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GDP 한국 추월, 구매력 기준 땐 더 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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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1인당 국민소득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출 때문이다. AI 열풍으로 대만의 작년 수출액은 6408억 달러를 기록, 1년새 34.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한 남성이 대만의 반도체 제조사 폭스콘 입구를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28/joongangsunday/20260228010957438tgqh.jpg)
그러나 이 통계는 ‘시장 환율 기준’으로 작성되었기에, 정확성에 문제가 있다. 최근 일본 총선 이후 달러에 대한 엔화 환율이 요동치고, 2022년 말의 레고랜드 사태를 전후해 한국 외환시장 변동성이 폭발한 것처럼, 시장 환율은 여러 요인에 따라 끊임없이 출렁거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장 환율을 기준으로 각국의 소득을 측정하는 것이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있어, IMF의 이코노미스트는 ‘구매력 평가 환율’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구매력 평가는 각국의 물가 수준을 고려해 ‘적정 환율’을 계산한 것이다. 한국과 대만·일본·중국 등 동아시아 네 나라의 구매력 기준 통화가치를 보면 시장 환율에 비해 얼마나 저평가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이에 따르면 가장 저평가된 나라는 대만이고, 그다음이 중국·한국·일본 순서다. 물론 이 지표는 IMF 이코노미스트가 측정한 것이기에 100% 신뢰할 수는 없다. 다만, 대만 여행을 다녀온 이들이 한결같이 “먹거리 물가가 저렴하다”고 평가하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의 설득력은 지닌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이나 대만 등 동아시아 네 나라의 화폐가치가 적정 수준에 비해 낮게 형성되는 이유는 1997년 외환위기 트라우마에서 찾을 수 있다. 경상수지 적자에 허덕이고 외환보유고가 부족한 나라가 외환위기를 겪자 “다시는 저 때의 고통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합의가 이뤄진 탓이다. 외환보유고를 적극적으로 확충하고, 통화가치가 고평가되지 않도록 직·간접적인 개입이 상시적으로 이뤄지니 통화가치가 저평가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제 한발 더 나아가, 구매력 평가를 고려한 1인당 국민소득을 비교해 보자. 아일랜드나 룩셈부르크, 그리고 싱가포르 같은 조세 회피지역을 제외하면 노르웨이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대만의 1인당 소득이 무려 8만5000달러에 이르러, 미국과 어깨를 견주는 중이라는 점이다. 참고로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6만5000달러이며 일본은 5만5000달러로 측정된다.
대만의 1인당 국민소득이 이토록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강력한 수출 붐이다. 인공지능(AI) 산업 열풍 속에, 대만의 지난해 수출액은 6408억 달러로 2024년보다 무려 34.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대만의 총인구가 2300만 명 전후라는 점을 고려할 때, 1인당 수출액은 한국의 2배를 훌쩍 넘는 셈이다. 따라서 시장 환율 기준으로 국민소득이 역전당했다고 호들갑 떨기에는 이미 시간이 아주 많이 흐른 상황임을 인지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벌어진 격차를 좁힐 수 있을까? 여러 대안이 있을 것이나, 필자는 정부 부문의 효율을 개선하는 게 급선무라 생각한다. 2000년 대비 주요 국가의 조세부담률 변화 지표를 살펴보면 한국과 일본의 조세부담률 상승 속도가 가장 가파른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두 나라 정부가 적극적인 증세에 나선 이유는 노령화로 인한 각종 복지 지출 증가 때문이다.

절대적인 금액 삭감이 어렵다면 일부라도 대학 등 고등연구기관의 연구·개발 지원 및 저출산 예산으로 돌리는 방안이라도 고민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으로 증세 기조가 계속된다고 가정할 때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한국 경제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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