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대차, 새만금 9조 투자…‘희망고문’ 끝낼 마지막 기회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전라북도 새만금에 5년간 9조 원을 투자해 인공지능(AI), 로봇, 수소를 아우르는 미래 혁신 거점을 구축한다. 현대차그룹과 정부 및 전북특별자치도가 27일 체결한 투자협약(MOU)에 따르면 2029년까지 새만금 부지 112만 4000㎡(약 34만 평)에 초대형 AI 데이터센터와 로봇 제조∙부품 클러스터, 수전해 플랜트 등이 들어서게 된다. 현대차의 AI∙로봇∙수소에너지 역량을 집결하는 AI 수소 시티도 조성된다. 7만여 개의 일자리 창출과 16조 원 규모의 경제 유발 효과가 기대되는 초대형 지역 투자다. 이날 투자협약식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은 “호남권 전체의 경제 지도를 완전히 바꿔놓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기업의 과감한 결단에 정부는 더 과감한 지원으로 화답하겠다”고 말했다.
새만금은 실패한 지역 개발 사업의 상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7년 대선 당시 노태우 후보가 공약으로 제시한 새만금 사업은 전북 군산·김제·부안 앞바다에 세계에서 가장 긴 33.9㎞의 방조제를 쌓아 여의도의 140배가 넘는 국토를 넓히는 대규모 간척 사업이다. 하지만 총사업비가 22조 원이 넘는 ‘단군 이래 최대 국책 사업’은 정치 논리에 휘둘리느라 혈세만 낭비하며 30년 넘게 표류해 왔다. 1991년 착공한 방조제는 환경단체 등의 반발로 19년 만에야 완공됐고 새만금 개발 구상은 정권의 입맛에 따라 바뀌었다. ‘환황해 경제권 전진기지’ ‘동북아의 두바이’ ‘한중 경협단지’ ‘세계 최대 재생에너지 단지’ 등 거창한 청사진은 지역민들의 희망만 부풀렸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일부 대기업들이 내놓았던 투자 약속들도 슬그머니 철회됐다. 오죽하면 이 대통령이 진척 없는 새만금 사업을 전북도민에 대한 ‘희망고문’이라고 개탄했을까.
혁신 역량을 갖춘 기업의 과감한 투자로 새만금 개발이 새 동력을 얻었다. 지역을 넘어 국가 경제의 미래 혁신 속도를 앞당길 계기이자 새만금 ‘희망고문’을 끝낼 마지막 기회다. 새만금 투자가 결실을 거두려면 정부와 지자체의 강한 의지와 총력 지원이 필수다.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없애고 인허가·용지·인프라 등의 지원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 새만금이 성공해야 기업 투자가 지역 경제를 살리고 지역 균형 발전이 기업 성장으로 이어지는 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논설위원실 opini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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