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드백이 상책? 만약에 우리, 왕사남… 두 작품이 영화관에 울린 경종 [분석+]
지난해 관객 1억명 턱걸이 한 영화관
왕과 사는 남자 흥행 모처럼 봄바람
영화 홀드백 법제화 논의도 급진전
개봉 영화 OTT 직행 멈춰서면…
과연 관객 영화관으로 돌아올까
홀드백 법제화 전 논의할 것들
# '1000만 영화'는 없었다. '관객 1억명'도 겨우 턱걸이했다. 지난해 한국 영화관의 초라한 성적표다. 위기감이 깊어진 영화관 업계는 개봉 영화가 OTT로 넘어갈 때까지의 유예기간을 뜻하는 '홀드백'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정치권이 반응하면서 법제화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 관건은 실효성이다. 볼만한 영화가 없고, 티켓값은 비싸기만 한데 홀드백 기간을 늘리는 건 소비자 선택권만 저해할 거란 우려가 나온다
![왕과 사는 남자가 관객 600만명을 넘어섰다.[사진|뉴시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27/thescoop1/20260227123122362zrux.jpg)
두 영화가 던지는 함의는 크다. '아바타'와 같은 할리우드 대작이 아니더라도 잘 만든 영화가 영화관에 걸리면 관객은 다시 찾아온다는 걸 보여줬기 때문이다. 결국 영화관이 살아나려면 다양성을 되찾아야 한다는 거다.[※참고: 영화관뿐만이 아니다. 영화 매출액의 60% 이상이 영화관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영화관이 살아야 한국 영화산업이 살아날 수 있다.]
■ 다양성 잃은 영화관 = 영화관은 그만큼 다양성을 잃은 지 오래다. 연간 관객이 2억2667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운 2019년에 개봉한 한국 상업영화(예산 30억원 이상)는 45건에 달했지만(이하 영화진흥위원회 기준), 지난해엔 31편에 그쳤다. 엔데믹(endemicㆍ풍토병화)으로 전환한 2022년 35편, 2023년 35편, 2024년 37편과 비교해도 적은 수준이다.
올해 개봉할 한국 상업영화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영화진흥위원회 관계자는 "연간 40편 이상, 1주일에 1편꼴로 영화가 개봉해야 영화관도 활성화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아직 개봉작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하영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이하 영화인연대) 대외협력총괄은 이렇게 지적했다. "영화관은 백화점 같은 곳이어야 한다. 관객들이 다양한 영화 중 자신에게 맞는 작품을 골라볼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다양한 영화가 제작돼야 하는데 팬데믹 이후 투자배급사들이 신규 투자를 줄였고, 그 결과 영화관의 위기, 영화계의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영화관을 운영하는 주요 대기업들이 투자배급사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이러니'다. 영화 제작에 투자가 먼저 이뤄져야 영화관도 생존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사진|뉴시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27/thescoop1/20260227123123680vaek.jpg)
이들 대기업이 영화 신규 투자에 소극적으로 임하면서 영화관의 위기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거다. [※참고: 롯데그룹과 중앙그룹은 지난해 5월부터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중앙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 중이다.]
물론 투자배급사들이 신규 투자를 줄이는 덴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게 어려워진 측면이 적지 않다. 2019년 10.93%였던 한국 상업영화 수익률은 2024년 –19.27%로 하락했다. 대다수의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 홀드백 제도 효과 있을까 = 그렇다면 이 난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영화관 업계는 그 해답을 '홀드백(Hold Back)' 법제화에서 찾고 있다. 홀드백이란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한 후 OTT 등 다른 플랫폼에서 공개하는 데까지 걸리는 유예기간을 의미한다.
업계 관행상 6개월 이상 유지됐던 홀드백 기간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1개월 미만까지 짧아졌다. 그 결과 "조금만 기다리면 OTT에서 볼 수 있는데"라는 인식이 퍼졌고, 영화관을 찾는 발길이 크게 줄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홀드백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영화관 업계의 목소리에 정치권도 힘을 싣고 있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홀드백 제도를 법제화하는 내용의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임오경 의원안案은 홀드백 기간을 6개월로, 박정하 의원안은 대통령령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까지 홀드백 제도를 언급하면서 법제화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이 대통령은 1월 21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엔 홀드백 제도가 없다는 건데… 사람들이 극장에 갈 이유가 없다. 조금 있으면 OTT에 나오는데 뭐 하러 극장을 가겠냐"고 지적했다.
관건은 홀드백 법제화가 얼마나 실효성 있느냐다. 자칫 소비자의 선택권은 저해하면서 영화관만을 위한 정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홀드백'을 늘리기 전에 바꿔야 할 게 숱해서다. 언급했듯 다양한 영화 콘텐츠를 확보해야 할 뿐만 아니라 '비싸다'는 인식이 팽배한 영화 티켓값(주말 일반관 기준 1만5000원)의 조정 과정도 필요하다.
![[사진|뉴시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27/thescoop1/20260227123125035zshx.jpg)
김윤진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영화관 업계는 위기의 주된 원인을 OTT에서 찾고 있는데 본질을 외면한 측면이 있다"면서 말을 이었다. "관객 중 상당수는 지나치게 비싼 영화 티켓값, 특정 영화에 편중된 상영 시간표 등 때문에 영화관을 찾지 않는다. 이런 점을 개선하지 않은 채 홀드백 제도를 도입한다면 결국 영화관만을 위한 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
'만약에 우리'와 '왕과 사는 남자'는 위기설에 시달리던 영화관에 희망의 봄기운을 불어넣었다. 영화관 업계는 이를 발판으로 혁신과 변화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