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사 부르는 '뇌졸중', 겁 먹을 것 없다?...서울대병원 의사가 10년째 실천하는 방법은

조태성 2026. 2. 27.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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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풍 맞았다'고들 한다. 머리 안 혈관이 터져 급작스럽게 쓰러진다. 멀리 갈 것 없이 2022년 영화배우 강수연이 극심한 두통을 호소했다가 갑자기 숨졌다. 지난해엔 인기 유튜버 대도서관이 홀로 숨진 채 발견돼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다. 이렇게 쇼킹한 죽음과 연결되어 있는데다, 설혹 목숨까지 잃지 않는다 해도 말이나 행동이 어눌해지거나 불편해지는 후유증이 남기도 한다. 그러니 '풍'은 무시무시한 병으로 각인되어 있다.

지난해 뇌출혈로 숨진 故 대도서관(나동현)의 마지막. 서수경 SNS

서울대병원 신경과 이승훈 교수가 쓴 '뇌가 멈추기 전에'는 이런 공포에 반기를 드는 책이다. 지금도 1년에 10만 명이나 환자가 발생한다지만, 요모조모 따져보면 충분히 예방 가능하다, 그리고 회복률과 완치율이 점차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니 너무 겁 먹지 말라고 제안하는 내용이다. 진짜? 고개가 갸우뚱해질 법한 얘기지만, 그 덕에 2만부 이상 팔려나갔다.

심장의 힘을 다 받아내야 하는 혈관

뇌졸중이 왜 충격적으로 다가올까. 그 이유를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①심장의 엄청난 힘

보통 자신의 주먹만한 크기라는 심장은 280g 안팎의 무게로 체중의 0.5%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심장의 힘은 엄청나다. 한번 피를 쭉 짜주면 10m의 물기둥을 만들어낼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다. 조그맣게 두근대는 심장의 힘이다. 이 힘을, 이 압력을 다 받아내는 게 혈관이다. 뇌졸중이 대개 동맥에서 발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②소혈관은 우회로가 없다

큰 혈관은 우회로가 있다. 그래서 혈관이 탄력을 잃고 단단해지는 경화증이 발생해도 만성의 경우 어느 정도 진단과 대응이 가능하다. 급성이라 해도 우회로를 급히 찾으면 위험하긴 하지만 상태가 일시 호전되는 경우까지 있다. 그러나 작은 혈관은 이 우회로 자체가 없다. 뇌에는 이 작은 혈관이 엄청나게 많다.

뇌졸중은 한번 증상이 느껴지면 별 이상이 없더라도 바로 병원에 가는게 좋다. 게티이미지뱅크

③너무 섬세한 뇌

뇌졸중은 그래서 무섭다. 뇌는 무게는 불과 1,300g으로, 몸무게의 2% 정도를 차지하는 기관이지만 혈류량은 20~30%를 소비한다. 작은 혈관이 엄청나게 많은 기관이다. 조직 자체도 부들부들 연약한 조직이라 오염이 심하다 해서 세척할 수도 없다. 민감한 조직이다보니 혈류 공급이 1분만 중단돼도 세포가 죽고, 대개는 거의 재생되지 않는다.

④전조 증상이 없다

다른 병들은 얼추 전조증상이 있다. 하지만 뇌졸중의 경우 엄격하게 말해 전조증상이 없다. 흔히 뇌졸중의 전조증상이라 불리는 걸로는 이런 것들이 있다. 머리가 아프고 묵직하다, 어지럼증이 있고 좀 더 심해진다, 눈꺼풀 자주 떨린다, 입꼬리 처지고 얼굴이 떨린다, 몸 한쪽의 느낌이 이상하다 등등. 이건 뇌 어디선가 이미 혈관이 터졌다는 얘기다. 엄격히 말해 전조증상이 아니라 그냥 증상이다.

