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화는 착하다, 문제는 러너의 선택과 습관

"우리가 아는 브랜드는 다 기능적으로 뛰어납니다. 과학적 테크놀로지보다 내 발에 맞느냐가 최우선돼야 편하게 걷거나 달릴 수 있습니다."
마라톤 풀코스를 세 시간 이내에 완주한 '서브3 러너'이자 발 전문가인 정민호 러너스클럽 이대점 대표의 말이다(출처: 동아일보, '운동화 골라주는 남자'가 말하는 좋은 신발 선택법, 2021.01.23.). 한국페도틱협회의 신발교정사 자격증 과정을 이수한 정 대표에게서 발 형태와 러닝화 선택법, 착용법을 들어봤다.
사람 발은 발가락 길이에 따라 세 유형으로 나뉜다. 이집트형은 엄지 발가락이 가장 길고, 다음 발가락들의 길이는 차례로 줄어들면서 사선을 그린다. 그리스형은 둘째 발가락이 엄지보다 길다. 로마형은 엄지와 둘째, 셋째의 길이가 비슷하다.
'이집트형' 발은 엄지 부상이 잦을까?
풀코스 완주 기준 20여 년 러너인 필자는 오랫동안 달리는 동안 엄지 발가락 발톱에 부상을 입은 적이 한 번도 없다. 멍이 들지도, 빠지지도 않았다. 등산하거나 군 복무를 할 때에도 엄지는 말짱했다. 둘째 발가락 발톱에는 멍이 한 번 들었다.
필자의 발은 그리스형이다. 그래서 세운 가설이, '그리스형 발의 경우 긴 둘째 발가락이 신발에 먼저 닿는 덕분에 엄지 발가락은 신발 충격을 받지 않고, 따라서 엄지 부상이 생기지 않는다'이다. 아울러 '엄지 발가락 발톱 부상은 엄지가 가장 긴 이집트형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지 않을까'이다.
이 가설에 대해 정 대표는 "신발 관련 발톱 부상에는 발가락 형태보다는 발볼의 폭이 더 작용한다"고 답변했다. 그는 "발볼이 좁은 사람이 발 길이로만 맞는 러닝화를 선택해서 신고 달릴 경우, 착지할 때 발이 앞으로 쏠리면서 발가락 끝이 신발과 충돌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발볼이 좁은 칼발은 폭이 좁은 러닝화를 골라야 한다는 말이다.
정 대표는 이어 발톱 부상을 경험한 러너들이 하기 쉬운 실수를 전했다. "발톱에 멍이 들거나 빠진 뒤, 너무 딱 맞게 신발을 신은 탓이라고 생각하는 러너들이 있어요." 그는 "그렇게 오판하면 다음에는 넉넉한, 심지어 헐렁한 러닝화를 택하게 된다"며 "헐렁한 러닝화를 신고 뛰면 발이 신발 속에서 따로 놀게 되고, 그 경우 발끝이 신발과 자주 부딪히면서 발톱 부상이 생길 위험이 커진다"고 조언했다.
러너들에게 신발을 추천하면서 많은 사례를 접한 그는 러닝화를 신는 습관에 대해서도 따끔한 한마디를 덧붙였다. "끈을 한번 묶은 뒤 발을 러닝화에 밀어넣어 신고 뛴 다음, 다른 발로 러닝화의 뒤축을 밟고 발을 빼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 습관을 들인 사람의 러닝화는 발을 충분히 잡아주지 못하고, 그래서 발 부상의 위험이 커진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러닝화의 끈은 신을 때 묶고, 뛰고 나서 벗을 때 푸는 것이 기본이라고 말했다.
러닝화에 뚫린 마지막 구멍의 비밀
간편함이 우선시되면서 간과되는 것이 러닝화의 마지막 구멍이다. 이 구멍을 활용하지 않는 러너가 대부분이다. 필요하니까 신발 제조업체에서 끝 구멍을 뚫어놓았을 텐데, 이 구멍은 어떻게 활용하는 것일까?

오래 전에 고안됐으나 실제로 활용하는 러너는 드문, 끝 구멍에 끈을 꿰는 법은 다음과 같다.
- 끝에서 둘째 구멍으로 뽑아낸 끈을 마지막 구멍으로 넣어 고리를 만든다.
- 다른 쪽 끈으로도 그렇게 고리를 만든다.
- 각 끈을 맞은 편 고리에 꿴다.
- 두 끈을 교차해서 기존 방식으로 매듭 짓는다.
이렇게 마지막 구멍을 제대로 꿰면 어떤 점이 좋을까. 러닝화를 발의 발목 가까운 부분까지 밀착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정민호 대표는 "이렇게 끈을 묶으면 신발이 발목 가까운 부분과 뒤꿈치를 잡아줘 발끝이 신발과 충돌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발톱이 멍들거나 빠지거나, 발가락 끝에 물집이 잡히는 부상이 덜 발생한다. 이 효과는 이집트형 등 발가락 형태를 막론하고 나타날 수 있다. 다만 걸을 때에는 끈을 조이지 않아도 된다.
매번 이렇게 꿰어야 하면 달릴 때마다 번거롭지 않을까? 처음에만 끝 구멍에 끈을 꿰면 된다. 그 다음에는 신고 벗을 때 매듭만 묶고 풀면 된다.
정 대표는 러닝화도 핏(fit)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발 길이뿐 아니라 폭에 맞춘 핏을 고려해 러닝화를 골라야 한다. 러닝화를 잘 선택했다면, 러닝화가 발을 착 감싸도록 끈을 마지막 구멍에까지 꿰어 묶으면 더 좋다. 이렇게 신고 산뜻한 착화감을 맛보면서 봄맞이 달리기에 나서보자.

백우진 칼럼니스트 (smitten@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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