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IN BOOK] 스페이스X·오픈AI부터 무신사·케이뱅크까지 | 저금리·주식시장 활황, 올해 IPO 풍년 펼쳐진다

미국 프리미엄 유기농 주스 제조 업체 부다(Buda) 주스는 2026년 1월 8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2026년 새해 첫 미국 기업공개(IPO) 시장을 열었다. 공모가 7.50달러로 거래를 시작한 부다 주스는 장중 60% 넘게 급등하면서 높은 관심을 받았다. 금융 정보 기업 인베스팅닷컴은 1월 9일 “부다 주스가 2026년 IPO 시장의 포문을 힘차게 열었다”라며 “슈퍼마켓 신선 식품 코너를 공략하는 부다 주스의 비즈니스 모델이 투자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라고 했다.
수소 전문 업체인 덕양에너젠은 2026년 국내 IPO 시장을 연 주인공이다. 1월 30일 코스닥에 입성한 덕양에너젠은 거래 첫날 248.5% 오른 3만4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2월 초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주가는 3만원 아래로 떨어졌지만, 2월 11일 마감가는 2만6300원으로 공모가 대비 170% 높은 상태다.
2026년은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지난 수년간의 침체기를 끝내고 ‘메가 IPO(Mega IPO)’가 폭발하는 역사적인 해가 될 전망이다. 낮아진 금리가 일정 기간 유지될 것이라는 ‘금리 인하 안착’과 AI 서비스의 실질적인 수익 증명, 수년간 기다려온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 IPO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2월 9일 발간한 ‘2026년 전망’ 수정 보고서에서 2026년 미국 IPO 시장이 전년 대비 네 배 가까이 성장하면서 “기록적인 반등”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2026년 미국 IPO 시장 규모는 최대 1600억달러(약 234조원)에 달할 것”이라며 “오픈AI·앤트로픽·스페이스X 등 기업 가치가 최대 1조달러(약 1464조원)에 달하는 대기업이 IPO 시장 규모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모건스탠리도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모건스탠리는 “사모펀드(PE)가 보유한 미실현 자산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2026년 IPO를 통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에서도 양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창신메모리(CXMT)와 양쯔메모리(YMTC)의 연내 상장이 예고돼 있다.
풍부한 유동성,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
2026년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가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당장은 금리가 오르지 않고 현재 같은 낮은 상태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마이크 벨린 PwC IPO 서비스 부문 총괄은 “완화된 금리 덕분에 IPO 시장에 나서는 기업이 늘고 있다”라며 “투자자는 현금을 창출하는 우량 기업에 기꺼이 프리미엄을 지불할 준비가 된 상태”라고 했다.
AI 인프라 투자가 대대적으로 이뤄지는 것도 IPO 시장에 긍정적인 부분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AI 인프라 구축을 두고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프라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클리어브리지 인베스트먼트의 닉 랭글리 인프라 전략 담당은 2025년 12월 발간한 ‘2026년 인프라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2026년 IPO 시장의 가장 강력한 파이프라인은 AI 인프라 분야”라며 “칩, 데이터센터, 전력 용량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IPO 대기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라고 했다.
전 세계 800여 개(CB인사이츠 기준) 유니콘이 글로벌 불확실성으로 펀드 만기, 자금 조달 압박을 받고 있어 2026년에는 이들 기업의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IPO가 이어질 전망이다. 글로벌 증시 강세도 IPO 시장에 훈풍을 불어넣는 요소다. 코스피, 미국 S&P500 등 주요 지수가 역사적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투자 심리가 극대화된 상태다.

