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석의 매크로 리뷰 <29> | Interview 서울 채권시장 키맨 권혁상 KB증권 이사] “글로벌 금리 쇼크, 채권 자경단 본격 신호…셀 아메리카는 과장”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총선 대승이 확정된 2월 9일 일본 국채 10년물은 전일보다 0.062%포인트 상승한 2.286%에 거래됐다. 식료품 소비세 면제 등 다카이치 총리의 적극 재정 정책으로 국채 발행이 늘어날 것이라는 공포가 채권시장을 덮쳤다. 한국 국채 10년물도 전일 대비 0.044%포인트 오른 3.754%에 거래되면서 2023년 11월 이후 2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국채 40년물이 4%를 돌파하며 시장에 충격을 줬던 1월 20일의 쇼크가 재연되는 모습이었다.
권혁상 KB증권 멀티자산운용부장(이사)은 “지금의 글로벌 고금리는 선진국 정부 부채를 바라보는 시장의 인식이 바뀐 결과”라며 “최근 장기금리 쇼크는 채권시장이 정부 부채에 대해 ‘채권 자경단’ 역할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했다. 이어 “글로벌 저금리에 기반한 부채 확대 전략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덧붙였다.
기준금리(2.5%) 대비 약 1.20%포인트 높은 한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과도한 오버슈팅(overshooting)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현재 국채 금리에는 한국은행(이하 한은)의 1~2회 금리 인상 가능성이 미리 반영돼 있다”면서 “현 수준은 향후 추가경정예산(추경)에 따른 국채 공급 확대, 해외 재정 불안, 원화 약세까지 함께 반영한 결과”라고 했다.
자산운용사와 증권사에서 20년 넘게 펀드매니저, 트레이더로 활약한 권 이사는 서울 채권시장의 대표 ‘키맨(keyman)’이다. 그는 국고채 전문 딜러(PD) 업무 담당 당시 연간 20조원 규모의 국고채 인수를 주도, 국가 재정 정책의 성공적 집행을 지원한 공로로 경제부총리,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포상을 휩쓸며 정부로부터 독보적인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그가 업계 최초로 고안한 ‘클래스 원(Class One)’ 펀드 모델은 현재 수조원대 시장으로 성장했다.
최근 ‘셀 아메리카(미국 자산 매도)’ 주장에 대해 그는 과장된 해석이라는 입장이다. 권 이사는 “미국의 재정 적자와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미국 자산 전반의 신뢰가 흔들린다는 지적은 있지만, 달러와 미국 국채를 대체할 만한 자산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미국 국채가 흔들릴 정도라면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안전지대로 남을 자산은 사실상 없다”며 “누군가 미국 자산을 싸게 판다면, 시장에서는 저가 매수로 접근할 투자자가 많을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일본의 초장기 국채 금리 상승에 글로벌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는데.
“초저금리와 대규모 국채 매입으로 글로벌 저금리의 바탕 역할을 해온 일본에서 국채 40년물 금리가 4%를 돌파한 건, 장기금리 불안이 특정 국가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신호다. 선거를 앞둔 감세 공약이 나오자, 정부 부채가 다시 일본은행의 국채 매입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관리가 흔들리고 엔화 약세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일본의 초장기 금리 상승은 엔 캐리 트레이드(싼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국가의 통화로 환전한 후 투자해 수익을 올리려는 행위) 청산으로 전 세계 장기금리의 하단이 올라갈 수도 있다는 경고로 읽혔고, 그 충격이 글로벌 채권시장으로 빠르게 확산했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 사이클 중인데, 장기금리가 오른 이유는.
“선진국 정부 부채에 대한 인식 변화 때문이다. 유럽의 방위비 확대와 미국·일본의 재정 적자 누적으로 국채 발행량이 구조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인식이 장기금리를 끌어올린다. 여기에 주요국 중앙은행이 ‘디스인플레이션(인플레이션 둔화)은 끝났다’는 신호를 주면서, 시장은 금리 인하의 속도와 폭이 제한될 가능성과 장기적으로 재정 부담이 다시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리스크를 함께 반영하기 시작했다. 장기금리는 통화정책보다 재정 기조와 국채 수급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금리 발작’ 이후 장기금리 상승 기조가 강해졌다.
“국내 재정 정책 기조 변화와 통화정책의 소통 혼선 영향이 켰다. 현 정부가 확대 재정으로 전환하면서 추경 편성을 통한 국채 발행 증가가 장기물에 부담으로 작용한 가운데. 한은의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안내)가 시장 혼란을 키웠다. 금융통화위원회 소수의견으로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진 상황에서 이창용 총재가 외신 인터뷰를 통해 정책 변화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금리 방향성에 대한 시장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 한국의 장기 금리 상승은 정책 불확실성과 커뮤니케이션 리스크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정부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으로 장기금리와 환율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한다.
“WGBI 편입은 중장기적으로 국채 금리와 원·달러 환율에 하방 압력을 줄 수 있는 수급 요인이다. FTSE 러셀에 따르면, 4월부터 약 8개월에 걸쳐 75조~90조원 규모의 글로벌 채권 자금이 국내로 유입될 수 있다. 다만 이런 효과가 단기간에 한꺼번에 나타날지는 불확실하다. WGBI 자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일본 기관투자자가 한국 채권을 제외한 지수 신설을 요구할 경우 편입 효과는 크게 약화할 수 있다.”
향후 글로벌 장기금리의 방향성을 결정할 주요 리스크를 꼽는다면.
“미국의 정치 거버넌스와 재정 정책 기조다. 미국이 대규모 재정 적자를 어떻게 관리할지가 글로벌 장기금리의 방향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으로 취임할 케빈 워시와 스콧 베선트 재무 장관이 기준금리 인하와 연준 보유 자산을 축소하는 정책 조합 등 장기금리 관리 전략을 내놓을 것이다. 이 조합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미국 장기금리가 통제되지 못한다는 인식이 강해져 글로벌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할 수 있다. 반대로 신뢰를 회복할 경우 장기금리는 완만한 조정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도 있다.”
현 시기 적합한 자산 운용 전략은.
“방향성 베팅보다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 글로벌 장기금리가 재정과 정치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변동성을 감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채권은 단기금리 예측보다 장기물 중심의 분할 접근이 유효하다. 주식은 통화 가치가 저평가된 한국과 일본 시장이 방어력 측면에서 유리해 보인다. 외환은 중장기적으로 원화와 엔화의 완만한 회복 가능성에 대비하는 전략이 합리적이다.”
재테크 전략을 조언해달라.
“어떤 자산에 투자하든 미국 국채 10년물을 주목해야 한다. 미 국채 10년물의 변동성이 커지면 어떤 위험 자산도 가격을 지지받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미국 국채를 토큰화한 상품이 등장한다면 관심을 가질 만하다. 실물 국채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소액 투자와 높은 유동성이 가능하고, 달러 자산을 유지한 채 운용 효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변동성 국면에서 현금성 자산을 관리하는 방식의 진화된 형태로 보는 것이 맞다.”
채권 자경단(Bond Vigilantes) 정부의 재정 확대나 정책 신뢰 훼손 행위에 금리 상승이라는 ‘가격 신호’로 제동을 거는 채권시장 참여자를 의미한다. 정부가 과도한 재정 지출이나 부채 확대에 나설 경우, 채권 자경단은 국채를 매도해 금리를 끌어올림으로써 차입 비용을 높이고 정책 수정을 압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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