⑤후유증이 크다

중추신경계, 말초신경계가 한데 모인 곳이 뇌다. 그러니 작은 혈관이 터지면 인지장애, 치매, 보행장애, 파킨슨증후군, 정동장애 등으로 곧바로 따라온다. 치매 중에도 혈관성 치매라는 게 있는데 비유하자면 크게 터지거나 막히지 않아도, 소소한 스크래치가 쌓이고 계속 이어져서 뇌가 다치는 경우다. 이 치매가 급히 온 게 어떻게 보면 뇌졸중이다.

뇌졸중은 전조증상이 뇌졸중이다

그래서 뇌졸중이 진짜 생겼다면, 대응책은 "무조건 119로 병원에 가라"다. 뇌 안에서 피가 나면 지혈할 수도, 피를 뽑아낼 수도 없다. 혈전용해술은 20~60분, 혈전제거술은 2시간 정도 걸린다. 그러니 뇌졸중 발생 4시간 안에는 무조건 병원에 가야 한다. 그래야 최대한 덜 손상이 가는 방향으로 정리할 수 있다.

그런데 의외로 이 시간 내에 알맞게 오는 경우가 뇌졸중 환자 가운데 20%가 채 안된다고 한다. '이게 뭐지'라며 망설이고 '좀 나아지는 것 같기도 한데' 그러면서 미적대는 경우가 많아서다. 일단 무조건 병원으로 빨리 가야 한다.

뇌졸중 '이웃·손·발·시선’등 4가지 증상 기억해야. 대한뇌졸중학회 제공

좀 전까지만 해도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고 힘들었는데 지금은 나은 것 같다? 나은 게 아니다. 혈류가 우회로를 찾았거나, 혈전이 우연히 제거됐을 뿐이다. 이런 경우 반드시, 그리고 늦어도 48시간 내에 재발한다고 봐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 흔히들 전조증상이라 부르지만 엄격히 말해 전조증상이 없는게 뇌졸중이다. 뇌졸중의 전조증상이란 건 당신이 쓰러지지 않을 정도의 미니 뇌졸중이었을 뿐이다.

고혈압, 무시하지 마라

정리하자면 뇌졸중은 아주 강력한 펌프인 심장의 힘을 핏줄이 다 받아내지 못해 생기는 일이다. 뇌졸중에서 가장 주의할 점으로 고혈압이 꼽히는 이유다. 문제는 고혈압이 무조건 나쁘기만 한 건 아니라는 점에서 생긴다. 어떻게 보면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맞춰 우리가 대응하려면 우리 몸의 각 조직에 피를 빨리, 원활히 공급해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고혈압은 정력적인 삶을 뜻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고혈압이라는 진단, 그리고 고혈압이 문제라는 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데 망설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고혈압을 어떻게 할 것인가. 나이가 쉰을 넘어가고 슬슬 온 몸에 이런저런 개운치 못한 기운이 느껴지고 뭔가 대비를 해야 할 것 같다면, 그래서 이런저런 운동이나 식사를 해봐도 별로 개선되는 게 없다면. 이승훈 박사는 단도직입적으로 "그냥 약을 먹자"고 제안한다.

식생활이 풍부해지면서 고혈압을 걱정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1. 평소 혈압을 자주 측정하자. 집에서 가장 편안한 상태에서 측정하자.

2. 술, 담배는 물론 자극적이고 단 음식은 절대 피한다.

3. 그럼에도 안 떨어진다면 그냥 혈압약을 먹자.

4. 먹게 될 혈압약이라면 그냥 빨리 먹자.

5. 혈압이 내리면 그 땐 약을 잠시 끊어도 좋다.

어 이게 대응법이야? 싶을 정도인데 이승훈 박사는 이게 정답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스스로가 고혈압 가족력을 지닌 사람으로, 자기 자신의 존재 자체가 그 이유라고 했다.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뒤 마련된 세닉스바이오테크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운동 보다 고혈압 약이 나을 수도 있다

-뇌졸중에 대한 책을 쓰게 된 계기는.

