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 장동혁에 ‘침묵하는’ 영남 중진…지선 앞 각자도생 시작됐다

정윤성 기자 2026. 2. 2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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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은 ‘절윤 거부’ 영남 중진은 “나부터 살자” 한동훈은 ‘대구행’
지지율은 최저치, 내홍은 최고조…張 ‘단일대오’ 외쳤지만 뿔뿔이 분열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배가 암초를 향해 가고 있는데 선장은 경고를 듣지 않는다. 선원들이 "항로를 바꿔야 한다"고 소리치지만 선장은 귀를 틀어막은 채 직진만 고집한다. 목소리를 높인 선원들은 하나둘씩 갑판 밖으로 내쫓기고 있다. 경험 많은 항해사들은 "이러다 침몰한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키'를 바꿔 잡으려 나서지는 않는다. 쫓겨난 이들은 결국 각자의 뗏목을 만들어 따로 노를 젓기 시작한다.

재난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이 풍경이 6·3 지방선거를 석 달도 남기지 않은 국민의힘의 현주소라는 평가가 정치권에서 나온다. 당내 소장파부터 오세훈 서울시장까지 장동혁 대표의 '뺄셈 정치'와 친윤 노선에 대한 쇄신 요구를 공개적으로 제기하지만, 장 대표는 논쟁 자체를 비켜간 채 '마이웨이'를 이어가고 있다. 중진 의원들은 우려만 표시할 뿐 책임이 따르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고, 반대 목소리는 징계 수순으로 정리되는 흐름이다. 그렇게 당에서 떠밀려 나온 세력의 상징적 인물인 한동훈 전 대표는 '보수의 심장' 대구로 향하며 지방선거 앞 독자 행보의 닻을 올렸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시사저널 이종현

반대 목소리 내면 '징계 수순' 반복

장 대표가 지난해 8월 취임 일성으로 내세운 키워드는 '단일대오'였다. 대여 투쟁과 보수진영 결집을 위해 무엇보다 당내 통합이 우선이라는 메시지였다. 그러나 반년이 지난 지금 국민의힘에서 단일대오는 사실상 당권파 내부에만 적용되는 구호로 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 대표와 당권파, 당권파 노선에 반발하는 의원들, 정치적 생존을 우선시하는 중진들, 그리고 당 밖으로 밀려난 인사들까지 당은 여러 갈래로 분화된 채 '각자도생' 국면으로 흘러가고 있다. 당내에서 "이 상태로 선거를 제대로 치를 수 있겠느냐"는 위기감이 확산하는 배경이다.

장 대표 취임 후 살얼음판을 걷던 국민의힘은 왜 결국 무너질 위기에 놓였을까. 장 대표의 '윤석열 무죄 추정'과 '윤과의 절연 거부' 선언이 균열을 키운 분수령으로 꼽힌다. 2월19일 윤 전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자 장 대표가 "1심 판결은 무죄 추정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이다. 무엇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절윤' 요구를 '갈라치기'로, '윤 어게인'을 '덧셈 정치'이자 외연 확장으로 규정한 장 대표의 논리에 선거 패배에 대한 위기감이 분출한 것으로 평가된다.

균열의 깊이는 2월23~24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그대로 노출됐다. 윤 전 대통령 판결 이후 처음 열린 23일 의총에서는 장 대표의 노선을 두고 격론이 오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지도부가 이미 보류하기로 한 당명 개정 경과 보고와 행정 통합 논의에 상당 시간을 할애하면서 정작 핵심 의제를 다룰 시간이 부족해졌다. 일부 의원은 '입틀막 의총'이냐고 항의하며 퇴장했다. 당명 개정과 행정 통합 발언이 끝난 뒤에야 의원 5명이 절윤 거부 노선에 대해 목소리를 냈지만, 70여 명이 참석한 자리에서 추가 발언자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분위기에서 열린 24일 의총에서도 소장·개혁파와 당권파의 내부 대립 구도는 반복됐다. 전날 의총에서 발언 기회를 얻지 못했던 의원들이 목소리를 내면서 격론이 벌어졌지만, 당 노선과 관련한 뚜렷한 결론은 도출하지 못한 것이다. 신성범 의원은 "장 대표는 듣는 사람 얘기만 듣지 말고, 전문가를 모으든 귀를 열고 들어야 한다"고 직격했고, 송석준 의원은 "외부와 싸워야 할 시간에 내부를 공격하고 단절하고 징계하는 게 지선을 앞두고 지도부가 해야 될 일이냐"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대구·경북 통합 특별법 불발 책임을 둘러싸고 송언석 원내대표가 주호영 의원과 신경전을 벌여 송 원내대표가 사퇴를 선언했다가 번복하는 등 오히려 당내 소통 부재만 드러났다는 평가가 많다.

