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혈관 없는 성장”···시민단체, ‘폐수 인프라’ 실종 비판

“기업 유치 성과에만 매몰돼 정작 산업단지의 ‘혈관’이자 ‘신장’인 폐수처리 인프라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전북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의 환경 인프라 실태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전북건강과생명을지키는사람들(전북건생지사)은 27일 성명을 내고 “새만금개발청은 새만금 기본계획(MP)에 공공폐수처리시설 용지를 즉각 반영하고 환경·안전을 총괄할 전담 부서를 설치하라”고 촉구했다.
새만금 산단은 2023년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된 이후 ‘기회의 땅’으로 불리며 기업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이날 현대자동차그룹이 9조원 규모의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기대감은 정점에 달했다. 정부와 전북도는 이를 산업 전환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화려한 투자 실적 이면에는 ‘환경 위기’라는 구조적 과제가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차전지 등 신산업은 공정 특성상 다량의 화학물질을 사용하고, 고농도·고염도의 폐수를 배출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염 폐수의 해양 방류 문제를 두고 인근 어민들과 산단 입주 기업 간 갈등도 불거진 상태다. 산업 육성의 속도전에 비해 환경 안전망 구축은 한발 늦었다는 평가다.
전북건생지사는 “용지 확보부터 설계·착공·완공까지 최소 5~7년이 소요되는 공공폐수처리시설이 현재 기본계획에 명확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지금 당장 중장기 수요를 반영한 로드맵을 마련하지 않으면 처리 용량 부족에 따른 공장 가동 차질이나 환경 사고가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선투자 유치, 후인프라 확충 방식이 구조적 위험성을 키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안전 관리 체계의 공백도 도마 위에 올랐다. 단체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산단 내 이차전지 공장에서 발생한 화학 사고는 확인된 것만 5차례에 이른다. 그러나 인허가와 관리를 총괄하는 새만금개발청 내에는 환경·안전을 전담하는 전문 조직이 부재하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산업 확장의 ‘가속 페달’은 밟고 있지만, 안전을 책임질 ‘브레이크’는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단체는 이날 정부와 관계기관에 다섯 가지 요구안을 제시했다. △새만금 기본계획 내 공공폐수처리시설 신설 용지 즉각 반영 △중장기 수요를 고려한 단계별 폐수처리 확충 로드맵 수립 △새만금개발청·환경부·전북도 등 관계기관의 재정 확보 방안 제시 △새만금개발청 내 환경안전 전담 부서 설치 △‘그린 산단’ 위상에 걸맞은 환경 인프라 종합계획 마련 등이다.
전북건생지사는 “지난 수십 년간 정치권이 새만금을 성장 담론의 상징으로 소비해 왔지만, 그 과정에서 환경 안전은 늘 후순위로 밀려왔다”며 “대통령 방문이 단순한 정치 이벤트가 아니라 예견 가능한 환경 피해를 차단하기 위한 정책적 결단의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환경 인프라 없는 산업 확장은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새만금이 지속가능한 국가 산업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골든타임’이 바로 지금”이라고 덧붙였다.
김창효 선임기자 chki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윤석열 탄핵’ 1년···“빛의 혁명 완수” “‘국힘 제로’ 실현”
- “우리가 깼지만 네가 치워라”···트럼프 적반하장에 분노하는 유럽
- “미워도 다시 한번” 보수 재결집?···“김부겸 줘뿌리란다” 국힘 심판?
- 이란 공격에 호르무즈 좌초 “태국 배 실종자 시신 일부 발견”
- 3시간 만에 ‘일반 봉투 쓰레기 배출’ 뒤집은 군포시···온라인 시스템 도입 철회, 왜?
- “이란을 석기시대로 되돌리겠다”…트럼프 대국민 연설은 ‘종전’ 아닌 ‘확전’ 선언 [신문
- 노인 막으면 지하철 덜 붐빌까…‘무임승차’ 논쟁에 가려진 것
- ‘프로젝트 헤일메리’, 일일 박스오피스 1위···‘왕사남’ 51일 만에 2위
-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 두 달 만에 또 대규모 주식보상···61억원 상당
- 신현송, 다주택 82억 자산가…강남 아파트·도심 오피스텔 보유