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기독교엔 기독교 정신이 없다" 미국 열광시킨 30대 신학생 정치인의 연설

최승현 2026. 2. 2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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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주 주의회 하원의원 제임스 탈라리코
'신앙' 언어로 보수 개신교계 유착 문제 날카롭게 공격
"예수님은 국적·피부·성적 지향 상관없이 '이웃 사랑하라'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 견제로 CBS 토크쇼 불방…전국구 정치인으로 부상
제임스 탈라리코 텍사스 주의회 하원의원이 미국 CBS 간판 토크 프로그램 '더레이트쇼'에 출연해, 트럼프 및 공화당과 유착한 미국 보수 개신교를 "기독교가 아니"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레이트쇼 유튜브 갈무리 

[뉴스앤조이-최승현 편집국장] 지난주 미국의 한 1989년생 청년 정치인이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다. 텍사스주 주의회 하원의원 제임스 탈라리코(James Talarico)가 그 주인공이다. 텍사스 오스틴장로교신학대에서 목회학 석사 과정 중이기도 한 이 '현직 신학생' 청년 정치인은 MAGA 세력의 핵심 축인 미국의 보수 개신교를 '신앙'의 언어로 날카롭게 비판하면서, 정치와 유착한 교회에 피로감을 느껴 온 이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2026년 11월 열리는 텍사스주 연방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탈라리코는 지난 2월 17일 미국 CBS의 간판 토크 프로그램인 스티븐 콜베어의 레이트쇼(The Late Show)에 출연해 미 전역에 자신의 이름을 각인했다.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남부 지역의 핵심 주, 그곳에서 5대째 개신교인으로 자랐다고 밝힌 그는 미국의 보수 개신교가 성경과 예수의 정신을 하나도 실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기독교국수주의(Christian Nationalism)는 기독교가 아니다"라며 미국 보수 개신교의 위선과 정치화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난 50년간 정치 운동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종교적 우파'는 많은 기독교인이 가장 중요한 문제로 낙태와 동성 결혼을 믿도록 각인시켜 왔습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이슈는 성경 어디에도 나오지 않고, 예수님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은 주제입니다.

예수님은 마태복음 25장에서 저와 여러분과 모든 믿는 자들이 어떻게 판단받고 어떻게 구원받을지를 정확히 말씀하셨습니다. 굶주린 자를 먹이고, 병든 자를 고치고, 나그네를 환영하는 것이라고 하셨죠. 교회에 가는 것이나 공화당에 투표하라는 말씀은 없었습니다. 그저 타자를 어떻게 대하느냐는 것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제 할아버지는 텍사스 남부의 침례교 목사셨습니다. 제가 어릴 때, 할아버지는 제게 '기독교는 단순한 종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쉬운 종교는 아니지만, 단순한 종교라고 하셨죠. 왜냐면 예수님이 우리에게 주신 계명은 단 두 가지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 그 두 번째 계명에는 예외가 없습니다. 인종이나, 성별이나, 성적 지향이나, 이민자 신분이나, 종교에 관계없이 이웃을 사랑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탈라리코는 텍사스주 하원의원으로 일하면서 지난해 텍사스 주의회가 공립학교에 십계명을 의무적으로 게시하는 법안에 반대한 바 있다. 학교에는 다양한 종교를 배경으로 한 학생들이 있지 않느냐는 이유였다. 그는 자신이 기독교인이자 신학생임에도 이 법안에 반대한 일화를 들면서 "이웃을 사랑하라"는 의미가 무엇인지 부연했다.

"우리는 무슬림, 유대인, 불교도, 힌두교도, 시크교도, 불가지론자, 무신론자를 포함한 모든 이웃을 사랑하라는 부름을 받았습니다. 그들에게 우리의 종교를 강요하는 것은 사랑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수정헌법 1조에 담긴 그 정교분리를 지키기 위해 그토록 열심히 싸워 온 것입니다."

이어 그는 "교회와 국가의 경계는 단지 국가나 민주주의에만 이익이 되는 게 아니라, 교회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교회가 정치권력과 너무 밀착하면, 권력에 진실을 외치는 선지자적 목소리를 잃게 되고 완전히 다른 세상을 꿈꾸는 능력마저 잃어버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회와 국가 사이의 이 분리는 우리가 지켜 내야 할 가치이고, 그것을 위해 싸워야 합니다. 미국 상원에는 기독교국수주의에 맞서 진실을 말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기독교국수주의에는 기독교적인 것이 단 하나도 없다'는 진실을요. 그것은 그리스도의 이름을 빌린 권력 숭배이며, 나사렛 예수에 대한 배신입니다."