국민의힘이 장 대표의 노선으로 인해 문제를 겪고 있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강성 지지층을 등에 업고 등장한 지도부가 '탄핵의 강'을 건널지를 두고 당내 갈등과 감정싸움은 이미 정점으로 향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에 대한 장 대표의 태도는 일관적이다. 계엄 논란에 대해 사과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이후 인사와 당 운영 방식에서 변화는 감지되지 않았고, 한동훈 전 대표와 김종혁 전 최고위원, 배현진 의원 등 친한계 인사들에 대한 잇단 징계로 내홍은 극에 달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월2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송언석 원내대표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지율 17%…장동혁 취임 이후 최저치

즉 장 대표의 '마이웨이'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닌 셈이다.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최근의 행보는 지나치게 노골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는 여론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2월23∼25일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직전 조사보다 5%포인트(p) 하락한 17%를 기록했다. 장 대표 취임 이후 최저치다. 반면 민주당은 같은 기간 4%p 오른 45%를 기록했다. 각종 내부 갈등 속에서도 20~30%대 박스권을 사수하던 국민의힘 지지율이 절윤 논란을 기점으로 눈에 띄게 하락하고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다른 여론조사 흐름도 비슷하다. 리얼미터가 2월19~20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32.6%로 직전조사보다 3.5%p 떨어졌다. 민주당 지지율은 3.8%p 오른 48.6%를 기록하면서 양당 지지율 격차는 16%p까지 벌어졌다. 특히 지역별 지표는 충격을 더했다. 전통적 텃밭인 대구·경북(TK)에서조차 47.4%로 과반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실패하면서다. 최대 격전지인 서울에서의 지지율은 같은 기간 7.3%p 급락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에 소신파 의원들의 정치적 공간이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 지도부를 적극적으로 견제해온 당내 소장파와 개혁파는 최근 들어 좀 더 구체적인 해법까지 제시하며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초·재선 모임인 대안과 미래는 노선 정립을 위한 의원들의 비밀투표를 제안하는 등 장 대표 설득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장 대표가 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장 대표는 논란이 있던 의총 다음 날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국민께선 절연에 대한 논쟁, 당신들끼리 싸우는 것보단 어려운 민생과 삶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안이 있는지 그 답을 원한다"며 "우리가 왜 국민으로부터 외면받는지, 특히 중도층으로부터 왜 외면받는지 보면 가장 중요한 건 정치적 효능감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장 대표는 '징계 정치'의 칼끝을 원외로 더 확장하며 기존 노선을 더 공고히 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전국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는 최근 장 대표 사퇴 성명을 낸 전현직 당협위원장 24명을 당 윤리위에 제소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이 협의회는 장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이 주축을 이룬 '반한(反한동훈)' 성향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친장동혁계로 분류되는 일부 원외당협위원장은 한동훈 전 대표의 대구 서문시장 방문에 동행하는 의원들에 대해서도 윤리위 징계 청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권파 목소리가 큰 상황에서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얼마나 통할지 미지수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한 야권 관계자는 "선거에서 지더라도 강성 당원들을 기반으로 다시 당권을 장악하겠다는 이 본질적인 구도가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2월25일 대구 중구 교동을 찾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시민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연합뉴스

공천=당선?…위기에도 행동 없는 영남 중진들

과거 난파 직전의 당을 수습하는 구원투수는 경험 많은 중진이나 원로 정치인이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할 중진 의원들이 사실상 뒷짐을 지거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점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는 문제점 중 하나로 꼽힌다. 물론 중진 의원들도 장 대표에게 회동을 요청하면서 선거 승리를 위해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및 노선 변화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장 대표의 입장 변화는 확인되지 않았고, 결국 중진들의 행보도 의견 전달 수준의 소극적인 조치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회의론이 나오는 분위기다.

특히 전통적인 당내 주류인 영남 중진 의원들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에서 영남은 공천 자체가 곧 당선으로 이어지는 구조인 만큼 당권파와 강성 지지층에 공개적으로 맞서기 어려운 환경이 형성돼 있다. 이들이 '자기 정치'를 고려해 당의 위기에도 입을 닫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내 3선 이상 중진 의원은 총 34명인데, 이 가운데 부산·울산·경남(PK)과 대구·경북(TK)을 지역구로 둔 의원은 각각 11명, 9명으로 절반을 훌쩍 넘는다. 의총에서도 당내 노선 문제보다 TK 통합 문제로 인한 공방만 이어진 점이 중진들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된 결과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각자의 이해관계를 고려한 국민의힘의 '각자도생'은 더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각자도생의 길을 본격적으로 걷는 세력도 있다. 최근 제명된 한동훈 전 대표는 2월25일부터 사흘간 첫 지역 행보로 대구를 찾았다. 한 전 대표는 "정치적 계산 때문이 아니라 책임의 출발점이라는 상징성 때문"이라고 방문 이유를 밝혔지만 사실상 지방선거를 앞두고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 전 대표의 출마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곳은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주호영 의원의 지역구인 수성갑으로 대구 지역에서 세를 확인하는 것이 출마 저울질에 중요한 요소인 것으로 평가된다.

대구가 보수의 심장이라는 상징성도 국민의힘의 각자도생과 맞물린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의 출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방선거 전략을 수립하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보수 텃밭에서 한 전 대표 지지세가 부각될 경우 지도부 리더십에도 적잖은 타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장 대표가 대구 서문시장을 찾았을 때 과거 당대표의 방문과 같은 큰 환호를 받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한 전 대표도 전략적 행보라는 걸 숨기지 않는 모습이다. 한 전 대표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출마 가능성에 대해 "어디를 나가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 대표의 강경 노선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 확산하는 각자도생 흐름이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 전 대표의 측근인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시사저널 TV 《정품쇼》에서 "장 대표나 윤 어게인 세력에게 가장 큰 악몽은 한 전 대표가 대구나 부산에서 이겨서 배지를 달고 다시 돌아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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