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구글 ‘고정밀 지도 반출’ 조건부 허가…군사시설 등 가려야

채반석 기자 2026. 2. 27.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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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비관세 장벽으로 지적해와…관세협상 위한 고육책
구글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정부가 구글이 요청한 고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 요청을 엄격한 보안조건 준수를 전제로 허가했다.

국토교통부 등 유관부처로 구성된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는 27일 회의를 개최하고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구글이 요청하는 지도는 1:5000(지도상 1㎝가 실제 거리 50m) 축적의 고정밀 지도다. 앞서 구글은 지난 2007년부터 고정밀 지도의 반출을 요구해온 바 있으나, 정부는 국가안보 등의 이유를 들어 거듭 난색을 표한 바 있다. 정부는 지난해 2월에도 구글의 지도 반출 요청을 받고 결정을 수차례 연기해왔다.

정부는 엄격한 보안 조건 준수를 전제로 허가를 결정했다. 구체적으로는 △구글 맵스, 구글 어스의 글로벌 서비스에서 대한민국 영토에 대한 위성·항공사진을 서비스 하는 경우 보안처리가 완료된 영상을 사용하고, 구글 어스에서 제공하는 과거 시계열영상과 스트리트뷰에 대해서 군사·보안시설 가림 처리할 것 △구글 맵스, 구글 어스 글로벌 서비스에서 대한민국 영토에 대한 좌표 표시를 제거하고 노출을 제한할 것 △구글사의 국내 제휴기업이 국내에 보유한 서버에서 원본데이터를 가공하고, 간행 심사 등 정부 검토·확인을 거친 데이터만 반출하되, 내비게이션과 길찾기 서비스를 위해 필요한 제한된 데이터만 반출하는 조건이다. 등고선 등 안보 차원에서 민감한 데이터는 반출 대상에서 제외했다.

관심사항으로 꼽혔던 구글의 국내 서버 설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서버는 법인세 판단 대상이 되는 ‘고정사업장’의 주요한 요소인데 구글이 정부의 안보관련 요청을 수용하고 민감한 세금 문제를 피해갔다. 앞서 국내에서는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 고정밀 지도를 구글처럼 국내에서 많은 매출을 내고 있음에도 고정사업장이 없다는 이유로 매우 적은 수준의 세금만 내는 해외기업에 이전하는 것이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실제 구글코리아가 공시한 감사보고서를 보면 2024년 납부한 법인세는 172억원으로 같은해 네이버가 낸 세금(3902억원)의 4.4%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는 조건 충족 여부를 확인한 후 데이터를 반출하고, 지속적이고 심각한 조건 불이행이 확인될 경우 허가를 중단·회수할 방침이다. 협의체는 “그간 지적됐던 군사·보안시설 노출, 좌표표시 문제 등 기존의 안보 취약 요인을 완화하고, 국내법률이 적용되는 국내 제휴기업의 국내 서버에서 민감한 정보를 처리한 후 정부 검토․확인을 거친 보안상 문제가 없는 제한된 정보만 반출하는 체계를 통해, 사후관리 통제권이 확보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의 반출 허가 방침은 최근 불확실성이 높아진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지도 반출은 미국에서 비관세 장벽으로 지적하는 대표적인 영역으로, 미국은 다양한 통로로 정밀지도 반출과 관련해 ‘디지털 이슈에서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말라’는 우려를 여러차례 표명한 바 있다.

채반석 기자 chaib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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