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알리 퍼먼 PwC 미국 소비자 시장 부문 리더] “GLP-1, 소비 둔화 야기? 선택적 소비로 구조적 변화 유도”

이선목 기자 2026. 2. 2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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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셔터스톡

“위고비·마운자로 같은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 계열 비만 치료제는 소비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지출 방향을 바꾸고 있다.” 미국 회계·컨설팅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알리 퍼먼(Ali Furman) 미국 소비자 시장 부문 리더는 최근 인터뷰에서 GLP-1 치료제의 영향을 이렇게 진단했다.

PwC에 따르면, 전 세계 GLP-1 시장은 연평균 2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2030년 1330억달러(약 194조68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GLP-1 치료제 시장의 성장세는 이용자의 체중 감량뿐만 아니라, 식료품 지출 감소, 패스트푸드 이용 감소, 웰빙과 자기 관리 소비 증가 등 소비 패턴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퍼먼은 “이는 단기 유행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변화일 가능성이 크다”며 “소비자가 더 많이 사도록 유도하기보다 더 신중하고 질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브랜드가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브랜드는 소비자가 더 많이 사게 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구매를 고민하는 순간에 선택받는 브랜드가 돼야 한다.

소비자는 지출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돈을 쓰는 방향을 바꾸고 있다. 결국 강한 브랜드는 과잉 소비를 유도하기보다 소비자가 더 신중하고 더 질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브랜드가 될 것이다.”

GLP-1 계열 치료제는 소비자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알리 퍼먼 PwC 미국 소비자 시장 부문 리더 - 미국 스와스모어칼리지 문학,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경영학 석사, 현 전미소매업협회(NRF) 재단 이사, 전 아치스톤 컨설팅 전략 및 운영 관리 컨설턴트

“GLP-1 약물은 소비를 줄여서 지출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돈이 쓰이는 방향을 바꾸고 있다. 지금 나타나는 변화는 ‘많이 소비하는 방식’에서 ‘더 신중하게 선택하는 방식’으로의 이동이다. 식품 분야에서는 장바구니가 전반적으로 작아지고 있다. GLP-1을 사용하는 가구는 장을 볼 때 한 번당 지출이 약 5~8%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났다.

특히 소스류, 유제품, 음료 등에서 감소 폭이 컸다. 외식에서도 변화가 있다. 패스트푸드 이용은 약 4~5% 줄어든 반면, 일반 레스토랑 이용은 약 2% 늘었다. 식품 외 영역에서는 지출이 ‘자기 관리’ 성격의 소비로 이동하고 있다. 의류는 약 4% 증가했고, 뷰티 분야에서도 GLP-1 사용과 연관된 소비가 늘고 있다. 특히 웰빙 관련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스파 체인은 전년 대비 31~63% 성장했고, 웰빙 서비스 약 77% 증가했다.”

특히 식품·외식 부문 수요 감소세가 눈에 띈다. 관련 기업의 타격이 클 것 같은데.

“단순히 수요가 사라지는 것이라기보다 수요가 다른 형태로 바뀌는 것에 가깝다. 기업이 이런 상황에서 저지르는 가장 흔한 실수는 GLP-1 치료제 사용으로 인한 영향을 ‘전반적인 소비 둔화’로 오해하는 것이다. 실제 데이터가 보여주는 것은 전체 소비가 줄어드는 현상이라기보다, 어떤 제품을 사고 어떤 상황에서 소비하는지가 바뀌는 흐름이다.”

이런 흐름이 GLP-1의 유행에 따른 일시적 변화에 그치지는 않을까.

“GLP-1 치료제는 일시적 변화가 아니라 ‘구조적 변화’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이런 행동 변화는 몇 주 반짝하고 끝나는 ‘단기 다이어트 효과’처럼 보이지 않는다. 또 소비의 변화가 초가공식품 같은 일부 품목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장바구니 전체에서 폭넓게 나타난다. 이는 소비자가 ‘무엇을, 어떻게 소비할지’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 하나는 확산 속도다. GLP-1 치료제는 소비자 생활을 크게 바꾼 제품이 시장에 퍼질 때와 비슷한 확산 양상을 보인다. 실제로 같은 시점 기준 오젬픽 관련 검색 관심도는 아이폰보다 약 450% 높았다. 이런 점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변화일 가능성을 키운다.”

