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개에 머문 치매안심병원…확산은 왜 더딘가

황교진 기자 2026. 2. 27.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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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2곳 동시 지정으로 전국 27개소…제도 7년, 서울은 1곳
민간 참여 부담과 운영 구조가 만든 지역 격차

치매안심병원은 가정이나 일반 요양시설에서 돌보기 어려운 중증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단기 집중 입원 치료를 제공하는 전문 의료 거점이다. 행동심리증상(BPSD)과 섬망, 공격성, 배회 등 위기 상황에 놓인 환자를 안정화하고, 이후 지역사회로 복귀하도록 연결하는 중간 단계의 의료 인프라로 2019년 도입됐다. 요양원과 급성기 병원 사이의 공백을 메우는 제도로, 치매국가책임제의 주요 정책 수단이다.

치매안심병원은 2025년 4월 말 기준 25개소였으며, 2026년 2월 대구 2곳이 추가 지정돼 현재 27개소로 집계된다. 제도 도입 7년이 지났지만, 수도권과 민간 의료기관 중심의 확산은 제한적인 상태다.

대구광역시는 2월 26일, 시립 서부노인전문병원과 시지노인전문병원이 보건복지부 치매안심병원으로 지정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대구 지역에서는 처음 지정된 사례로, 두 병원이 같은 날 평가를 통과하면서 대구 공동 1호 치매안심병원으로 지정됐다.

 
대구광역시 서부노인전문병원 전경 /  서부노인전문병원 제공
대구광역시 시지노인전문병원 전경 / 시지노인전문병원 홈페이지

대구 2곳 동시 지정…120병상 전용 운영, 인력·시설 요건 충족

이번에 지정된 대구시립 서부노인전문병원은 4병동과 5병동 각 60병상씩 총 120병상을 치매전문병동으로 운영한다. 보건복지부 현지 평가를 거쳐 인력·시설·장비 요건을 충족했다는 설명이다. 

병원 측 보도자료에 따르면, 지정 요건에 맞춰 ▲신경과 등 전문의 배치 ▲간호등급 1등급 이상 확보 ▲작업치료사 ▲임상심리사 등 전문 인력 구성을 완비했다. 간호등급 1등급 이상을 유지함으로써 환자 대비 충분한 간호 인력을 확보했고, 치매 환자 특성에 맞는 병동 환경과 안전 설비도 확충했다.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인지재활 프로그램과 작업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가족을 위한 자조모임도 마련했다. 인지기능 유지·향상을 목표로 한 치료, 일상생활 수행능력 회복을 돕는 재활, 보호자 정서 지원까지 포함된 구조다. 병원 측은 지역 내 치매 관리 전달체계를 강화하고, 응급 상황 발생 시 신속 대응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지정된 시지노인전문병원도 치매 전용 병동과 전문 인력을 갖추며 지정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병동 개수와 치매전문 병상 규모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다.

두 병원이 동시에 지정된 것은 대구시가 공공병원 차원에서 인력과 시설을 병행 확충해 왔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치매안심병원 지정 사례는 공공병원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치매안심병원 지정 현황, 2025년 4월 30일 기준, 총 25개소 / 보건복지부

2019년 안동노인전문병원 지정으로 시작된 제도…서울은 왜 한 곳뿐인가

치매안심병원은 2019년 9월 경북도립안동노인전문병원이 제1호로 지정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정부는 행동심리증상(BPSD)으로 가정 돌봄이 어려운 치매 환자를 위한 전문 입원 거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경북도립안동노인전문병원은 치매 전용 병동, 신경과·정신건강의학과 진료 체계, 전담 간호 인력, 작업치료·임상심리 프로그램을 갖춘 표준 모델을 제시했다. 이후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제도가 확대됐다.

수도권 상황은 서울과 경기·인천이 다르다. 경기도에서는 2024년 1월 지정된 부천시립노인전문병원을 시작으로 경기도립노인전문남양주병원(2024년 6월), 경기도립노인전문용인병원(2024년 12월), 안산시립노인전문병원(2024년 12월)이 치매안심병원으로 지정됐다. 인천에서는 인천광역시립노인치매요양병원과 인천제2시립노인치매요양병원이 2022년 8월 지정됐다. 

반면 서울은 2024년 3월 7일 서울특별시서북병원이 시내 최초로 지정됐으며, 현재까지 서울의 유일한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에서 지정이 늦어진 배경에는 의료 구조적 특성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은 상급종합병원과 대학병원이 밀집해 있고 급성기 중심 진료 비중이 높다. 치매 행동심리증상 환자를 위한 별도 전용 병동을 설치하는 것은 병상 구조 재편을 의미하는데, 이미 병상 가동률이 높은 환경에서는 수익 구조 변화 부담이 크다. 

