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8자 단문정치…출근시간대, 부동산 위주 ‘폭풍 트윗’

위문희.신수민 2026. 2. 28.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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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X 정치’ 심층 분석
258자면 충분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새해 들어 X(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게시글의 평균 글자수다. 이 대통령이 최근 주요 정책 방향은 물론 각종 논란에 대한 입장과 정치적 메시지까지 X를 통해 밝히고 나서면서 국정운영의 중심에 X가 동원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지난 1월 1일부터 이달 27일까지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을 제외하고 X에만 단독으로 올린 글은 총 97건이다. 하루 평균 1.7건 꼴로 건당 평균 조회 수는 약 65만회다. 가장 짧은 메시지는 16자에 불과했지만, 필요할 땐 1531자까지 할애했다. 타이밍도 의도된 것이란 평가다. 출근 시간대(오전 6시~오전 9시)에 집중적(22건, 22.7%)으로 글을 올렸다. 스마트폰 이용이 많고 뉴스 소비가 증가하는 시간대다.

게시글 유형을 보면 정책 관련 메시지(39건, 40.2%)가 가장 많았다. 이 대통령이 X에서 정책 구상을 밝히거나 추진 의지 등을 강조하는 메시지에 집중한 건 X라는 매체의 특성 때문이다. 짧고 간결한 내용만으로도 높은 조회 수를 올릴 수 있고 게시글도 손쉽게 ‘리트윗’ 될 수 있어서다. 이와 연관해 X 게시글을 분야별로 살펴봤더니 부동산과 민생 관련이 각각 1위(30건, 30.9%)와 2위(14건, 14.4%)를 차지했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국민과 바로 소통해야 왜곡 줄인다 판단
이 대통령이 정책 홍보에 X를 활용하는 것은 앞서 주요 국정회의를 전면 공개했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SNS와 생중계 등의 방식으로 국민과 바로 소통하는 것이 전달 과정에서의 왜곡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X를 통해 국정을 운영하는 최고 책임자의 의중이 명확하게 전달되는 측면이 있지 않으냐”며 “부동산 정책의 경우에도 과거엔 유관 부처 장관이나 대변인을 통해 확인해야 했다면, 이제는 대통령의 메시지로 즉각적인 확인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X에 메시지를 올린다. 부동산 관련 언급이 가장 많다. [사진 이 대통령 X 캡처]
이 대통령은 쟁점이 되는 사안에 대해선 공개 반박이나 정면 대응(28건, 28.9%)도 마다치 않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7일 X를 통해 “상속세 때문에 고액 자산가의 해외 이탈이 급증했다”는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의 보도자료를 가짜뉴스라고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이후 산업통상부는 곧바로 대한상의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언론 보도를 직접 반박한 사례도 있다. [사진 이 대통령 X 캡처]
이 대통령이 이처럼 청와대 대변인실이나 소관 부처가 해명하도록 하지 않고 직접 나서는 데에는 언론에 대한 불신도 적지 않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3일 서울 강남과 한강벨트 일대 아파트 매물이 늘고 있다는 한 기사를 링크한 뒤 “‘효과 없다, 매물 나오지 않는다’ 이런 엉터리 보도도 많던데, 그런 허위보도하는 이유가 뭘까요
외국 정상과 교류 무대로도 활용한다. [사진 이 대통령 X 캡처]
?”라고 했다. 정부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가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보도를 반박한 맥락이다.

물론 이 대통령이 X를 정치적 공방의 도구로만 활용한 것은 아니다. 현장 행보를 포함해 감사·격려·애도의 뜻을 전하는 대국민 소통(20건, 20.6%) 성격의 게시물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여기에선 정상 외교와 연계한 게시물도 눈에 띈다. 상대국 정상의 X 계정을 태그해 친교를 부각하는 방식이다. 이 대통령은 23일 자신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의 어린 시절 사진을 엮은 영상을 X에 올렸다. “두 소년공이 대통령이 돼 만났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해당 게시글에는 양국 국기를 나란히 표기하며 “함께라면 더 강해진다”는 브라질 네티즌의 댓글이 달렸다.

이밖에도 이 대통령은 기존 정부 정책이나 새로 도입을 검토 중인 사안에 대한 의견을 묻는 여론 탐색(10건, 10.3%)의 창구로도 X를 활용했다. 탄산음료 등 가당음료 생사기업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이른바 ‘설탕세(설탕부담금)’ 도입 논의도 이 대통령이 쏘아올렸다.

‘설탕세’ 도입 등 여론 탐색 창구로도 활용
이런 이 대통령의 ‘X 정치’를 두고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경직된 공직 사회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정책 추진의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있다. 여권 관계자는 “정책은 실제 집행돼 결과가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하지만 대통령이 X에서 언급하는 순간 사실상 정책이 공식화된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그만큼 하부 행정 조직의 움직임도 빨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동시에 공직사회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부처 관계자는 “기존에도 국무회의에서의 즉흥 발언 때문에 대응하느라 버거웠는데 이제는 X에서 어떤 메시지가 나올지 예측하기 어려워 부담이 더 커졌다”고 토로했다. 중요도가 높은 정책이 대통령의 즉각적인 메시지에 가려 부처 내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얼마든지 논쟁 가능한 사안인데 짧고 단순한 대통령의 X 발언으로 선악의 구도로 치환되는 데서 비롯된 갈등 우려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활용과 유사한 문제다. X에 남는 메시지가 모두 기록으로 축적된다는 점에서 훗날 ‘말빚’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야권 관계자는 “주식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설 경우, 과거 발언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정당 정치가 정쟁 중심으로 흐르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정책 의제를 전면에 내세우는 모습은 분명 차별화된 지점”이라면서도 “메시지가 즉흥적으로 나가거나 행정 시스템과 보조를 맞추지 못하면 기대했던 시너지 대신 엇박자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위문희·신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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