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는 무슨 죄냐, CCTV라도 달라고?" 롯데 결단에 팬들은 분노…'이중 징계 회피·수뇌부 책임' 명분은 있었다지만

[SPORTALKOREA] 한휘 기자= 명분은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납득하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롯데 자이언츠 팬들 사이에서 말이다.
롯데 구단은 27일 최근 스프링캠프지인 대만 타이난에서 원정도박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는 나승엽, 고승민, 김동혁, 김세민에게 구단 자체적으로 별다른 징계를 내리지 않는다고 알렸다.
대신 이강훈 대표이사와 박준혁 단장, 구단 자체 매니저가 징계를 받는다. 이 대표와 박 단장에 관해서는 '중징계'라고만 언급하고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해당 선수 4명은 지난 13일 구단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대만 타이난의 한 게임장 CCTV 화면에 포착됐다. 그런데 이 화면 속에서 선수들이 조작하던 기기가 현지 법에서 금지된 온라인 기기를 사용한 도박 기계가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결국 이들은 구단 면담 후 즉각 귀국 조치됐다. 19일에는 부산경찰청에 고발장까지 접수됐다. 징계 처분 결과에 이목이 쏠린 가운데, KBO는 23일 김동혁에게 50경기 출장 정지, 다른 3명에게 3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결정했다.
과거 원정도박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던 임창용과 오승환이 72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은 것에 비하면 가볍다. 하지만 이들과 달리 이번 롯데 선수 4명은 아직 경찰 조사가 진행 중임에도 KBO에서 선제적으로 징계를 내렸다는 차이점이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 추가 징계가 이어질 여지도 남겨뒀다. 여기에 롯데 구단에서도 자체 징계를 준비했다. 일부 선수의 경우 방출까지 당할 가능성이 거론됐는데, 결과는 딴판이었다. 추가 징계 없이 KBO가 내리는 징계만 소화한다.

명분은 있다. KBO는 이중 징계 방지를 위해 KBO 차원의 징계가 아닌 구단 자체 징계를 자제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이번에 롯데가 선수들에게 출장 정지나 벌금 등의 징계를 내리지 않은 것이 이 일환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팬들의 반응은 매우 좋지 않다. 선수들에게 추가 징계를 내리지 않은 것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이 대표와 박 단장, 프런트 직원들이 징계를 받게 된 점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여론이 강하다.
이들은 선수단 관리의 책임이 있는 만큼 사건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선수들의 자체 징계 없이 프런트만 책임을 떠안는 모양새가 되면서 구단이 선수들에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그나마 '총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대표와 단장은 징계 자체는 피하기 힘들었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현장 매니저들까지 징계 조치를 받는 점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롯데 구단은 2026시즌 준비에 많은 공을 들였다. 모기업 사정으로 외부 FA 영입이 좌절된 대신, 일본에서 유능한 코치진을 대거 영입해 육성에 방점을 찍었다. 캠프지에 롯데호텔 셰프를 초빙하는 등 선수단이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 중심에 박 단장을 비롯한 프런트 임원들이 있었고, 이를 실행할 수 있던 원동력은 현장에서 발로 뛰어다니는 매니저들의 헌신이었다. 이들은 자정에 가까운 늦은 시간까지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선수단 관리에 힘쓴 것으로 전해진다.
사건에 연루된 선수들은 이들이 업무를 마치고 난 새벽 시간대에 외출해 불법도박이라는 대형 사고를 치고 돌아왔다. 직원들이 통제할 수 없는 범위에서 일이 터진 셈인데도 책임을 선수들이 아닌 프런트와 직원들에게 온전히 전가하는 모양새가 됐으니 반응이 좋을 수가 없다.

SNS에서 한 팬은 "현장에서 뛰는 일개 매니저는 징계를 주고 일을 저지른 선수들에게는 추가 징계가 없다. 학생도 아니고 새벽까지 보초 서고 있어야 하나"라며 프런트에만 책임을 묻는 현 상황을 비판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이럴 거면 프런트보고 CCTV 다시 설치 하라는 이야기"라며 분노 섞인 반응도 나왔다. 롯데는 지난 2014년 구단 수뇌부가 원정 숙소 CCTV로 선수단을 사찰했다는 사실이 보도되며 구단 역사에 큰 오점을 남긴 바 있다.
이후 롯데 팬들 사이에서 농담 삼아 당시 일이 다시 언급되는 일은 있어도, 진지하게 CCTV 사건을 거론하는 일은 없었다. 그런데 이 일을 끄집어내 프런트의 입장을 변호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징계 조치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많은 것이다.

롯데의 이번 징계 처분은 분명히 명분은 있었다. 선수들에게 추가적인 징계를 내리기엔 이중 징계 문제가 걸린다. 프런트 수뇌부를 지나치기엔 이들 역시 엄연한 '총책임자'이므로 아무 처분 없이 지나갈 수 없었다.
하지만 발로 뛰는 매니저들에게까지 책임을 물은 것은 좋지 않은 판단이라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면서 선수단에는 손을 놓는 모양새가 됐기에 논란이 더욱 번지는 모양새다. 심지어는 "이렇게 해서 선수단이 죄책감을 느끼겠냐"라는 극단적인 평가까지 나온다.
롯데는 징계 처분 결과를 알리며 내부 규정 재정비와 교육 등을 재확인해 재발 방지에 힘을 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발 방지의 근간은 확실한 진실 규명과 책임 소재 파악이다. 책임을 잘못 물은 시점에서 재발 방지도 공허한 외침이 될 우려가 크다.

사진=뉴스1,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롯데 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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