또한 서울의 요양병원 다수는 민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전담 인력 확충과 병동 리모델링에 따른 초기 투자 비용과 운영 리스크를 감수하려는 동기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지적이 있다. 치매안심병원 지정 요건이 요구하는 전문의 상주, 전담 간호 인력 확보, 다직종 팀 구성은 인건비 상승으로 직결되며, 이에 대한 보상 체계가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인식도 영향을 미쳤다.

이런 구조 속에서 서울시가 직접 운영하는 공공병원인 서북병원이 먼저 지정 절차를 밟게 됐다. 서북병원은 기존 치매전문병동 운영 경험을 토대로 병동을 리모델링해 치매 전용 공간을 조성하고, 1인 집중 치료실과 다감각 자극실(스노젤렌 프로그램 운영 공간), 상담실, 프로그램실 등을 마련했다. 

신경과 전문의와 임상심리사, 작업치료사, 사회복지사 등 다직종 팀을 구성해 약물 치료와 비약물 치료를 병행하는 구조를 갖췄다. 서북병원이 이러한 지정 요건을 갖추면서 2024년 첫 지정이 이뤄졌다. 서울의 추정 치매 환자 수는 약 17만 명에 이른다. 환자 규모와 비교하면 현재 1곳에 머물러 있는 분포는 참고할 지점으로 남는다.

 
2024년 3월 서울시 최초 치매안심병원 지정 후 치매안심병동 입원 환자에게 어버이날 카네이션 달아주기 행사를 실시한 서북병원 / 서북병원 홈페이지

민간 확산이 느린 구조적 이유

치매안심병원 지정 요건은 상당히 엄격하다. 병원급 의료기관이어야 하며, 일반 병동과 분리된 치매 전용 병동을 설치해야 한다. 신경과 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배치하고, 치매 환자를 전담할 간호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여기에 작업치료사·임상심리사·사회복지사 등 다직종 팀을 구성해 약물 치료와 비약물 치료를 병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배회·낙상 위험을 고려한 안전 설비와 치매 친화적 환경 조성도 필수다. 이러한 인력·시설 기준은 곧 인건비 상승과 병동 리모델링 비용으로 이어진다.

민간 병원이 적극적으로 지정받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 구조의 불확실성이다. 전담 인력 확보는 상시 인건비 부담을 의미하고, 행동증상 환자 관리는 일반 요양 환자보다 난도가 높다. 의료진 소진과 안전 리스크도 병원이 고려해야 할 요소다.

또한 병상 30~60개를 전용 병동으로 전환하면 기존 병상 운영 구조가 달라진다. 일반 병상 수익이 감소할 수 있고, 특히 병상 가동률이 높은 수도권에서는 구조 전환의 기회비용이 크다. 정부가 성과 기반 보상 체계를 운영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정책 수행 비용을 충분히 보전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이어진다.

이 같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치매안심병원은 현재까지 공공병원 중심으로 확산해 왔다.

 

운영 격차와 지역 인프라 차이

한편, 지방은 공공병원 중심으로 지정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공공병원 비중이 높고,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거나 재정 지원을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지역 내 중증 치매 환자를 외부로 전원하지 않고 관내에서 치료할 필요성이 크다는 점도 작용한다. 고령 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치매 환자 관리 수요가 현실적인 행정 과제로 다가오고, 이에 따라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치매전문병동을 확충하는 사례가 이어져 왔다.

그러나 모든 지정 병원이 동일한 수준으로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지자체 지원이 안정적이고 다직종 팀이 유지되는 병원은 비교적 체계적 운영이 가능하다. 입원-안정화-퇴원-지역 연계 구조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반면 전문 인력 확보가 어렵거나 전용 병동을 설치했음에도 프로그램 운영이 제한적인 경우, 퇴원 후 지역 연계 체계가 미흡한 경우에는 운영 수준에 차이가 나타난다. 이는 지역 인프라와 준비도, 공공병원 비중과 재정 지원 여건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있다.

 

제도 운영의 과제 

치매안심병원 제도는 지정 확대와 함께 운영 기반의 안정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향후 과제로 남아 있다. 치매전문병동 운영에 따른 인력과 시설 부담, 민간 의료기관의 참여 여건, 전문 인력 수급 문제 등은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요소다.

고령 인구 규모와 지역별 환자 분포를 고려하면 인프라 배치의 균형 역시 점검 대상이다. 대구의 이번 '공동 1호' 지정은 지역 공공의료 기반 확충이라는 의미를 갖지만, 서울이 1곳에 머물러 있는 현재의 분포는 제도의 확산 방향과 운영 구조를 함께 살펴볼 필요성을 보여준다.

치매안심병원 제도는 2019년 도입 이후 점진적으로 확대됐다. 앞으로는 지정 숫자뿐 아니라, 각 병원이 지역 의료체계 안에서 어떤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지까지 포함해 제도의 역할을 점검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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