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 참전한 북한군, 드론·방사포 정확도 크게 향상

최익재 2026. 2. 28. 00: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략 전문가’ 이상호 교수가 본 러·우크라전과 한반도
이상호 대전대 교수는 지난 25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한 북한군의 전술과 무기 성능이 향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기웅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5년 차로 접어들었다. 지난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현재 미국의 중재로 종전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타결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이 전쟁은 서방의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대결로 요약되지만 그 결과에 따라 유럽 대륙 내 역학 관계가 크게 요동칠 수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의 대러시아 방어선이 새로 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방국들이 함께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이유다. 한국에서 약 7000㎞나 떨어져 있지만 이 전쟁은 우리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북한의 대규모 파병으로 인한 북·러 간의 밀착 때문이다. 지난 25일 전략 전문가인 이상호 대전대 교수 겸 한국국가정보학회장을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반도와 동북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들어봤다.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King’s College London)에서 전략학 박사 학위를 받은 이 교수는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한국 사이버테러정보전학회 부회장, 영국 방위문제연구소(CDS) 연구위원, 해군발전자문위원, 사이버평화안보포럼 대표 등을 역임한 ‘전략’에 관한 한 손에 꼽히는 전문가다.

Q : 우크라이나 전쟁 참여로 북한군(조선인민군)의 전력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는 분석이 있는데.
A : “북한은 한국전쟁 이후 수십 년 동안 대규모 전쟁에 참여한 적이 없다.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 등에서 소규모 전쟁에 관여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제대로 된 전쟁은 아니었다. 우크라이나에서의 참전 경험은 북한군의 전력을 크게 강화시킬 것이다. 한국도 베트남 전쟁을 계기로 국방력이 크게 향상됐었다. 북한의 입장에선 무엇보다 종합적인 전쟁 수행 능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무기들을 운용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성능을 개량하고 실전 운용 기술을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 변화무쌍한 전장의 상황에 순간순간 대응하면서 전술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능력을 키울 것이다. 게다가 파병된 군인들이 북한으로 복귀했을 때는 상당한 전투 능력을 보유한 군사교관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북한군 120만 명에게 실전 경험을 전수해 전반적인 전력 향상을 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미칠 영향 중 이런 북한의 종합적인 전쟁 수행 능력 향상이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것 중 하나다.”
북 참전군인, 복귀 후 군사교관 역할 할 것
북한군이 지난해 11월 러시아 쿠르스크에서 지뢰 제거 훈련을 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Q : 구체적으로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어떤 능력을 키웠나.
A :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북한군은 전통적인 개활지 전투 전술을 썼고 총알받이가 되면서 큰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점차 드론 전술을 활용하는 등 현대전에 빠르게 적응했다. 그 결과 쿠르스크 지역에 파병된 북한군은 우크라이나군에게 위협적인 존재로까지 부상했다. 개개인의 전투력뿐만 아니라 무기의 성능 개선과 활용 기술 측면에서도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북한이 제공한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경우 초기에는 절반 이상이 궤도를 이탈했는데 지금은 상당할 정도의 정확도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실전 경험을 통해 미사일 운용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북한이 남한 공격용으로 많이 보유하고 있는 다연장로켓(방사포)의 정확도로 크게 개선됐다고 한다.”
이 교수는 심리적인 측면도 말했다. “전장에서의 노출된 공포, 목숨을 걸고 한다는 것, 그 긴장도는 어마어마하다”며 “그런 경험을 한 것과 안 한 건 하늘과 땅 차이”라고도 했다.

