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관순 AI조롱’ 퍼지는데… 사자명예훼손 처벌 못하는 국내法

노수빈 기자 2026. 2. 27. 11:5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3·1절을 앞두고 일제강점기 대표적 독립운동가 유관순 열사를 조롱하는 내용의 인공지능(AI) 영상이 온라인에 확산하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사자명예훼손죄는 '허위 사실을 적시한 경우'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최근 AI 활용 영상같이 원색적인 조롱이나 구체성이 떨어지는 욕설은 처벌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3·1절 앞두고 SNS영상 논란
‘열사 방귀’ ‘김구 테러리스트’
조회수 높아지며 국민적 공분
조롱 등은 명예훼손 성립 안돼
모욕죄는 생존한 인물로 규정
틱톡, 논란 커지자 영상 삭제

3·1절을 앞두고 일제강점기 대표적 독립운동가 유관순 열사를 조롱하는 내용의 인공지능(AI) 영상이 온라인에 확산하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하지만 현행법상 이 영상 제작자를 처벌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나, 유사 사례 재발을 막기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7일 문화일보 취재 결과, 경찰은 최근 소셜미디어 틱톡에 올라온 유관순 열사 조롱 영상을 인지했지만, 내사(입건 전 조사)에는 착수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영상을 올린 계정은 지난 22일부터 고문으로 퉁퉁 부은 유관순 열사의 얼굴을 AI로 복원·활용해 유관순 열사가 방귀를 뀌고, 그 추진력으로 우주로 솟구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조롱 영상을 제작해 2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끌어모았다. 틱톡은 해당 영상이 자사의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구 선생을 조롱하는 게시물도 다수 발견됐다. 한 영상은 김구 선생 사진에 ‘얼굴에 이게 뭐냐? 사람은 맞음?’이라고 쓴 반면 ‘을사 5적’을 대표하는 매국노 이완용 사진에는 ‘와 포스 봐라, 바지에 지릴 뻔’이라며 찬양하는 문구를 올렸다. 유튜브 등에는 김구 선생을 ‘테러리스트’라고 설명하는 영상이 40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김구를 위인으로 알던 내가 부끄럽다’는 댓글도 다수 올라왔다.

이 같은 현실에도 ‘법적 한계’로 인해 역사적 위인을 악의적으로 조롱하는 행태를 막을 수는 없는 실정이다. 사자명예훼손죄는 ‘허위 사실을 적시한 경우’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최근 AI 활용 영상같이 원색적인 조롱이나 구체성이 떨어지는 욕설은 처벌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욕죄는 보호 대상을 ‘생존하는 인물’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사자 모욕죄를 신설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아직 계류 중이다.

김희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사자명예훼손죄가 뜻하는 명예는 봉건 시대 ‘가문의 명예’를 의미하기 때문에 명예훼손의 개념을 공적인 신뢰, 국민감정훼손 등으로 확장해야 한다”며 “모욕죄의 보호 범위도 사망자로 넓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주영 법무법인 안팍 변호사는 “정보통신망법 44조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정보를 불법정보라고 규정하고 있다”며 “AI를 활용한 조롱 콘텐츠 또한 불법 정보로 규정하면 정보통신망법 74조에 따라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극단적인 표현을 모두 규제할 경우, 모든 표현의 자유를 축소시키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수빈·김혜웅 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