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첫 재판서 “서부지법 사태 때 자고 있었다”···변호인 “성한 곳 없어” 보석 신청
“침입하라고 직접 발언한 내용 없어”

서울서부지법 폭력·난입 사태의 배후로 지목돼 재판에 넘겨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첫 공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보석을 요청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단독 박지원 부장판사는 27일 오전 10시30분 특수건조물침입교사 등 혐의로 기소된 전 목사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전 목사는 하늘색 줄무늬 수의 차림으로 피고인석에 앉았다. 하얗게 센 머리가 헝클어진 모습이었다. 인적사항을 묻는 질문에 답하는 전 목사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방청석의 교회 관계자들은 이를 보고 탄식했다.
전 목사 측은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검찰이 공소장에 기재한 유튜브 영상에서의 발언 등을 자신이 말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이 발언이 서부지법 폭동을 교사한 것으로 볼 수 없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이나 교통방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전 목사는 “집회는 밤에 끝났고, 서부지법 사태는 그 다음 날 새벽 3시에 시위대가 들어간 것”이라며 “저는 그때 잠을 자고 있었는데 서부지법 사태와 저를 어떻게 연관시킬 수 있느냐”고 말했다. 변호인은 “전 목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시 서부지법을 습격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며 “습격과 관련한 어떤 공모 계획이나 연락, 언행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다른 변호인인 구주와 변호사도 “공소장 어디를 읽어봐도 집회 참가자들에게 서부지법에 침입하라고 직접 발언한 내용은 없다”며 “정범들과 전 목사 사이의 교사 관계를 인정할 인과관계를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전 목사 측은 서부지법 사태를 개인들의 ‘충동적·우발적 집단 행위’로 규정했다. 집회 과정에서 언급한 ‘국민저항권’에 대해서도 “정치적·이념적 투쟁의 표현으로, 오랫동안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제도권 정치인과 지식인, 공직자 등이 사용해 온 표현”이라고 했다. 이어 “일면식도 없는 100여명이 가담한 사건에서 일부 정범의 행위를 근거로 교사 혐의를 적용해 구속한 것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수사 과정의 문제도 제기했다. 전 목사 측은 “사건 발생 8개월이 지나서야 압수수색이 이뤄졌지만 별다른 증거물은 없었다”며 “수사 시작 후 7개월 동안 피의자 소환도 하지 않는 등 증거 확보 노력이 없었다가, 1년이 지나 갑자기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구속했다”고 말했다.
전 목사 측은 건강 악화를 이유로 보석도 신청했다. 각종 수술 이력과 당뇨 등 지병으로 구치소 생활이 어렵다는 취지다. 변호인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성한 곳이 없고, 살아 있는 것이 기적이라고 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부는 본격적인 변론에 앞서 검찰에 공소사실을 구체화할 것을 요청했다. 박 부장판사는 “정범별로 어떤 범죄를 했는지, 경찰관 몇 명을 폭행했는지 특정돼야 한다”며 “정범별로 피고인의 어떤 교사가 있었는지 명확하지 않고, 공소사실에 피고인 외에 다른 사람들의 발언이 많이 적혀 있어 어떤 부분이 교사에 해당하는지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첫 재판은 낮 12시쯤 마무리됐다. 전 목사는 법정에서 나가면서 방청석의 지지자들을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전 목사에 대한 다음 재판은 오는 4월17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다.
백민정 기자 mj10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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