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골목 구석구석 품는 구글맵 … 네카오와 무한경쟁
구글 맵 쓰는 외국인 관광객
한국 여행 편의성 대폭 확대
국내 관광 업계에는 희소식
구글과 경쟁 치열한 韓플랫폼
"지도 시장까지 뺏길판" 우려

정부가 20여 년간 안보의 빗장에 가로막혀 있던 구글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을 전격 허용했다. 이번 결정으로 당장 우리 국민과 방한 외국인들은 구글맵 하나만 있으면 서울의 복잡한 골목길부터 지방 맛집까지 전 세계 어디서나 쓰던 방식 그대로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된다.
그간 국내에서는 차량이나 도보 안내가 아예 불가능해 반쪽짜리에 그쳤던 구글맵 서비스가 보완됨에 따라 관광 경제 활성화 효과와 함께 국내 정보기술(IT) 생태계 전반에 거대한 변화가 나타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 등 8개 관계 부처로 구성된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는 27일 회의를 열고 구글이 신청한 1대5000 축척 지도의 국외 반출을 허가하기로 의결했다.
2007년부터 시작된 구글의 끈질긴 요청과 우리 정부의 안보 우려 사이에서 접점을 찾은 결과다. 그간 구글은 1대2만5000 축척 지도로는 인구 밀집 지역이나 좁은 골목길에서 보행자 및 자전거 내비게이션 같은 정밀한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부적합하다며 1대5000 지도를 달라고 요청해왔다.
기존 구글이 활용하던 1대2만5000 지도가 실제 거리 250m를 1㎝로 줄여 큰 도로와 산 등 지형지물을 멀리서 조망하는 수준이라면, 이번에 반출이 허용된 1대5000 지도는 50m를 1㎝로 좁혀 5배 더 가깝고 상세하게 들여다보는 식이다.
협의체는 구글이 제시한 기술적 대안을 검토한 결과 군사·보안 시설 노출과 좌표 표시 문제 등 그간 지적돼온 안보 취약 요인이 상당 부분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구글이 한국 지도 데이터를 '한국 땅' 안에서만 먼저 가공하도록 강제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구글이 데이터를 가져가면 해외 서버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알 길이 없었지만, 이제는 국내법의 영향력이 미치는 국내 제휴 기업 서버를 거쳐야만 한다.
이번 허가 결정에는 보안 조건이 전제됐다. 구글은 글로벌 서비스에서 한국의 위성·항공사진을 서비스할 때 보안 처리가 완료된 영상을 사용해야 하며, 과거 시계열 영상과 스트리트 뷰에서도 군사·보안 시설 가림 처리를 수행해야 한다.
이호재 국토지리정보원 원장 직무대행은 "이번 결정으로 구글 지도가 우리 법 체계 안으로 들어오게 된 점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태형 국토부 공간정보제도과장은 청와대 등 주요 시설 노출 우려에 대해 "군사·보안 시설 가림 처리는 필수 요건이며 이를 확인한 후 데이터를 반출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번 결정으로 이용자들은 구글맵에서도 해외와 똑같이 정밀한 내비게이션 기능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현재는 목적지를 검색해도 차량과 도보의 경우 경로 안내 자체가 불가능하고 대중교통 정보도 제한적으로만 볼 수 있는데 이 같은 제한이 모두 해소되는 것이다. 길찾기 기능이 개선되면서 로컬 맛집 할인쿠폰을 구글맵에서 내려받는 등 주요 거점과 지도 플랫폼을 연결하는 서비스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김득갑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교수는 "구글맵의 고도화는 방한 외국인의 여행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관광객 유치에 강력한 촉매제가 될 것"이라며 "서울에 편중된 관광 수요를 전국 각지로 분산시켜 지방 관광 경제를 살리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안보와 통상 압력 사이에서 내린 '고육지책'으로 평가하면서도 철저한 사후관리를 주문했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정부가 구글의 데이터센터 구축 요구는 양보하는 대신 실질적인 기술적 보안 조건을 촘촘하게 건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부터는 약속된 보안 조건이 잘 지켜지는지 철두철미하게 상시 점검할 수 있는 인적·물적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내 플랫폼 업계의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구글이 해외와 동일한 수준의 지도 서비스를 시작하면 외국인뿐만 아니라 국내 이용자 상당수가 구글맵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도 점유율 하락을 넘어 검색, 커머스 등 연관 사업 전반을 축소시키는 풍선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자율주행, 드론, 로보틱스 등 공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미래 신산업에서 글로벌 빅테크와의 기술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대한공간정보학회는 향후 10년간 국내 산업 분야에서 최대 197조원의 비용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홍혜진 기자 / 안선제 기자 /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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