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구글에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 조건부 허가…반출 전 정부 사전 확인(종합)

김유진 기자 2026. 2. 27.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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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시계열 영상 등 보안 처리
韓 영토, 좌표 표시 제거·노출 제한
원본데이터 가공 국내 서버에서 해야
구글, 국내 산업 상생방안 마련 권고
구글맵. /조선비즈 DB

정부가 구글의 요청한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을 조건부 허용하기로 했다. 1대5000 축적 지도가 해외 기업에 제공되는 것은 처음이다.

정부는 안보의 우려가 있는 만큼 구글의 고정밀 지도 활용에 엄격한 단서 조항을 내걸었다. 구글은 고정밀 지도를 활용할 때 영상 보안 처리, 좌표 표시 제거 등을 해야 한다. 가공 정보를 해외로 반출하기 전에는 우리 정부의 확인을 받아야 한다.

다만 이번 정부의 결정을 두고 국내 공간정보산업의 경쟁력 저하 우려가 큰 상황이다. 정부는 구글에 국내 산업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도록 권고하며 관련 산업의 보호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고정밀 지도는 1대5000 축척 지도로, 실제 거리 50m를 지도상 1cm로 표현한 고정밀 데이터다. 길찾기, 대중교통 안내, 상점·리뷰 정보 연동, 모빌리티 경로 최적화 등 고도화된 위치 기반 서비스의 기반 인프라로 활용된다.

국토교통부는 27일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 회의를 개최하고 구글이 작년 2월 신청한 1대5000 지도 국외반출 신청 건을 조건부 허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협의체는 지도 정보의 해외 반출 여부를 심의·결정하는 기구다. 국토부를 비롯해 국방부, 국가정보원, 외교부, 통일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행정안전부, 산업통상부 등의 관계 부처와 민간위원이 참여한다.

구글은 지난 2007년과 2016년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을 정부에 요청했다. 당시 정부는 안보·방위 정보가 포함된 고정밀 지도를 국외로 반출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구글은 지난해 2월 또다시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을 요청했고 정부는 5월과 8월, 11월 계속해서 결정을 연기했다.

구글은 정부가 요청한 ▲영상 보안 처리 ▲좌표 표시 제한 ▲국내 서버 활용 및 사고 대응 등을 수용하는 내용을 담은 보완 신청서를 이달 5일 정부에 제출했다.

김태형 국토부 공가정보제도과장은 “협의체는 구글에서 제시한 국가 안보적 우려를 기술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지 논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영상 보안처리, 좌표표시 제한, 국내 서버 활용 등을 통해 그간 국내법이 적용되지 않던 구글이 국내법 체계로 들어오게 됐다. 오히려 안보적으로는 취약한 부분들이 보완되는 효과가 있으면서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데 동의가 있었다”고 했다.

◇길찾기·네비게이션 위한 제한 정보만 제공…반출 전 정부 사전 확인

협의체는 안보상의 이유로 구글의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에 엄격한 조건을 걸었다. 구글은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 시 영상 보안 처리를 해야 한다. 구글 맵스, 구글 어스의 글로벌 서비스에서 대한민국 영토에 대한 위성․항공사진을 서비스하는 경우, 관계법령 등에 따라 보안처리가 완료된 영상을 사용해야 한다. 과거 시계열영상(구글 어스)과 스트리트 뷰에 대해서도 군사·보안시설을 가림 처리해야 한다.

좌표 표시도 제한된다. 구글은 구글 맵스, 구글 어스의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할 때 대한민국 영토에 대한 좌표 표시를 제거하고 노출을 제한해야 한다.

협의체는 고정밀 지도의 원본 데이터가 해외로 유출되지 않도록 국내에 있는 제휴 기업의 서버를 활용해 데이터를 가공하게 했다. 군사·보안 시설에 대한 지도 정보 수정이 필요한 경우 정부 요청에 따라 국내 제휴 기업이 국내 서버에서 수정하는 절차를 관리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구글의 데이터센터를 두는 방안이 거론됐으나, 국내 제휴 기업의 서버를 활용하도록 해 지도 정보의 해외 서버 이전 우려를 줄였다.

김 과장은 “국내 제휴 기업은 공간정보를 취급할 수 있는 기업“이라며 ”구글은 국내법 적용을 받지 않는 회사인데 이번 반출을 계기로 정보 가공 처리를 국내법에 따라 하겠다는 요건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렇게 가공된 데이터가 해외로 반출되기 전 검토와 확인을 거치는 절차도 만들었다. 제공하는 지도 정보 역시 내비게이션과 길찾기 서비스를 위한 기본 바탕지도 및 도로 등 교통네트워크로 한정했다. 등고선 등 안보적으로 민감한 데이터는 반출 대상에서 원천 제외했다.

정부는 구글과 보안 사고 발생 시 대응 처리 절차인 ‘보안사고 예방 및 대응 프레임워크’를 수립하도록 수립할 예정이다. 특히 구글에 제안에 따라 국가안보와 관련한 임박한 위해 또는 구체적 위협이 있는 경우에 긴급하게 대응할 수 있는 ‘레드 버튼’을 만들기로 했다. 한국 지도 전담관을 국내에 상주하도록 해 정부와 상시 소통할 수 있는 채널도 만들기로 했다. 정부는 구글이 이런 조건을 충족하지 않을 경우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 허가를 회수할 방침이다.

김 과장은 “레드버튼 기능을 구글 측에서 제안했다. 천재지변이나 갈등 사안 등 비상대응이 필요한 경우 지도를 수정하는 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서버 단위에서 그 기능을 중단 시키는 긴급 버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정부도 구글에 이 기능을 구현하도록 권고했고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협의체, 구글에 국내 기업과 상생방안 마련 권고

협의체가 구글에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을 허용한 것은 한국에서만 구글맵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라 외국인 관광 증진을 위해 최소한의 지도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졌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또한 미국에서 ‘디지털 규제’ 장벽을 해소하라는 압박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 과장은 “길찾기나 네비게이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데이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정보가 없어 한국에서 구글 지도가 안 된다는 이야기가 나왔던 것이다. 1대5000 지도 정보를 구글이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이런 서비스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협의체는 이번 결정으로 국내 플랫폼 업계를 중심으로 경쟁력 약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점을 고려해 정부 차원에서 공간정보산업을 위한 지원 확대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협의체는 세계 최고 수준 3차원 고정밀 공간정보 구축, 공간 인공지능(Geo AI) 기술개발 지원, 공간정보산업 지원 및 전문인력 양성, 공공수요 창출 등 ‘공간정보산업 육성 및 지원방안’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수립하도록 권고했다.

구글 역시 국내 공간정보산업과 인공지능(AI) 등 연관 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상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협의체는 구글에 한국의 균형성장 등에 기여할 수 있는 상생 방안 등을 책임 있는 자세로 적극 강구․시행할 것을 함께 권고했다.

김 과장은 “구글에서 국가 인프라를 가지고 활용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이에 맞는 상생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상생방안에) 높은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한다”며 “관계부처와 쭉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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