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서 소주잔 꺼냈더니 난리났다”…도파민 끝판왕 만드는 한국 여성
전혜정 집행위원장 인터뷰
2015년 마이너 취급됐지만
지금은 어엿한 주류 올라서
2시간만에 소통하는 영화로
한국 문화 알리고 한류 기여
한강라면·소주 체험도 인기
영화제는 도파민의 끝판왕
![전혜정 런던아시아영화제 집행위원장이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27/mk/20260227211013166aapi.jpg)
전 위원장이 LEAFF를 선보인 건 2015년이다. 한국문화원 초기 멤버로 합류해 각종 문화 행사를 기획했던 것까지 합치면 20년 넘게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아시아 문화를 소개해왔다. 그는 “한때 마이너로 취급되던 아시아 문화가 주류로 떠오르는 데 기여했다는 사실이 뿌듯하다”면서 “런던시 관계자들도 영화제가 런던의 자랑스러운 보물이라며 10주년 축하 메시지 보내왔다”고 말했다.
한류의 선풍적 열기와 맞물리며 LEAFF도 ‘문화제’와 가까운 형태로 진화했다. 농심, 하이트진로 같은 한국 기업과 협업해 영화에 소개된 한국 먹거리 체험 행사를 기획한 것이 대표적이다.
전 위원장은 “영화 감상 직후 한국에 대한 호기심이 가장 많이 차올랐을 때 라면과 소주를 맛보게끔 하고 싶었다”며 “제가 영국 영업 1팀장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뛰었다”고 말했다. “영화에서나 보던 소주를 먹고 한강 라면을 접하니 영국 관객이 열광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소주잔 굿즈를 만들어서 나눠줬더니 인증샷도 쏟아졌습니다. 문화를 알아야 소비로 이어지고 그게 산업을 키운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전혜정 런던아시아영화제 집행위원장이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27/mk/20260227211014471aniq.jpg)
상영 방식도 한층 진화했다. 런던 테이트모던 등 유명 미술관과 협업해 미디어아트를 ‘풀버전’으로 상영하는 프로그램을 열기도 했다. 미술관에서 스쳐 지나가듯 보던 작품을 관객이 의자에 앉아 끝까지 감상하도록 한 것이다. “인파에 떠밀려 1~2분만 보고 지나치지 말고 진지하게 마주하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작가도 관객도 모두 호평했죠. 이처럼 영화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단, 전 위원장 역시 지금의 영화계 상황을 낙관하지는 않는다. 영화제에서 상영하는 편수도 몇 년 새 60여 편에서 40편대로 뚝 떨어졌다. 신작이 충분하지 않자 고전 영화를 다시 트는 게 일상이 됐다.
다만 이는 “영화의 위기가 아닌 한국 영화의 위기”라며 “영화산업의 ‘쇠퇴’가 아니라 ‘구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전 위원장은 설명했다. 그는 “한국 상업영화, 특히 투자사가 돈을 넣고 스타 감독과 배우를 붙여 만드는 방식이 한계에 온 것”이라며 “영화산업의 중심추가 동남아시아로 옮겨가고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영화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 창작자들이 현지 인프라스트럭처를 바탕으로 협업하는 사례도 늘었다. 그는 이런 변화 한가운데에서 “한국이 콘텐츠를 만드는 나라를 넘어 아시아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학교로 유명한 런던에서 유학 중인 학생들이 LEAFF 스태프로 참여해 기획과 배급, 마케팅까지 몸으로 익히고 있습니다. 이 경험을 안고 본국으로 돌아가 한국 영화계와 밀접한 협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영화로 한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팔을 걷어붙였다. 2023년 처음 시작한 이른바 영화 떴다방 ‘무빙’이 대표적이다.
그는 “특정 도시와 기존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이동식 영화제로 지역사회의 가려운 점을 긁어주는 해결사로 기획했다”고 설명한다. “인구소멸지역인 전북 부안에서는 해수욕장에 몽골 텐트를 치고 ‘청춘’을 테마로 젊은이를 불러 모았습니다. 베트남 인구가 가장 많다는 해남에서는 다문화사회의 새 장을 여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10년을 버텨온 민간 영화제가 계속 성장하려면 공공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인의 열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영화제를 문화 외교의 축이자 공공재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2시간 안에 공존의 해법과 상대방의 문화까지 소상히, 다양히 알릴 수 있는 건 영화가 유일합니다. 수백 명의 정성과 노력이 들어간 영화가 좋은 곳에 더 널리 쓰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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