대어가 이끌어 갈 2026년 IPO 시장
2026년 IPO 시장은 과거처럼 유동성에 힘입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상장하던 광풍 시대가 아닌 철저한 수익성 검증과 전략적 상장 시점 조율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에서는 오픈AI·앤트로픽·스페이스X 등 대어의 IPO 시장 등판 가능성이 나오면서 역사상 유례없는 규모의 IPO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 IPO 시장은 규제 완화와 제도적 지원이 집중되고 있다. 기업이 상장 과정에서 겪는 비용 부담과 법적 리스크를 대폭 낮춰주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기업이 상장 후 겪는 과도한 공시 의무를 줄여주는 정책을 내놨다. 트럼프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신규 상장 기업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투자자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는 점도 IPO 시장에 기대감을 불어넣고 있다.
한국 IPO 시장도 2026년 본격적인 상승 사이클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된다. 흥국증권에 따르면, 2026년 상장 기업은 86개 사, 공모 규모는 7조원대가 예상된다. IPO 열풍이 불었던 2021년(89개 사) 이후 최대다. 무신사, 케이뱅크, 구다이글로벌, 리벨리온, 업스테이지 등 K-패션, K-뷰티 브랜드와 토종 AI 기술주가 IPO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여기에 2025년 7월부터 시행된 의무 보유 확약 우선배정제도가 IPO 시장 공모가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다. 최종경 흥국증권 리서치센터 기업분석팀 팀장은 “의무 보유 확약 우선배정제도는 기관투자자가 시장에서 단기 매도하는 것을 지양하고 기업 가치 평가를 기반으로 신중하게 수요 예측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라며 “결국 공모가 안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라고 했다.
옥석 가리고 정책 변수 대응해야
투자자가 IPO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옥석 가리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제2의 파두 사태(2023년 기술특례기업제도로 상장했지만, 실적 뻥튀기로 주가 급락)’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수익 모델이 명확히 확인된 기업에 선별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뜻이다. 같은 이유로 수익 모델이 검증된 기업에만 자금이 쏠리는 선별적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 판단이다. 벨린 총괄은 “2026년 IPO 시장은 자본은 확보돼 있고 투자자 참여도 활발하며 시장의 창은 분명히 열려 있지만, 여전히 선택적이다”라며 “이런 선택적 기조는 2026년 내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했다.
국내 IPO 시장의 경우 제도 변화가 IPO 가능 여부와 주가 방향을 결정할 수도 있다. LS그룹 미국 계열사인 에식스솔루션즈가 1월 26일 상장 신청을 자진 철회한 것과 HD현대로보틱스가 상장 주관사단과의 IPO 킥오프 미팅을 취소한 것처럼 대기업의 중복 상장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정부가 중복 상장 가이드라인을 개정할 경우 정책 불확실성이 IPO 시장에 찬물로 작용할 수 있다.
상장 초기 큰 변동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 실장은 “IPO 종목은 시장이 오를 때는 더 오르고, 꺾일 때는 더 크게 흔들릴 수 있다”라며 “단기 시황만 보고 들어가면 리스크가 커지는 만큼 유통 가능 물량, 의무 보유 확약 우선배정제도, 보호 예수 해제 구간 같은 ‘수급 이벤트’와 기업 장기 성장성을 함께 봐야 한다”라고 했다.
Plus Point
韓·美·글로벌 시장에서 역대 IPO 1위 기업은국내 역대 최대 IPO로는 2022년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이 꼽힌다. 당시 공모액 약 12조8000억원으로 기록을 세웠고, 전기차(EV) 배터리 산업 성장 기대가 수요를 폭발적으로 키웠다. 미국에서는 2014년 나스닥에 상장한 알리바바그룹이 대표적이다.
당시 공모액 약 22조9000억원으로 글로벌 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됐고,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 고성장과 모바일 결제 확산이 ‘상장 프리미엄’을 극대화했다. 글로벌 기준 역대 최대 IPO는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증권거래소(타다울)에 상장한 사우디아람코다. 공모액 약 29조8000억원으로 세계 최대 기록을 세웠다. 세계 최대 원유 기업이라는 상징성과 에너지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가 IPO 흥행을 견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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