더레이트쇼 진행자 스티븐 콜베어가 2월 초 ABC 토크쇼 '더뷰'에 탈라리코가 출연했다는 이유로 FCC 조사를 받을 상황이라는 뉴스 헤드라인을 보이고 있다. CBS는 FCC 눈치를 보다 탈라리코 출연분을 결방했다. 레이트쇼 유튜브 갈무리

그러나 탈라리코가 한 이 말들은 TV로 송출되지 못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눈치를 본 CBS가 방송을 자체 결방했기 때문이다. FCC는 2주 전 탈라리코가 출연한 ABC 방송국 토크쇼가 '동일 편성 규정'에 어긋났는지를 조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선거를 앞둔 후보를 출연시키려면 다른 후보에게도 동일한 시간을 배분해야 한다는 건데, 정작 토크쇼 프로그램에는 적용하지 않던 규정이었기 때문에 '트럼프가 탈라리코를 막으려 한 것'이라는 의혹이 따라붙었다. 탈라리코가 인기를 얻으면서 2026년 11월 텍사스주 연방상원의원 선거가 민주당에 유리하게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대신 진행자 스티븐 콜베어와 제작진은 이 인터뷰 녹화본을 유튜브에 그대로 올렸다. 이 영상은 공개 이틀 만에 조회 수 800만 회를 돌파해 현재(2월 27일 기준) 900만에 근접했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그를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정치인으로 만들어 준 셈이 됐다. 막을수록 오히려 더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이른바 '스트라이샌드 효과'의 교과서적 사례가 된 것이다. 유튜브에 달린 댓글 중 각각 약 10만 개의 공감을 얻은 상위 댓글 두 개가 모두 "정부가 보지 못하게 해서 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신학생인 탈라리코는 교회에서 전하는 메시지도 소셜미디어에 수시로 올린다. "예수는 우리에게 교리나 신조를 사랑하라고 한 적이 없습니다. 예수님은 '네 이웃을 사랑하라'고 하셨습니다. 인종이나 피부나 계급, 성별, 성적 지향, 이민 신분에 관계 없이 말입니다"라고 한 이 영상은 현재 조회 수 1300만 회를 기록하고 있다. 탈라리코 인스타그램 갈무리
탈라리코가 전국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그가 과거부터 이와 유사한 '보수 개신교 비판 메시지'를 내 왔다는 점이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2024년 10월 28일 인스타그램에 게시된 설교 영상은 현재(2월 27일 기준) 조회 수 1300만 회, 좋아요 83만 개를 받았다. 이 설교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예수님은 성경 전체에서 단 한 번도, 우리에게 당신을 숭배하라고 명령하시지 않으셨습니다. 그분이 요구한 것은, 우리가 당신을 따르라는 것뿐이었습니다. 이웃을 사랑하세요. 소외된 사람을 사랑하세요. 낯선 사람을 환대하세요. 굶주린 자에게 먹을 것을 주세요. 억압받는 사람이 자유로워지도록 도와주세요. 그러면 찬송가 가사처럼, 사람들은 오로지 우리가 사랑하는 것을 보고 우리가 그리스도인임을 알게 될 것입니다. 이제 다시 그 모습으로 돌아가야 할 때입니다."

예수회가 발행하는 저널 <아메리카매거진>은 탈라리코의 이러한 메시지들이, 미국 보수 교계에 실망한 그리스도인들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호소력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탈라리코는 내가 그리스도인이 되고 싶게 만들고, 기독교국수주의자들은 내가 무신론자가 되고 싶게 만든다"는 류의 댓글이 그에 관한 기사나 게시물마다 넘쳐 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탈라리코는 레이트쇼 불방 사태 이후 24시간 만에 정치 후원금 250만 달러(약 36억 원)를 모금했다고 밝혔다.

연방 상원의원에 도전 중인 탈라리코는 오는 3월 3일 민주당 경선을 치른다. 재스민 크로켓과 경합을 벌이고 있다. 설령 그가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다 해도 당선까지는 험난한 길이 기다리고 있다. 텍사스에서 마지막으로 민주당 연방상원의원이 당선된 것은 1988년이 마지막이다. 

그럼에도 미국 내에서는 그가 트럼프를 지지하는 보수 개신교계에 피로감과 거부감을 느끼는 복음주의 유권자들에게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보수 진영에서도 탈라리코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보수 진영에서 영향력 있는 팟캐스트 진행자 중 한 사람인 조 로건은 지난해 탈라리코에게 "2028년 대선에 출마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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