"환자들과 부대끼다보니 뭔가 설명을 해드리고는 싶은데, 대중적인 책은 학술적이지 않고 학술적인 책은 대중적인 게 없더라. 그래서 보통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안내하고 싶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나는 뇌졸중이 걸리고 싶지 않아서 40대부터 내 스스로를 세팅했다. 어떻게 보면 뇌졸중 진단과 치료로 돈을 버는데 나는 뇌졸중에 걸리지 않고 싶다는, 이상한 괴리감을 책으로 메우고 싶기도 했다."

-책에선 뇌졸중이란게 예방이 크게 어렵지 않다고 썼는데 왜 우린 아직 한해에 10만명씩이나 나오나.

"이게 결국 오래 누적된 생활습관의 문제라 그렇다. 지금 당장의 고혈압 때문에 뇌졸중이 오는게 아니라 최소 5년에서, 길게는 20~30년 동안 본인 스스로 본인의 혈관을 망가뜨려온 혈관변성이 누적된 결과다. 어느날 갑자기 푹 쓰러진 환자분 중엔 당황해하면서 '내가 천벌을 받았다'고 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 전 농반진반으로 '그간 인생을 너무 재미있게 사셨다'고 말씀 드린다. 평소의 생활습관, 그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승훈 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가 뇌졸중의 원인과 대처법에 대해 설명하고있다. 강예진 기자

-가장 인상적인 건 아무래도 고혈압 약을 먹으라 해둔 부분이다. 한번 먹기 시작하면 끊을 수 없으니 최대한 늦게 먹으라고들 하는데 정반대다. 왜 그런가.

"일단 나부터도 고혈압 약을 쭉 먹고 있다. 하하. 나 스스로 봤을 때 당분간 내 혈압이 내려간다든가 하는 일은 없으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약을 피하는 게 더 안좋다. 안 좋다는 말 때문에 고혈압 약을 안 먹으면 고혈압으로 인한 혈관변성이 더 오랫동안 방치되면서 나중에 가서는 혈압약을 먹어도 약이 안 듣는 상황으로 치닫는 경우까지 있다. 그러니 차라리 이왕 먹을 약이라면 조금이라도 빨리 먹고 빨리 안정시키는 게 더 좋다는 얘기다."

-고혈압엔 운동과 식이요법 이런 걸 더 많이 얘기한다.

"그런 건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얘기해왔다. 내가 따로 덧붙일 말이 없을 정도다. 그런데 의학적으로 봤을 때 권하는 운동 식이요법이란 건 그리 대단할 게 없다. 좀 많이 걸으셔라, 숨 찰 정도의 운동도 하셔라, 적당히 드셔라, 너무 달고 맵고 짜게 드시지 마시라, 술 담배 하지 마시라 정도의 얘기다. 대한뇌졸중학회나 미국뇌졸중학회에서 권장하는 운동을 찾아봐도 '매일 7,000보 정도를 약간 빠른 걸음으로 걸어다녀라' 정도가 전부다. 의사인 나도 차 대신 되도록 걸어다닌다, 외엔 별 달리 하는 운동이 없다. 어떻게 보면 대중적으로 유행하는, 이 정도는 해줘야 한다는 식의 운동 식이요법이라는 게 과도한 것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여기다 한가지 추가하자면 그런 운동 식이요법을 했고, 또 나름 꽤 성공적이었는데도 혈압이 떨어지지 않았다면, 그렇다면 약을 꾸준히 드시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는 말씀이다. 그렇다고 운동 식이요법을 하지 말라는 건 아니고."

-그러면 예방법이라는 것도 대단한 게 없는 셈인가.