관련 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식품·음료·소비재 기업은 이제 ‘판매량을 늘리는 전략’에서 벗어나, 소비자에게 더 의미 있는 선택지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옮겨가야 한다. 특히 영양 가치나 기능성을 중심으로 경쟁해야 한다.

외식 업계는 ‘한 끼를 먹는 경험’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특히 패스트푸드 기업은 메뉴 구성, 양, 세트 구성 등을 조정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일반적인 레스토랑은 더 좋은 품질의 음식, 선택 가능한 소량 메뉴, 식사 경험 자체를 강화하면서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소비재 기업 역시 제품 구성, 가격·용량 전략, 신제품 개발 방향을 변화하는 소비자 선호에 맞춰 재점검해야 한다.”

브랜드와 마케팅 측면에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더 많이 사게 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구매를 고민하는 순간에 선택받는 브랜드가 돼야 한다. 소비자는 지출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돈을 쓰는 방향을 바꾸고 있다.

따라서 브랜드 메시지는 기능성, 자신감, 경험 같은 요소에 더 집중해야 한다. 초기 영향은 충동구매나 세트 판매, 습관적 추가 구매에 크게 의존하던 카테고리에서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사이드 메뉴, 스낵, 추가 옵션 등이 그렇다.

결국 강한 브랜드는 과잉 소비를 유도하기보다 소비자가 더 신중하고 더 질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브랜드가 될 것이다.”

관련 기업 리더에게 조언한다면.

“GLP-1이 만들어내는 변화는 앞으로도 계속 전개될 것이다. 기업 리더는 이를 지속적으로 추적하면서, 이 변화가 각 산업에 어떤 부담 요인과 기회 요인을 동시에 만들지 점검해야 한다. 이런 관점이 있어야 변화가 이어지는 과정에서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Plus Point
과자 가격 내린 펩시코, 위고비 영향도…“GLP-1 확산은 ‘기회’”

미국 최대 식음료 기업 펩시코(PepsiCo)는 2월 3일(이하 현지시각) 도리토스·치토스·레이즈 등 자사 주력 스낵 제품 가격을 최대 15%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스낵 시장도 GLP-1 확산의 영향권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가격 인하는 스낵 소비가 급증하는 미국 최대 스포츠 축제인 슈퍼볼을 앞두고 발표됐다. 펩시코는 가격 인하 이후에도 제품의 포장 크기와 성분, 맛은 이전과 동일하게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펩시코는 가격 조정 배경으로 ‘어포더빌리티(affordability)’, 즉 소비자의 지출 여력 문제를 거론했다. 라몬 라구아르타 펩시코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실적 발표 이후 콘퍼런스콜에서 “저소득·중산층 소비자 어포더빌리티가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펩시코는 제품이 비싸다는 소비자의 불만을 담은 이메일 등이 쇄도한 뒤 가격 조정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식욕을 억제하는 GLP-1 치료제 확산이 식품 업계에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영국 BBC는 “식품 회사는 위고비와 오젬픽 같은 GLP-1 체중 감량 주사의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소비자의 식욕 변화에도 주목하고 있다”며 “이런 주사제는 사용자가 더 적은 양의 음식을 먹도록 유도한다”고 전했다.

한편 라구아르타 CEO는 콘퍼런스콜에서 GLP-1 치료제의 잠재적 영향에 대한 투자자의 우려에 답해달라는 요청에 “오랫동안 이 문제를 준비해 왔다”며 “위협보다는 기회가 더 많다고 생각하지만, 위협과 기회 모두 있다. 우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펩시코의 포트폴리오가 이미 이러한 추세에 맞춰져 있다고 했다. 라구아르타 CEO는 “미국 내 우리 포트폴리오를 생각해 보면, 식품 사업의 70% 이상이 이미 1인분 포장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 식이섬유, 단백질 등 GLP-1 사용자의 선호와 일치하는 분야에서 “큰 기회가 있다”며 “우리는 신속하게 여러 변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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