Q : 러시아는 북한의 지원 대가로 첨단 군사기술을 제공하고 있다는데.
A : “러시아가 정확히 어떤 기술을 북한에 넘겨주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군사위성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관련 첨단 기술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북한이 최근 새로 내놓은 군사기술을 살펴보면 러시아가 북한의 군사력 증강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짐작할 수 있다. 북한은 지난해 4월 사상 최대 규모의 구축함인 최현함(5000t급)을 진수했고, 초음속 순항미사일 등 첨단 미사일도 시험 발사했다. 또 북한이 대공 미사일 등 방공시스템을 개량하고 첨단 전자전 시스템을 갖추는데 러시아의 도움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Q : 북한의 러시아에 대한 지원 현황은.
A : “현재까지 북한이 파병한 병력은 최대 1만5000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은 조선인민군 제11군단 출신의 특수부대원으로 알려져 있다. 일명 ‘돌격군단’이라고도 불리는데, 적진에 침투해 요인을 암살하고 전투를 벌이는 최정예 부대다. 이외에도 지뢰 제거 작업 등을 위한 전투공병 1000명과 민간 건설 노동자 5000명의 투입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사 장비로는 탄약과 포탄을 비롯해 탄도미사일, 장거리포, 다연장 로켓 등 다양한 무기를 지원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Q : 최근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우선지원 목록(PURL)’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나토가 주도하는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프로그램으로, 러시아는 한국의 참여시 보복을 경고하고 나섰다.
A : “한국은 서방과 함께 하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포탄 등 러시아가 지칭하는 살상 무기를 노골적으로 무조건 지원하기보다는 러시아가 아파할 만한 것을 찾아 목록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러시아가 한국을 위협할 때마다 우리도 상응하여 긴장도를 높이는 맞대응(tit-for-tat) 방식을 취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이에 따라 원칙적으로 PURL에 참여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전후 러시아와의 우호관계 회복도 중요하다.”

Q : 러시아와의 관계가 훼손되고 국익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데.
A : “한·러의 현 상황을 볼 때 우리가 러시아에 필요로 하는 것보다 러시아가 한국에 필요로 하는 것이 더 많을 것이다. 특히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더욱 그렇다. 러시아는 우리의 10대 교역국이 아니다. 극동지역과 동시베리아 개발을 원하는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한국의 자금과 기술이 필요한 입장이다. 일각에선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러시아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김정은 체제를 볼 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북극항로 활용 등을 위해 러시아와의 돈독한 관계 유지를 거론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우리에게 주어지는 경제적 혜택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Q : 주한 러시아 대사관이 최근 ‘승리는 우리의 것’이라고 쓰인 현수막을 내걸어 논란이 됐다.
A :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승리를 의미하는 듯한 문구로, 용납할 수 없는 처사다. 일본에서는 하지 못하는 행동을 한국에서 서슴없이 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를 얕보고 있다는 의미다. 러시아에 대해 당당하게 항의할 것은 하고 맞설 것은 맞서야 한다.”
러·우크라전은 자존심 대결, 종전 쉽지 않아
우크라이나 지지자들이 지난 24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Q : 북·러가 급속히 밀착하면서 북·중 관계가 예전만 못하다는 얘기도 있는데.
A : “이 문제는 그런 시각으로 보면 안 된다. 북한은 역사적으로 볼 때 항상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더 많은 이익을 얻는 쪽으로 쏠리는 외교를 해왔다. 이번에도 북한의 그런 외교 전략에 작동한 것이다. 지난해 9월 중국 전승절을 기념해 베이징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는 북·중·러가 여전히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미국에 함께 대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Q : 러시아와 중국과의 관계는 어떤가.
A :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의 원유를 대거 수입하고 있다. 또 일반 러시아 국민들을 위한 생필품의 상당 부분도 중국산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수행하는 데 이처럼 중국이 막대한 도움을 주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중국의 입장에서도 싼 가격으로 러시아산 원유를 들여올 수 있는 경제적 이득을 취하고 있다.”

Q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재에 나섰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이 쉽지 않은 상황인데.
A : “겉보기에는 돈바스 지역을 차지하려는 러시아와 이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우크라이나 간의 입장 차이로 인해 종전 협상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속내는 조금 복잡하다. 강대국의 부활을 꿈꾸는 러시아와 이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우크라이나와의 자존심 대결이라고도 볼 수 있다. 여기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국내 정치적 입지를 감안하면 양측 모두 물러설 수 없는 형편이다. 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익재 기자

Copyright © 중앙SUN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