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좇는 이들…美방산 ‘빅5’가 챙긴 3000조원의 비밀[북스&]
천문학적 로비 등 정치권과 결탁
행정부·의회·軍에 막강한 영향력
국방예산 절반 군수기업에 흘러가
전세계 무기시장 절반 장악한 美
제조사-테크기업간 주도권 경쟁
향후 무기체계 성격 달라질수도


올해 초 미국은 특수부대를 동원해 베네수엘라 수도 한복판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하며 미군 첨단 무기의 위력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 체포 작전에는 F-22·F-35 전투기와 B-1 폭격기, EA-18G 그라울러 전자전기 등 150대의 군용기와 드론이 총동원됐다. 스텔스 무인 정찰기 ‘RQ-170 센티널’과 적의 무기 시스템을 무력화하는 ‘디스컴버뷸레이터(Discombobulator)’라는 최첨단 비밀 무기도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이란 공격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이 유럽과 중동 기지로 150대가 넘는 군용기를 이동시켰는데 이는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이 지역 최대 규모의 군사력 배치라고 보도했다. 미국 역대 대통령들은 ‘평화’를 외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군사 개입을 멈춘 적이 없다. 베트남·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대표적이다.
신간 ‘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는 미국이 끝없는 전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파고든다. 미국 싱크탱크 퀸시연구소 연구원인 윌리엄 D. 하텅과 벤 프리먼은 그 원인을 ‘군산복합체’에서 찾는다. 군과 산업, 돈과 권력이 얽힌 군산복합체가 미 행정부와 의회, 군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천문학적 규모의 미국 국방 예산과 무기 판매가 군산복합체를 이익만 좇는 괴물로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미국 국방부 예산(2025회계연도 기준)은 8950억 달러(약 1280조 원)에 이른다. 막대한 국방 예산의 최대 수혜자는 단연 방산 업체다. 저자들에 따르면 2001년 9·11 테러 이후 20년 동안 미국 국방부가 지출한 14조 달러(약 2경 20조 원) 중 절반인 7조 달러가 민간 군수 기업으로 흘러들어갔다. 특히 같은 기간 록히드 마틴, RTX(옛 레이시온), 보잉, 제너럴 다이내믹스, 노스럽 그러먼 등 미국 방산 업체 ‘빅5’는 국방부와 해외 판매 계약을 맺고 2조 1000억 달러(약 3000조 원)를 챙겼다.
미국산 무기는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나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뿐 아니라 전 세계에 공급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전 세계 무기 시장의 43%를 장악했다. 러시아의 3배, 중국의 6배에 달하는 규모다. 또 2022년 전 세계에서 벌어진 46개 분쟁 가운데 34개 분쟁에서 미국이 공급한 무기가 사용됐다고 한다. 이는 일부 분쟁에서 교전을 벌인 양측 모두 미국산 무기를 사용했다는 의미다.
저자들은 방위 산업이 정치권과 결탁해 이익을 챙기는 대표적인 수단으로 ‘로비’와 ‘회전문 인사’를 꼽는다. 실제로 국방부 계약 업체들은 2024년 로비에 1억 4800만 달러를 썼고 945명 이상의 로비스트를 고용했다. 미국 하원의원 1명당 로비스트 2명을 붙이고 로비 자금 27만 500달러를 쓴 셈이다. 하원의원 연봉 17만 4000달러를 웃도는 액수다. 국방부 고위직이나 상·하원의원 출신이 군수 업체의 로비스트로 일하고, 또 방위 산업계 경영진이 국방부 고위직에 발탁되는 ‘회전문 인사’도 군산복합체를 떠받치는 시스템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 국방장관 5명 중 4명이 군수업체 이사회 출신이었다.
현재 미국 군산복합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는 게 저자들의 판단이다. 기존 빅5 방산 업체와 실리콘밸리 기술 기업으로 대변되는 신흥 세력 간 전쟁 산업 주도권 경쟁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신진 세력을 대표하는 기업은 실리콘밸리 거물 투자자 피터 틸이 창업한 팔란티어,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오큘러스 창업자 팔머 러키가 설립한 안두릴 등이다. 이들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저자들은 신구 세력 간 격돌의 결과에 따라 미국 무기 체계의 성격이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한반도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국방 정책이 군산복합체의 이익에 따라 결정된다는 저자들의 주장은 우리에게도 시사점을 제시한다. 다만 방산 기업의 사회 전반에 대한 영향력을 과대 평가하고 중국·러시아의 군사적 팽창 등 전쟁을 야기하는 정치·안보 요인에 대한 분석이 소홀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452쪽, 2만 5000원.
이재용 선임기자 jy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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