"운동 식이요법이야 전문가들이 너무 많아서 제가 덧붙일 건 없고, 제가 권하는 건 혹시 뇌졸중이 걱정되신다면 1년에 한두번 정도 혈압과 당뇨, 고지혈증을 체크해보시라는 거다. 집에서 편안한 상태에서 혈압을 재고, 건강검진 때 당화혈색소, LDL 콜레스테롤만 재봐도 위험 요인의 70~80% 정도는 확인하는 셈이다. 한가지만 더 추가하자면 스마트워치 중에 심방세동(심장이 가늘게 떨리는 증상)을 측정할 수 있는 기능이 있으면 하나 구해봐도 된다. 심방세동은 혈전 문제가 있어 뇌졸중에 더 위험하니까. 이 정도만 꾸준히 확인하셔도 우리나라 뇌졸중 환자의 절반 이상이 사라지리라 본다."

-크게 어렵지는 않은 셈인데.

"그런데 그걸 자기 편한 쪽으로 해석하는 분들이 많다. 다른 거야 검사해서 수치로 찍혀 나오니까 반박을 못하시는데, 혈압은 정상 범위가 나올 때까지 수십 번씩 다시 재고선 자긴 고혈압 아니라고 우기시는 분들이 너무 많다."

가족력이 있는 내가 그 증거다

-그러는 경우가 많은가.

"그게 사람의 묘한 심리다. 지금 고혈압은 신약이 더이상 나오지 않는다. 충분히 다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이런저런 조사를 해보면 고혈압 환자의 50%가 약을 안 먹는다. 고혈압을 부인할 뿐 아니라 검사도 안하고 약도 안 먹는다. 의사 입장에서는 그게 가장 답답한 부분이다."

-스스로 약을 먹는다 했다.

"약을 먹는게 아주 좋다는 게 아니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에 대한 치료 원칙을 지킨다는 뜻이다. 6개월 정도 다이어트, 운동 해보고 변화가 없다면 약을 드시라는 거다. 우리 집안에서 외가쪽 어르신 몇 분이 돌연사를 했다. 고혈압 같은 문제가 있었다. 나도 그 핏줄을 이어받았으니 내 인생도 환갑 전에 끝날 것 같아서 이쪽 공부를 한 셈인데, 말하자면 내가 책에서 드리는 말씀은 나의 실전 경험인 셈이다."

-자기 몸이 스스로 웅변하는 셈인가.

"그렇다. 사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내가 내 체질을 이길 순 없겠구나 해서 약을 먹기 시작했고 그게 한 10년쯤 됐다. 지금은 현대 의학의 도움을 받아 건강히 잘 지내고 있는 상태이고, 그렇기에 약을 먹어야 할 때 잘 먹는게 중요하다는 점을 말씀드린다."

고혈압 연구 현황 요약. 대한고혈압학회 제공

-전문가인 의사와 일반인 사이엔 갭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런 측면이 있다. 나는 병과 약에 대해 정보가 많으니까 말하자면 일종의 '스마트 유저'다. 그런데 일반인분들이 그렇게 하긴 어렵다. 가령 개인적으론 예전에 부작용이 심한 약을 먹은 적이 있는데 나는 '맞다, 이 약에 이런 부작용이 있었지, 그런데 좀 심하긴 하네'라며 한 1~2주일 끙끙 앓다 말았지만, 일반 환자분이 그랬다간 난리가 났을 법도 하다."

-고혈압 약을 끊을 수 있긴 한건가.

"원래 고혈압은 좋은거다. 뇌가, 몸이 빨리 빨리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거니까. 대화할 때, 공부할 때, 운동할 때, 불이 났을 때, 빨리 대처해야 하니까. 이런 걸 기능적 고혈압이라 한다. 이건 혈관변성이 없으니 그 상황이 끝나면 정상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혈관변성이 이미 생겼다면, 그것도 어느 정도 누적된 상태라면 끊기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기준은 단순하다. 얼마나 정상 혈압을 유지하는 기간을 길게 만들 수 있느냐다. 약은 거기에 따라가는 거다."

뇌졸중 재활, 초기 3개월이 핵심

-전조증상 관련해서 많은 분들이 개그맨 김수용씨가 심근경색 직전에 나타났다는 귓불의 접힌 주름 '프랭크 징후'를 많이 언급한다.

"프랭크 징후는 좀 위험한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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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성 선임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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