가 초래될 수 있다.

헌재는 재판소원이 인용돼 재판이 취소되는 경우는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인 만큼 예상하는 혼란상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또 재판이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헌법·법률을 위반하는 오류를 범했다면 분쟁의 신속한 해결보다 잘못된 재판을 바로잡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독일·스페인 등 재판소원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의 재판소원 인용률이 0%대에 그친다는 점을 들어 “한 명을 구하기 위해 원치 않는 나머지 999명이 헌재에서 각하·기각 결정을 받을 때까지 끌려다녀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잖다.

한 고법 판사는 “법원은 3심 구조 안에서도 기본권 침해 여부를 심리하고 위헌 소지가 있으면 헌재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한다”며 “재판 자체가 헌법에 반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고등법원장 출신 변호사는 “재판소원 도입에 따라 결과적으론 ‘돈 많은 사람이 버티면 이기는 재판’이 돼버릴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보름·정진우·최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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