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받은 봄, 성질 더 급해졌다

지난 26일 오전 제주시 제주지방기상청의 화단. ‘계절 관측목(木)’이라는 푯말이 달린 매화나무에 꽃봉오리가 대부분 터져 있었다. 기상청은 지역마다 계절 관측목을 키우면서 매년 꽃이 피거나 단풍이 드는 시기를 조사한다. 제주기상청의 매화나무에 꽃이 20% 이상 피면 ‘개화’, 80% 이상이면 ‘만발’로 기록된다. 김주현(32) 주무관은 “벌써 매화 꽃이 지는 단계에 들어갔다”고 했다. 이날 비바람까지 강하게 불어 바닥에 꽃잎들이 뒹굴었다. 2월 말이 아니라 3월 풍경같이 느껴졌다.
‘봄의 전령’이란 이름이 무색하게 매화가 일찍 피고 지고 있다. 올해 제주 매화는 이달 4일 개화해 22일 만발했다. 평년보다 개화는 12일, 만발은 19일 빠른 기록이다. 우리나라는 제주에서 봄꽃 개화가 시작돼 북상한다. 앞으로 매화 같은 봄꽃이 일찍 피는 과속 현상이 내륙에도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7일 본지가 전국에 기상 관측망이 설치된 1973년부터 제주의 봄꽃 계절 관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 봄꽃의 개화 시기가 빨라지는 데 가속이 붙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화는 1970년대(1973~1979년) 3월 20일 개화해 3월 27일 만발했다. 1980년대(1980~1989년)에는 2월 27일 개화, 3월 14일 만발로 당겨졌다. 2010년대 이후로는 개화와 만발이 모두 2월에 이뤄지면서 제주에서 매화는 3월에는 볼 수 없는 꽃이 됐다.

2020년대 들어선 개화가 2월 2일, 만발은 2월 12일로 더 당겨졌다. 수년 내 1월에 개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제주시보다 남쪽에 있는 서귀포시에선 매화가 이미 ‘1월의 꽃’이 됐다. 올해 서귀포기상관측소의 계절 관측용 매화는 지난 1월 개화해 같은 달 26일 만발했다. 다만 공식 개화·만발 기록은 제주기상청의 관측목이 기준이다.
제주의 매화 시즌이 갈수록 빨라지는 것은 온난화 영향이 크다. 전국적으로 1970년대 대비 2020년대 평균 기온이 1.6도 정도 상승했다. 올 2월(1~26일) 제주의 평균 기온(7.7도)도 평년(6.8도)보다 0.9도 높았다. 2월 들어 제주에 따뜻한 남서풍 계열의 바람이 분 것도 영향을 미쳤다.
다른 봄꽃들도 갈수록 일찍 꽃망울을 터트리는 추세다. 제주 벚꽃은 최초 관측일인 1973년 3월 29일 개화해 4월 5일 만발했지만, 작년에는 3월 26일 개화해 바로 다음 날인 27일 만발했다. 제주에 뜨거운 남풍이 강하게 불면서 개화와 동시에 만발이 이뤄진 것이다. 같은 기간 진달래는 4월 12일 개화, 4월 17일 만발에서 3월 21일 개화, 3월 27일 만발이 됐다. ‘4월 꽃’이 ‘3월 꽃’이 된 셈이다. 늦봄인 5월에 피던 아카시아도 작년에는 4월 말에 개화·만발해 ‘4월 꽃’이 됐다.
전문가들은 온난화로 여름이 길어지면서 봄에 나타나는 현상들이 단기간에 압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한다. 보통 봄꽃은 매화에서 시작해 개나리·벚꽃·진달래 등이 차례로 피는데, 앞으로는 한 꽃에서 다른 꽃으로 넘어가는 주기가 짧아지거나 동시에 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런 현상이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발생하는 곳이 제주도이기 때문에 봄꽃의 압축적 개화·만발 경향성도 북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2월의 마지막 날이자 3월의 시작인 이번 주말은 포근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에 따르면, 28일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4~영상 6도, 낮 최고기온은 8~17도로 예상된다. 내달 1일에도 한낮 기온이 16도까지 오르겠다. 다음 주에는 대기 불안정으로 기압골이 우리나라 상공을 자주 통과하고, 동풍이 상대적으로 따뜻한 동해상을 지나며 강수 구름대가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2일에는 전국, 3일에는 강원 영동과 경상·제주에 비나 눈이 내리겠다. 6~7일에는 강원 영동과 남부·제주에 비가 예보됐다. 이 기간 기온은 최고 15도 수준으로 평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포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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