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희의 따박따박] 저마다의 문장을 품고

차창희 기자(charming91@mk.co.kr) 2026. 2. 2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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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힘은 위대하다.

단 한 문장이 삶의 의미를 되새겨주고 새로운 출발의 원동력이 된다.

문장의 힘이 위대한 건 이처럼 누구나 어떤 의미로든 자기 삶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삭막한 오피스 대로에 큼지막하게 걸린 따뜻한 한 문장은 지난 35년간 바삐 걸음을 재촉하는 시민들에게 위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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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희 금융부 기자

문장의 힘은 위대하다. 단 한 문장이 삶의 의미를 되새겨주고 새로운 출발의 원동력이 된다. 지치고 쓰러지고 싶을 땐 따뜻한 위로를 건네기도 한다. 가수는 음악으로, 배우는 대사로, 작가는 글귀로 문장에 인생의 희로애락을 담는다.

학창 시절 수능을 치른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시험지를 풀기 전에 만나는 글귀가 있다. 10여 글자 분량의 수능 필적 확인 문구다. 부정행위 방지를 위한 필체 대조용으로, 수험생들은 OMR 카드에 또박또박 해당 문구를 써야 한다.

수험생 시절 써낸 필적 확인 문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중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였다. 사실 당시엔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그저 내 점수와 목표로 한 대학이 눈앞에 아른거렸고, 실수하면 1년이 날아간다는 긴장감에 벌벌 떨었을 뿐이다. 시간이 훌쩍 지나니 문득 과거에 스쳐 지나갔던 글귀들이 떠오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살펴보면 이 문장을 응용해 삶에 활용하는 사람도 많아 보인다. 삶의 고난 때마다 '레벨 업' 순간으로 생각하라는 내용이었다. 게임에서 힘든 과정을 거치지만, 레벨업을 하면서 캐릭터는 강해지니까.

문장의 힘이 위대한 건 이처럼 누구나 어떤 의미로든 자기 삶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0명이 똑같은 문장을 읽어도 저마다 가슴에 남는 잔상은 100가지다. 문장에는 정답이 없기에 그 해석은 읽는 이의 삶만큼 넓어진다.

작년 수능 필적 확인 문구는 '초록 물결이 톡톡 튀는 젊음처럼'이었다. 대한민국의 미래들을 표현할 수 있는 최대의 찬사가 아닐까. 힘들었던 수험 생활을 마친 그들이 올 3월 대학 캠퍼스에서, 혹은 사회 현장에서 톡톡 튀는 젊음을 뽐내길 바란다.

초등학생 때 컴퓨터를 사용하는 수업 시간이면 늘 옆자리 친구와 한컴 타자 대결을 하곤 했다.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대결 주제는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이었다. 요즘엔 고개를 들어 밤하늘의 별을 볼 때마다 생각이 난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함께.

성인이 된 후 서울에 올라와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가 광화문 교보생명 빌딩에 붙은 '글판'이었다. 삭막한 오피스 대로에 큼지막하게 걸린 따뜻한 한 문장은 지난 35년간 바삐 걸음을 재촉하는 시민들에게 위로가 됐다. 지난해 시민 2만2500명이 직접 참여한 투표에서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문안은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이라고 한다. '대추가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천둥 몇 개, 벼락 몇 개'란 문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충격 속에서도 시민들에게 견디며 익어 가는 회복의 메시지를 건넸다.

중고등학생 때 신문을 보면서 마음에 드는 칼럼은 따로 오려내 공책에 붙이곤 했다. 사회 이슈에 대한 통찰력을 얻기도 하고, 문장 그 자체가 좋아 간직해 왔는데 어느 순간부터 글을 멀리하고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기계적으로 넷플릭스 보던 걸 멈추고 요새는 책을 좀 보려 노력한다. 마침 좋아하던 소설가의 신작이 7년 만에 나왔다고 해서 오랜만에 책을 샀다. 모두에겐 각자의 삶을 지탱하고 있는 짧은 문장들이 있을 것이다. 이 문장 하나하나가 모여 우리네 삶을 더욱 반짝이게 해주길 바라본다.

[차창희 금융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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